고종의 집회 금지 명령에도 아랑곳 않고 독립협회는 철야농성을 계속했다. 그런데 상황은 독립협회에 점점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1898년 10월 23일에 고종은 의정부 찬정 박정양을 참정(參政 총리)으로 승진시키고, 중추원 의장에 한규설, 부의장에 윤치호를 임명하였다.

(고종실록 1898년 10월 23일 6번째 기사)

아울러 고종은 중추원 관제를 중추원 의장·부의장과 협의해서 개정하라는 조칙을 내렸다.

이에 독립협회는 이상재 등이 마련한 중추원 개정안을 정부에 제출했는데, 이 안에는 의관 50명 가운데 관선과 민선을 25명씩으로 하고 민선 25명은 독립협회가 회원 중에서 투표로 선출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의회설립운동이 일단 성공하자, 독립협회는 이를 관철하기 위해 10월 28일에 관민공동회(官民共同會)를 개최키로 결정했다.

그런데 정부 대표는 집회 장소가 독립관이 아닌 종로라는 이유로 불참을 통고했다. 하지만 독립협회는 10월 28일 오후 1시부터 종로에서 만민공동회를 개최하였다. 여기에는 독립협회 회원들 약 4천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치호는 (1) 황제와 황실에 대한 불경한 언행 (2) 외국에 대한 모독 (3) 회원간 및 전·현직 관료에 대한 비방 (4) 사회개혁적 발언 등을 엄금한다는 4개 조항의 대회 진행 규칙을 제시했다.

이는 황제권을 인정하고, 개혁적인 박정양 정부와 협력하여 점진적 내정개혁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독립협회에 대한 고종과 정부는 물론이고 외국인과 수구파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러자 정부 대표는 고종 황제의 허락을 받고 대회 이튿날인 10월 29일에 관민공동회에 참가하였다.

1898년 10월 29일 오후 2시에 관민공동회가 열렸다. 민간에서는 독립협회뿐만 아니라 황국중앙총상회(皇國中央總商會) 순성회(順成會 북촌에 거주하는 부인회 모임)· 협성회(協成會)·광무협회, 국민협회(國民協會)·진명회(進明會)등 독립협회 계열의 모든 자매 단체들이 참석하였다.

뿐만 아니라 친러수구파 행동대인 황국협회(皇國協會)까지도 초청을 받고 참석하였다.

또한 의정부 참정 박정양, 법부대신 서정순, 농상공부대신 김명규, 탁지부대신서리 고영희, 중추원 의장 한규설, 원임 대신 김가진, 민영환·민영기·심상훈·이재순·정낙용, 한성판윤 이채연 등 정부 인사도 참석하였다.

이렇게 관민공동회에는 정부인사·시민·지식인·학생·노동자·시전 상인·맹인·승려·백정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하였고, 그 수는 1만여 명이 넘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관민공동회에서는 독립협회 회장 윤치호가 먼저 인사를 한 다음, 정부 측에서는 의정부 참정 박정양이 등단하여 개막연설을 하였다. 민간 측에서는 천대받던 백정 출신 박성춘이 등단하여 개막연설을 하였다.

“나는 대한의 가장 천한 사람이고 무지몰각합니다. 그러나 충군애국의 뜻은 대강 알고 있습니다. 이에 나라에 이롭고 백성을 편하게 하는 길은 관민이 합심한 연후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차일(천막)에 비유하건대, 한 개의 장대로 받친즉 역부족이나 많은 장대를 합한즉 그 힘이 매우 공고합니다. 원컨대 관민합심하여 우리 대황제의 성덕에 보답하고 국조(國祚)로 하여금 만만세를 누리게 합시다”

이러자 군중들은 백정의 연설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박성춘은 1895년에 곤당골 교회에서 무어로부터 세례를 받는 기독교 신자였다. 1892년에 한국에 온 새뮤얼 무어(1846∽1906 한국 이름 모삼열) 목사는 1893년에 지금의 조선호텔과 롯데호텔 중간쯤에 있었던 곤당골에다 장로교회를 열었다. 그는 고종의 어의인 에비슨과 함께 백정들에 대한 차별 철폐 운동을 전개했는데 이런 무어 목사의 행동은 양반 신자와 선교사들로부터 불평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o 강준만 지음, 한국 근대사산책 3, 인물과 사상사, 2007, p 214-219

o 김태웅·김대호 지음,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아르테, 2019, p 237-239

o 손세일 지음, 이승만과 김구 1부 1편, 나남, 2008, p 388-393

o 국사편찬위원회 편찬, 한국사 41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탐구당, 2003

o 한국근현대사학회 엮음, 한국 근현대사강의, 한울, 2013, p 239-241

함녕전과 덕홍전 안내판 (사진=김세곤)
함녕전과 덕홍전 안내판 (사진=김세곤)
덕홍전 전경 (사진=김세곤)
덕홍전 전경 (사진=김세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