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5월 19일부터 3박 5일간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과 미국은 백신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기존 군사적 성격이 강했던 한미동맹을 포괄적 경제동맹으로 확장 시켰다는 평가가 중론을 이룬다. 한미정상 간에 합의된 경제동맹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대변동기에 이루어진 일로 그 의미가 남다르며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력도 매우 클 것이다.

가치사슬(Value Chain) 이란 맥킨지 컨설팅(McKinsey Consulting)에서 최초로 제시하고,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Porter) 교수가 발전시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포터 교수는 가치사슬을 기업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은 가치사슬에 세계화의 개념을 결합한 것이다.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현재, 기업들은 그들의 가치사슬을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감에 따라 독자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낼 수 없는 상황에까지 직면하였다. 21세기 기업들은 국제적인 경영 환경, 지리적 위치, 생산요소의 효율적 결합 등을 고려하여 비교우위가 있는 경영 환경을 찾아 기업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최고의 경쟁력을 추구하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상품과 서비스의 설계,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의 기업활동이 운송 및 통신의 발달로 세계화된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무역 자유화와 기술 혁신으로 2000년대 급속하게 확장되었다.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어떤 물건을 설계하면 이를 만들기 위해 일본의 소재를 이용하여 한국이 중간재를 생산하고 이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조립 가공하여 완제품을 생산하여 세계 각지의 소비자에 보내는 구조이다.

세계 무역은 최종재를 교역하는 전통적 무역과 소재와 부품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이루지는 글로벌 가치사슬 무역으로 구분된다. 현재 구조화된 글로벌 가치사슬은 중국이 생산과 조립을 담당하여 중국은 최종 소비재를 수입하는 국가들에 대해 대표적으로 미국으로부터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중간재를 생산하는 한국에 대해서는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교역 구조이다. 그런데 이 글로벌 가치사슬의 구조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부터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공급 사슬 분리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최근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 최종재를 단순 가공 조립하는 단계에서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단계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며 글로벌 금융위기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동하였다.

트럼프행정부 시절 격화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본격적인 재편을 불러왔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단순한 무역 역조의 시정이 아닌 미래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기술 전쟁이다. 따라서 미국은 선제적으로 중국과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해체해야 한다. 중국기업과 미국기업들이 공급 사슬로 연결되어 있으면 중국기업들은 미국의 핵심 기술을 습득할 개연성이 높아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공급 사슬을 재편하기 위해 우선 미국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의미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이다. 두 번째,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셋째, 중간재보다 최종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던 전통적인 방침을 바꾸어 중간재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최종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중간재는 여러 나라를 통과하기 때문에 중간재에 대해 관세를 높이면 관세 부과의 효과가 극대화되어 무역을 제한하는 효과가 크다.

미국의 중국과의 글로벌 가치사슬 절연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사정에 처할 가능성이 컸던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 첨단 산업 중심으로 미국에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이를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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