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따라 시작된 골동품가게 방문
처음엔 썩 유쾌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누구의 삶의 한 부분이었던 그 물건들 속에서
나는 나의 과거를 보게 된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나는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남편을 따라 골동품가게를 가게 되었다. 골동품이라는 이름으로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에게 나는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작은 불만을 가지고 따라나서기는 하지만 우연히 그곳에는 만나는 작은 찻잔이나 접시를 발견하기도 한다. 더러는 이가 빠져 사용하기 힘든 경우도 있고 또는 찻잔받침도 없이 혼자인 경우도 있다. 그래도 적당하게 필요한 용도를 찾아서 몇 개를 구입할 때도 있다. 물론 아주 적은 돈으로 구매가 가능하니 심적 부담은 적었다.

나의 관심으로 사는 작은 찻잔이나 접시는, 지나간 시간의 잔잔하고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할 뿐이지 금전적 수입을 위해서 투자가치로 여기고 사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남편은 나의 관심이 옛 물건에 잠시 머물고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눈치다. 아니면 골동품가게를 무섭다고 표현할 정도로 나는 누군가의 숨결이 깃든 것을 그냥 싫어했기 때문에 자신의 골동품가게를 방문하자는 권유를 늘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번에는 두 딸과 함께 내가 골동품가게를 가자고 제안했다. 정말 비약적인 발전이다. 그곳에서 정말 예쁜 찻잔과 접시들을 발견했다.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한 차림 그 자체였다. 시대별로 또는 시리즈로 구매를 했다. 손에 한가득 짐 꾸러미가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행복한 마음으로 차를 타고 되돌아오는 길이 꽃길같이 향기롭고 아름다웠다.

이 아이들은 어떤 연유로 전 주인을 떠나 내게까지 오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주인의 관심이 변해서인지 아니면 주인이 나이가 들어 쓰임이 끝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여전히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나로서는 정말 다행이었다. 아마도 전 주인에게 무척 사랑받던 존재였던 것은 확실하다. 주인의 정갈한 성격과 주인의 배려 깊은 보살핌의 손길이 느껴지는 그것들을 안고 돌아왔다.

아이들은 골동품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내가 처음에 골동품에 느꼈던 선입견을 아이들도 느끼고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물건들은 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 역시도 시작은 그랬다. 누구로부터 흘러와서 어떤 대접을 받으며 그 집에서 머물렀는지 모르기에 그들을 사는 것이 썩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전에 누구의 삶의 한 부분이었던 그 물건들 속에 나는 나의 과거를 보게 된다. 골동품가게에서 만나는 누군가의 과거와 나의 현재형의 삶이 함께 만나서, 잘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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