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대표 A씨 “기자간담회서 성추행 당했다” 고소
오태완 군수 “사실 무근, 황당하다” 정치적 음모 주장
재선거한지 100일도 안 돼 의령군 또다시 분열 상황
성추행이라면 엄벌해야지만, 정치적 음모도 용납안돼

이선효 선임기자
이선효 선임기자

[한국농어촌방송/경남=이선효 선임기자] 경남에서 가장 작은 지자체인 의령군이 오태완군수의 성추행 피소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지난 4월 재선거로 군수를 다시 뽑은 지 두달만의 일입니다. 의령군은 전직 군수들이 연달아 구속돼 재선거를 통해 오태완 군수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군수가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돼 이번에는 군수의 성추행 문제로 민심이 어지럽습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언론사 대표이자 기자인 A씨는 지난달 25일 “6월 17일 의령읍 소재 식당에서 언론사 기자들과의 공식 만찬 자리에서 오태완 군수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며 경남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A씨는 고소장에서 “자신은 술을 잘 먹지 못해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진다”고 말하자 오 군수가 “저는 얼굴뿐 아니라 밑에도 붉어집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또 시간이 좀 흐른 후에 오 군수가 자신의 오른손목을 잡고서 “화장실을 가는데 같이 가자. 밑에도 붉은지 보여줄게”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고소인의 주장에 대해 오 군수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인 A씨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오 군수는 “그 자리는 공식적인 기자간담회였으며 기자 등 8명이 있었다. 신체접촉은 없었다. 모든 사실은 그날 참석자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다. 사법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으며, 사실관계가 밝혀지면 명예훼손 및 무고에 대해 강력히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말했습니다.

오 군수가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하자 지난달 30일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복지상당소시설협의회, 경남여성회 등 여성단체들은 의령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로 “의령군은 즉각적인 2차 가해 중단과 문제해결에 나서라. 오태완 군수는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군수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고소인과 오 군수 등 양측은 연일 여론전을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진행되는 경과를 보면 고소인과 오 군수, 양측의 주장 중 누가 옳은지 필자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현재 의령에서 진행되고 있는 몇 가지 정황을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당시 참석한 8명 중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사람은 고소인을 비롯해 2명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고소인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작은 방이라 화장실 가자며 손목을 잡았는지 모를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6명은 그런 사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둘째, 오 군수 측은 그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A씨가 폭탄주를 제조해 돌리는 등 술자리를 주도했다. A씨가 오 군수의 수행 비서를 불러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는 ‘술은 영계랑 마셔야 제맛이 난다’는 투의 말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 군수 측은 A씨를 성추행할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오 군수 측은 정치적 음모론을 펴고 있습니다. A씨와 A씨의 주장에 동조하는 기자 한명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과 경쟁한 후보와 친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고소에서 A씨의 변호사가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오 군수와 경쟁한 사람입니다. 오 군수 측은 A씨와 동조자가 정치적 음모를 가지고 자신을 함정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번 의령군에서 일어난 성추행 고소 건은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등 기존의 지방자치단체장 성문제와는 조금 차원이 다릅니다. 기존의 성문제는 지자체장이 자신의 권력범위 내에 있는 여성을 성적으로 폭행하거나 추행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오태완 군수 건은 상대가 언론사 대표입니다. 의령군 직원이 아닙니다. 자신의 권력범위 밖의 사람입니다.

둘째 기존 지자체장의 성문제는 은밀하게 개인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그러나 이번 건은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많은 증인들이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경찰이 의지만 있다면 밝혀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지금 경남의 가장 작은 군인 의령군은 군수의 성추행 고소와 이를 둘러싼 정치적 음모론, 함정론으로 지역이 갈갈이 찢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역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가려내는 게 급선무입니다.

여성들이 남성들의 성추행 피해자가 돼서는 절대 안 되는 일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오태완 군수는 당연히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성문제로 남성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만약 오태완 군수 측의 주장대로 혹시라도 정치적 음모를 가지고 A씨 등이 이번에 성추행 문제를 활용했다면 이 역시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할 일입니다. 특히나 A씨가 만약 허위사실을 폈다면 지금까지 여성들이 미투운동으로 어렵게 쌓아올린 성과를 훼손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 경찰의 신속한 조사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