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내릴 것 같은 이 장마도
언젠가는 그치듯
집착에서, 욕심에서도
비로소 벗어나기를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나의 삶은 늘 태풍을 닮아 있었다. 언제나 거센 바람과 휘몰아치는 파도가 있었고 그 후에 부서진 것들이나 사라져버린 것들은 모두 나의 탓이었다. 나는 태풍을 원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나의 탓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으로 인해 나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모든 일들이 언제나 내 잘못이었다. 나를 비난하고 질책하는 사람의 생각이나 말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용기조차 내게는 없었다. 지나친 말이 나를 주눅들게 했고 비합리적인 행동이 내 삶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늘 폭풍우와 함께 밀어붙이는 거센 삶이라는 파도에 나를 던져두었다. 그러는 동안 그 거센 태풍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부터 나는 사람의 영역 밖의 일에도 내 탓으로 돌리는 버릇이 생겼다. 사람의 온정은 어디로 사라졌고 나는 동물적인 감각에 더 의존하며 눈치만 보고 살았다. 어느 순간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를 바라보고 나를 향해 스스로 웃는 온전한 나로 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내 안에 존재하는 삶의 작은 진실에 대하여 궁금했다. 어제와 같이 오늘도 평온하게 지내는 것이 얼마다 다행스러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고, 그 또한 큰 행복임을 알게 되었다. 젊을 때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간절하게 원했던 것 같다. 어제와 내 삶을 비교하기도 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늘 행복하고 즐겁기를 원했다. 평온하게 지나가는 일상이 지루했고 늘 인생에 포인트가 있어야 하고 중요한 밑줄이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 삶이 나에게 얼마나 힘겨웠을지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 내 젊음을 낭비했구나 싶다. 조금만 더 일찍 바르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더라면 내 인생이 그렇게 고단하지 않았을 것이고 순간순간 작은 것들에게 감사하며 행복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 태풍같은 삶을 산 덕분에 난 오늘을 바라보는 법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싶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값비싼 수업료로 인해 나는 오늘을 감사하는 일도 많아졌다.

장마가 시작되어 비를 뿌리고 있다. 비가 살짝 그치면 간혹 무지개도 산등성이에 나타난다. 비가 전하는 잔잔한 말들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끊임없이 내릴 것 같은 이 장마도 언젠가는 그치게 된다. 영구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 우리의 인생도 이 비처럼 한없이 내리다가 햇살에게 자리를 내어 줄 것이다. 조금씩 집착에서 욕심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나의 인생에게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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