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닌 타인의 업에 눌려서
아파하고 또 아파한다
내 것이 아닌 것 중에서
얼마나 더 흔들려야 평온해질 수 있을까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세상을 온통 회색빛으로 감추더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열기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장마 후에 나타난 우리의 주인공 여름은 더욱 그 기세를 펼치고 있다. 며칠째 운동을 하고 있던 나는 이 여름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더위를 먹은 것 같다. 여름의 열기에 아직은 자신이 있었던 것이고, 약속된 날에 운동이라 남에게 피해를 적어도 주기 싫어하는 나의 성격이 요인이었던 것 같다. 물을 마셔도 또 목이 마르고 물을 찾게 된다. 평소보다 일찍 짐을 챙겨 집에 들어와서 쉬기로 했다.

그런데 한 통의 전화가 나의 의지와 견고한 깡을 무너뜨려 버렸다. 버티고 참았던 나의 설움과 인내의 고통이 그의 말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고 허무하게 무너지는 나를 발견하였다. 예전에도 그의 말이 나에게는 세상의 종말이었고 살아갈 희망의 싹을 뿌리까지 뽑아버렸다. 그래서 늘 힘들었다. 참기도 힘들고 버티기도 힘들어서 몇 번을 마음을 고쳐먹고 살았는데 오늘 또 이렇게 무너져 버린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리고 느닷없이 뱉어내는 말을 아직 이 나이에도 들어야 하는 것이 한심스럽다.

몇 년 동안 거듭했던 나의 명상 공부도 오늘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 나는 내가 아닌 것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말이란 듣고 넘기면 되는 것을 나는 아직도 말의 감정까지 이해하려고 악을 쓰고 있다. 말을 했던 사람은 아마도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수십 번 되풀이되는 이런 말들에 나는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말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듯이 나의 마음도 그렇게 흘러 다른 방향으로 가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난 아직 그 말에 의미를 붙이고 더해서 더 많은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 나는 사는 동안 얼마나 말에 휘둘러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내 것이 아닌 남의 말에 말의 죄에 나는 왜 이렇게 애를 쓰면서 방어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오래된 습일 것이다. 나의 전생과 그 전생을 거치면서 나에게 뿌리박은 그 습으로 나는 이생에도 말에 대한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나를 찾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이렇게 타인의 말실수에 또다시 내 인생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말인지 말실수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실수 같지는 않다. 나는 오늘도 내 것이 아닌 타인의 업에 눌려서 아파하고 또 아파한다. 내 것이 아닌 것 중에서 얼마나 더 흔들려야 평온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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