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직접예산 줄어 도농 간 격차 심화...농가 실질 소득 정체

[한국농어촌방송=권희진 기자] 박근혜 정권이 출범 4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낙인을 받은 박근혜 정권은 농정 분야에서도 낙제 수준의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출확대, 6차산업화, 스마트팜 확산 등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한 기반 확충에 초점을 맞춘 방향성은 나쁘지 않았지만, 출범 초 박 전 대통령이 강조해온 ‘행복한 농어촌’ 실현에는 역행했다는 지적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정부 4년.... 도농간소득격차·농가 예산 등 '낙제점'

전문가들도 박근혜 정부의 농업정책이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농정 성과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도농간소득격차와 농가 예산 등 어느 쪽에서 성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정의 성과 판가름의 지표가 되는 도농간소득격차와 농가 예산 등 어느 쪽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농업을 생각보다 챙기지 못했다”며 “박 전 대통령 취임 당시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실제 지난 4년 간 전체 국가 예산에서 농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퍼센트가 안된다”며 농업이 홀대받았다는 인식을 피력했다.

임 교수는 또 “도농간 소득 격차가 64퍼센트로 크게 나는 상황 속에서 도농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은 농외소득이든, 농업소득이든 농정이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업형 창조경제를 표방한 스마트팜 등 박근혜 정부의 농정 공약은 현실감각이 등한시 됐다는 분석도 있다.

6차산업화 등 농정공약 현실감각 떨어져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는 농업생산이라고 하는 건 1차적인 농업 생산이라고 하는 것부터서 체질이 단단해지고 강화되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는)그것과는 상관없이 6차산업화, 스마트팜 등을 내세우며 괴리가 쌓이고, 이 때문에 농업정책이라고 하는 것들이 현장에 기반하지 않고 완전히 붕떠버린 결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정책실장은 “국가 예산 문제의 경우도 증가액보다 10분의 1정도 되게끔 농림부 예산이 적게 증액이 됐다”며 “그러한 예산이 직접적으로 농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소득이나경영을 안정시키는 등 생산을 뒷받침해주도록 쓰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 정책실장은 특히 농업의 6차산업화에 대한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6차산업화의 경우 귀농귀촌인들이 영농기반도 없고 경제사업 여력도 없으니 6차산업하면 교육받고 돈준다고 하니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며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농촌 내 마을 사람들이 참여해 만들어나가는 부분이 필요하지만, 실제는 귀농귀촌인들 혹은 능력이나 사업 수완 있는 개개인을 통해 전개가 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전체적인 농촌경제 사회속에서 이들은 하나의 점일 따름일 뿐,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이면서 서로가 서로를 발전시켜주는 그러한 관습은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라며 “(6차산업화)가 돈을 쓰고 성과는 있었다고 하는데 그 성과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어떤 특별한 한 사람의 능력속에서만 고이게 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농업도 쌀관세화와 FTA등을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도록 미래성장산업, 수출산업화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세종창조마을 출범을 계기로 스마트팜을 본격적으로 보급하고 농촌·관광·유통·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도 ICT표준모델을 개발해서 활용한다면 농업의 6차산업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 이라며 “특히 농업분야가 FTA를 발판삼아서 중국,동남아를 넘어 한라 시장까지도 진출할 수 있는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3년~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분석’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농림수산식품예산 평균 증가율은 1.73%로 참여정부 5.02%의 3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전체예산에서 농림수산식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에 6.5%에서 계속 감소, 2016년에 5.0%로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농업생산기반(2조 857억원, 15.3%), 농촌개발·복지증진(1조6,740억원, 12.3%)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고, 같은 기간 양곡관리·농산물 유통 부문 예산이 12.0% 감소했으며, 2015~2017년 동안 3,224억원 감액됐다.

농업체질 강화 부문 예산의 경우도 같은기간 8.8%(2,701억원) 감액됐고, 지난해 대비 2340억원 감소했다.

농업경영비도 2007년 1569만6000원에서 2012년 1846만1000원, 2014년 2187만5000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농업총수입에서 농업경영비와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67%와 33%를 기록해 20년 전(35·65%)과 비교했을 때 성황이 역전됐다.

2015년 농가의 농업총수입은 3365만4000원으로 2006년 2732만2000원보다 23.2% 늘었지만 농업경영비는 같은 기간 1523만1000원에서 2239만8000원으로 무려 47% 증가했다.

농업경영비 증가에 따른 이유로 농가소득이 결국 정체되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3722만원(2015년 기준)으로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64.3%에 그치고 있다.

도농 간 격차 심화...농가 실질 소득 정체

▲ 농가 및 도시근로자가구 소득 추이 출처= 2016년 6월 농협 조사월보

지난해 농협 조사월보 6월호에 실린 '농가경제 장기변화(1985~2015년) 추이' 보고서를 보면 농가의 명목 소득은 3721만5000원이다.

농가 소득 증가율이 가장 큰 부문은 축산농가로, 1993년 2462만8000원에서 7­964만9000원으로 223% 늘었다. 이어 논벼(70%), 채소(56%), 과수(51%) 순으로 농가소득이 늘었다.

다만 보고서는 여기에 물가상승률 등을 따져보면 농산물 시장개방이 본격화된 1995년 이후 농가의 실질 소득은 사실상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가소득이 명목상으로 늘긴 늘었지만, 도시 근로자 가구와의 소득 격차는 훨씬 심해졌다. 2015년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5780만원)에 대한 농가 소득 비율은 64.4%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FTA는 마구잡이로 체결하면서 피해산업인 농업에 대한 배려는 인색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정부는 한·영연방 3개국 FTA에 2조1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대책 등을 내놨지만 농업예산은 제자리걸음만 했다는 탄식도 나온다.

실제로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 제시한 공약가계부를 통해 농어업예산을 4년간 5조2000억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혀 농어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정책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인화 의원(광양·곡성·구례, 국민의당)은 지난 4년의 박근혜 정부의 농정 성과에 대해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의 농정은 농촌 쌀값 폭락 등 민생문제를 야기시키는 어려움만 야기시켰다"며 "이제라도 국가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장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지원의무를 헌법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기반 확충 '성과도'

▲ 박근혜 정부 농정 구상 및 추진체계. 출처=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물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지난 4년 간의 농정에도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수출확대와 6차산업화, 스마트팜 확산, 귀농·귀촌 확대로 인한 농촌인구 증가 등은 농정추진 체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중국·동남아·할랄시장 등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해 농식품 수출 증가를 견인한 것 역시 성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2년 56억4000만달러이던 농식품 수출은 지난해 64억7000만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농업에 제조·가공, 유통, 관광을 융복합한 6차산업화를 통해 농가소득 제고 및 일자리 창출에 뚜렷한 성과와 동시에 시설원예 및 축산분야를 중심으로 한 ICT기술 융복합의 스마트팜 확대 등도 농가소득 증대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이 밖에도 로컬푸드 직매장·공영홈쇼핑 등 온·오프라인 신유통 확대, 산지 조직화·규모화 등을 통해 유통비용 절감의 성과도 이뤘다. 이는 농산물 신유통경로 비중을 2012년 8.4%에서 지난해 18%로 확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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