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4당 의원 공동토론회, 헌법 농업조항 121조, 123조 개헌 요구 “봇물”

- "식량주권 관련, ‘안정적 공급’ ‘적정 가격’ ‘안전성’ ‘알 권리’ ‘선택권’ 등 소비자로서 국민의 권리를 헌법조항에 명문화시켜야" -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을 비롯하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4당 의원 공동으로 15일 국회에서 ‘헌법상 농업조항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토론 참석자들 대부분이 헌법 121조의 경자유전의 원칙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나타나 있는 농업의 역할과 기능을 헌법조항으로 격상하여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보상·지원과 보장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토론자들 모두가 강조했다.

▲ 국회 4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헌법상 농업조항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15일 국회에서 열렸다(사진=권희진 기자)

이날 토론회에는 발제를 맡은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 교수를 비롯하여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장, 한민수 한농연 정책실장, 이명기 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심영규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훈 농식품부 농촌정책과장, 김육곤 농협중앙회 미래전략부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열린 토론회를 펼쳤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농해수위 소속 4개 당의 정인화 의원(광양·곡성·구례, 국민의당)을 비롯하여 홍문표 의원(홍성·예산, 바른정당), 권석창 의원(제천·단양, 자유한국당), 위성곤 의원(서귀포, 더불어민주당), 이용주 의원(여수갑, 국민의당)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농협중앙회‧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농민신문‧한국농어촌방송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정인화 의원은 인사말에서 “농업·농촌사회의 붕괴 및 도농 격차 심화가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이 농업의 가치와 역할을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있어 농업이 소외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 개헌논의에서 통치구조나 기본권 위주의 논의가 이루어져 농업조항 개정문제가 등한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헌법가치에서 농업 문제를 재조명하고 공론화하는 뜻 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임정빈 교수는 “농업 관련 헌법조항의 검토와 개정방향”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현행 헌법상 농업조항인 121조와 123조에 규정된 내용은 3가지 측면에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법상 농업조항 121조와 123조 개정 필요성 3가지 제시
우선 121조(경자유전의 원칙과 소작제금지)의 경우 특히 과거 지주와 소작인 간의 봉건적 생산관계에 따른 임의계약에 기초한 소작제는 이미 시대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용어이므로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123조(국가의 농어업과 중소기업의 보호·육성과 농어촌종합개발과 지원의무)의 경우도 최근 강조되고 있는 농업의 역할과 다원적·공익적 기능에 대한 언급 없이 국가의 농어업에 대한 보호·육성의무를 중소기업과 동일선상에서 그것도 애매모호하게 규정된 상태로 이 또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지속적 경제발전과 농업을 둘러싼 환경과 여건, 대외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 국내 농업구조 동향 등 시대적 변화, 특히 농업의 전통적인 역할과 기능 이외에 최근 국내외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농업이 갖는 다원적·공익적 기능과 국가의 미래 농업정책 방향을 반영하여 현행 헌법상 농업조항을 개정ㆍ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농업 조항의 독립적 신설 필요
임 교수는 이러한 필요성을 배경으로 ‘미래 농업과 농촌의 발전 방향’에 부합하면서 ‘농업과 농촌의 특수성과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합의를 기반으로 한 현행 헌법상 농업관련 조항의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농업조항을 독립적으로 신설하여 농업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국가 지원의무에 대한 철학과 근거를 명확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행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는 농업의 경제적 역할 뿐 아니라 공익적 역할과 기능을 정의하고, 이러한 역할과 기능 달성을 위한 국가, 지자체, 농업인과 소비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미래 농업과 농촌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최상위 규범으로서의 헌법적 기초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 보장할 의무를 헌법조항으로 규정해야
이를 토대로 임 교수는 3가지 개정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하 농업법)에 존재하고 있는 농업의 역할과 기능관련 내용을 헌법조항으로 격상하여 국가가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을 보장할 의무를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사례와 같이 농업의 역할과 다원적·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국가가 이를 유지하고, 보장할 수 있도록 의무 규정을 신설하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농민의 공익적 서비스 제공에 대한 국가의 정당한 보(remuneration)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이러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농민도 실질적으로 이러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준수(cross compliance) 이행이 선제적으로 필요함을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유지, 소작제금지 규정은 삭제
둘째, 경자유전의 원칙과 관련한 조항에 대해서는 경자유전의 원칙은 유지하되 농지 소유의 파편화(상속, 분할매매 및 이전 등)를 방지하고, 농지 소유의 안정화와 소유구조의 합리화를 위해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미 변화된 토지소유 및 임대차 관행에 따라 오래전 사라진 소작제도금지 규정은 실효성이 없으므로 삭제가 가능하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123조 3항과 관련하여 중소기업 관련 내용을 다른 항으로 이동시키고 농어업과 농어민만의 조항으로 독립시켜 편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세대 식량안보 위한 일정규모 이상 농경지 확보와 지속가능한 보전
토론에 참여한 김육곤 농협중앙회 미래전략부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121조의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다만 ①항의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는 조항을 농지의 소유와 관련된 측면의 강조보다는 미래 세대의 식량안보를 위한 일정규모 이상 농경지 확보와 지속가능한 보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일부 조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경자유전의 원칙 폐지 반대
한민수 한농연 정책실장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폐지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7년 제9차 개정 헌법에 반영된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업생산력 향상뿐만 아니라, 국토 환경 보전, 7천만 민족의 식량주권 수호, 농업의 다원적 가치의 보전·계승을 지향하는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업인의 핵심 생산수단이자 중요 자산이어야 할 농지가 비농업인과 대기업의 손쉬운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농업인(임차농)들은 농지 확보를 위한 무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행복권에 기여한다는 문구 포함 필요
이명기 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이 농업인․농촌 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그리고 헌법 제10조에 제시된 국민의 행복권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국민 행복에 이바지하는~"이라는 문구를 조문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식량주권과 다원적 기능에 관한 헌법 조항 각각 설치 필요
장경호 '농업농임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식량주권에 관한 헌법 조항과 다원적 기능에 관한 헌법 조항을 각각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 소장은 특히 식량주권은 소비자로서 국민의 권리와 생산자로서 농민의 권리로 구분하여 헌법 조항으로 명문화하고 그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로서 국민의 권리는 ‘안정적 공급’ ‘적정 가격’ ‘안전성’ ‘알 권리’ ‘선택권’ 등을 모두 포함시키고, 생산자로서 농민의 권리는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가 (가칭)농민인권선언 초안을 마련하여 새로운 국제법으로 제정하는 논의가 진행 중인 바 농가의 소득, 농산물의 적정 가격 및 농가 수취가격, 농민의 삶의 질, 도농간 격차 해소 등이 포함될 사항들이라고 주장했다.

소작제금지 조항 삭제 주장 심도 있는 논의 필요
정부 측 토론 참석자인 김기훈 농식품부 농촌정책과장은 경자유전의 원칙 유지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다른 토론자들이 모두 삭제의 필요성을 제기한 소작제금지 조항에 대해서 농업계와 헌법학계의 심도 있는 논의가 더 필요하며 농지임대차 문제의 근거 조항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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