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윤소하 의원, "박근혜 '농업적폐 1호'를 aT가 강행...밥쌀용 쌀수입 중단 요구"

[한국농어촌방송=권희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농업정책이 출범 초부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지난 박근혜 정권이 시행한 농업적폐 1호 ‘밥쌀 수입’에 대한 철회 여론이 들끓고 있는 까닭이다.

▲ 지난 15일 오후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정부의 발쌀수입 공고 철회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전농 제공

16일 오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밥쌀용 수입쌀(정곡)과 가공용 현미에 대한 구매 입찰을 실시했다.

앞서 aT는 19대 대선 하루 전인 지난 8일 저율관세할당(TRQ) 쌀 2차분 6만5000t을 구매하는 입찰 공고를 내고 농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 이날 예정된 전자입찰을 진행했다.

이날 이뤄진 전자입찰 물량 중 4만t은 가공용 '단립종 메현미'고, 나머지 2만5000t은 농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는 밥쌀용 '종립종 멥쌀'이다.

이를 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밥쌀 수입은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농업적폐'라며 관료들은 대선 하루 전인 지난 8일 밥쌀 수입 공고를 강행했다"며 "만약 16일 입찰공고를 그대로 진행한다면 문 대통령은 농업적폐 1호를 수용하고 농민의 뜻을 거부하는 첫 사례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5월, 12월 두 차례 입찰을 한 바 있는 aT 측은 “현재 의견을 개진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농업인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며 밥쌀용 쌀수입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 전농 김영호 의장이 '밥쌀 입찰 중단 촉구'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전농 제공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 광주전남연합 등 농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aT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밥쌀용 쌀 수입'을 규탄했다.

이들은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등은 새정부 출범을 이틀 앞두고 밥쌀 구매 입찰공고를 냈다"며 "공고는 지난 8일 냈지만 입찰 시점은 16일로 사실상 새정부가 밥쌀 수입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전농도 이날 '밥쌀용 쌀 수입을 위한 구매입찰'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농민들의 호소를 끝내 묵살하고 오늘 밥쌀 수입을 실시했다”고 호소했다.

전농은 앞서 지난 12일 청와대 연풍문을 통해 신정부에 밥쌀용 쌀 수입을 위한 구매입찰 철회 요청 청원서를 전달한 바 있다.

전농은 “문재인 대통령이 밥쌀 수입 공고를 철회하지 않고 입찰 실시를 용인한 것은 농업에 관심이 없던지 아니면 농업적폐를 청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며 “또한 밥쌀 수입 반대를 외치다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의 뜻을 거부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농은 문재인 대통령의 밥쌀 수입을 강력 규탄하며 쌀 수입으로 더 이상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와 농민 간의 협의구조를 시급히 갖출 것을 촉구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농업적폐를 청산하고 농업개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할 것”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정의당 농민위원회는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밥쌀 수입 철회와 쌀 우선지급금 환수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밥쌀용 쌀 수입은 2014년까지는 국제협약에 의해 의무였지만, 2015년부터 의무가 종료됐다"며 "현재 쌀 재고가 200만 톤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수입할 필요가 없는 물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쌀 수입 입찰공고를 낸 것은 김재수 장관의 꼼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 정의당 윤소하 의원

윤소하 의원은 "입찰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농업은 우리의 생명 산업이자, 안보산업으로 실질적으로 농업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쌀 수입부터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지난 박근혜 정부의 농업 분야 적폐를 해소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쌀 우선 지급금 환수 조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으며,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요구했다.

윤 의원은 또 "이번 밥쌀 입찰 공고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며 "아울러 이번 과정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지난 대선 기간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것처럼,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실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및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면서 시작된 쌀수입은 쌀시장을 관세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으로 국내 소비량 중 일부를 개방했다. 한 해 5만톤 수입에서 시작한 'MMA 쌀'은 2014년 40만8700톤까지 증가했다.

정부는 관세 5%로 들어오는 MMA 쌀의 확대를 막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쌀시장도 관세화하기로 결정, 관세율 협상하고 있다. 밥쌀용 쌀은 전체 수입쌀 중 30% 비중으로 들어오다 관세화하면서 절반 수준으로 감소, 지난 2015년에는 6만톤, 지난해는 5만톤을 수입했다.

한편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월 ‘쌀값 하락 초래하는 밥쌀용 쌀수입 중단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은 결의안에서 “정부가 2015년 밥쌀용 쌀 12만t을 수입해 국내 쌀시장의 가격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정부가 2014년 9월30일 WTO에 제출한 쌀 양허표에서 1994년 UR 협상 이후 관세화 유예 기간에 저율관세 할당물량이 적용되던 밥쌀용 쌀 비중 30% 규정을 삭제해 통보했기 때문에 밥쌀용 쌀 수입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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