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즉위 40년 (1)

덕수궁 중화전
덕수궁 중화전

1901년 (고종 38년) 12월 11일에 황태자(나중에 순종)가 상소하여 동짓날에 축하문을 올리겠다고 청했다.    

"내년은 바로 우리 부황 폐하(1852∽1919 재위:1863-1907)의 나이가 51세가 되고 왕위에 오른 지 40년이 되는 경사스러운 해입니다.
(중략) 소자가 동짓날에 모든 관리들을 거느리고 축하를 올리도록 허락함으로써 하찮은 성의나마 조금이라도 펼 수 있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고종은 특별히 윤허하였다. 

"너의 상소를 보고 너의 간절한 마음을 잘 알았다. 대체로 경사(慶事)라고 하는 것은 길(吉)한 일로서, 너의 효성으로는 물론 기쁘고 다행할 것이지만, 나의 입장으로서는 이것은 다 편안한 때에 한가히 논할 일이다. 지금은 온갖 정사가 복잡하여 사실 여기에 생각을 돌릴 형편이 못된다. 하지만 네가 청한 바는 꼭 크게 벌리자는 것은 아니므로 특별히 윤허한다."

고종에게 축하를 올린 황태자는 12월 22일에 다시 상소하였다. 내년 정월 초하루에 존호를 올리고 연회를 베풀 것을 청한 것이다. 

"(전략) 내년은 바로 우리 부황(父皇) 폐하께서 51살이 되고 왕위에 오른 지 40년이 되는 두 가지 큰 경사가 겹친 경사스러운 해이며 또한 우리 왕조에서 보기 드문 큰 경사입니다. 그러니 그 의식은 마땅히 이전보다 더 성대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중략)
이에 감히 폐하 앞에 외람되게 아뢰오니, 내년 정월 초하룻날 백성에게 고포(告布)하고 경하하는 의식에서 존호(尊號)를 가상(加上)하고 존호를 추상하는 일과 내진연(內進宴)과 외진연(外進宴)을 마련하는 등의 절차를 모두 속히 예원(禮院)에서 전례대로 마련하게 함으로써 위로는 조종(祖宗)의 떳떳한 법을 따르고 아래로는 신하와 자식의 큰 소원에 부응하여 주소서."

이러자 고종이 불허했다. 

“너의 상소를 보고 너의 마음을 잘 알았다. 하지만 눈앞의 백성들의 일이 다급하니 이처럼 화기애애한 일을 할 겨를이 없다. 하려고 하면 훗날에 어찌 적당한 날이 없겠는가? 청을 들어줄 수 없으니 이해하라.”
(고종실록 1901년 12월 22일 1번째 기사)  

1901년은 극심한 흉년으로 굶어 죽은 백성들이 부지기수였다. 
                             
이틀 뒤인 12월 24일에 황태자는 백관을 거느리고 정청(庭請)하여 아뢰었다. 

"폐하의 비답은 내년 정월 초하룻날 고포(告布)하고 칭하(稱賀)하는 의식에 대해서만 허락하셨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경사로운 해에 늘 시행하는 작은 의식일 뿐이고 가장 큰 의식으로서 반드시 준행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아직 허락받지 못하였으니 소자는 답답하고 안타까워 더욱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중략)
내년은 부황 폐하께서 51세가 되고 왕위에 오른 지 40돌이 되는 두 가지 경사가 한 해에 겹친 해인데 이런 경사는 오랜 세월에 만나기 드문 큰 경사입니다. (중략) 그래서 감히 조정의 모든 관리들을 거느리고 일치한 목소리로 호소하니 부황 폐하께서는 특별히 소자가 앞서 청한 것에 대해 속히 윤허해 주소서."

이러자 고종은 다시 불허하였다. 

"너의 효성을 짐이 왜 알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두 차례의 비답에서 정중히 타일렀으니 너도 마음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 어째서 일을 확대시키는가? 다시는 번거롭게 하지 말라."
(고종실록 1901년 12월 24일 1번째 기사) 

이 날 황태자는 다시 백관을 거느리고 정청하여 다시 아뢰었다. 

”(전략) 새해의 큰 경사에 존호(尊號)를 올려 훌륭한 덕을 드러내고 옥(玉) 술잔을 올려 장수를 축원하는 것은 나라의 떳떳한 법이니 신민(臣民)의 정성으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중략) 감히 번거롭게 굴면서 간절하게 청하니, 부황 폐하께서 굽어 살펴 소자의 청을 빨리 윤허하고 훌륭한 전례를 시행함으로써 지극한 소원을 풀어주소서."

고종은 또 불허했다.  

"너는 한번 생각해보라. 저축이 거덜 나고 경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워 눈앞의 급한 일도 수습할 방책이 없다. 더구나 그만두어도 되는 일이고 현행 정사에 별반 급하지도 않은 일이니 네가 아무리 번거롭게 간청하더라도 절대로 따를 수 없다. 너는 그리 알라.“
(고종실록 1901년 12월 24일 2번째 기사)   

그런데 고종은 또 다시 거절할까?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