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이건희 미술관’ 서울 용산·송현동 등 2곳 압축
문화분권 주장하며 유치전 펼친 창원·진주·의령 등 반발
창원유치위 “정부 결정 철회”, 의령군 “공동대응 나설 것”
진주시 유감표명하고 국·공립문화시설 유치 차선책 발표

이건희 미술관이 7일 결국 수도권에 유치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문화분권을 주장하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경남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발끈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은 조규일 진주시장이 이날 유감을 표명하는 모습. 가운데는 황희 문체부장관이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를 발표하는 모습(사진=정부 e브리핑 캡쳐). 오른쪽은 이건희 미술관 창원관 유치위원회에서 정부발표에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는 모습.
이건희 미술관이 7일 결국 수도권에 유치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문화분권을 주장하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경남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발끈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은 조규일 진주시장이 이날 유감을 표명하는 모습. 가운데는 황희 문체부장관이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를 발표하는 모습(사진=정부 e브리핑 캡쳐). 오른쪽은 이건희 미술관 창원관 유치위원회에서 정부발표에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는 모습.

[한국농어촌방송/경남=강정태 기자] 이건희 미술관이 결국 수도권에 유치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문화분권을 주장하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경남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발끈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두 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치위원회 구성 등으로 지방유치에 전방위적 활동을 펼쳤던 창원시, 의령군, 진주시 등은 유감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창원시의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시청 정문에서 문체부의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 결정 발표’ 규탄 및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문체부의 발표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적 국정과제로 표방해온 현 정부의 자기부정이며,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는 망국적 결정”이라며 “결국 정해진 답을 내놓고, 비수도권 지자체에겐 선심이라도 쓰듯 알맹이를 쏙 뺀 빈 껍데기만 건네주며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건희 기증관’의 서울 건립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 △지방 국립문화시설 확충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 △확실한 문화분권 대안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을 건립할 것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의령군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애당초 서울을 염두에 두고 답을 정했고, 생색내기로 지방에 유치전을 펼친 것”이라며 “이번 발표에 지방은 안중에도 없었고, 배려도 없었다. 정부가 지방을 버렸다”고 비난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의령에 무조건 건립해야 한다는 지역이기주의로서 미술관 건립을 주장하는 것은 애초부터 아니었다”며 “하지만 정부의 문화분권과 균형발전의 결론은 언제나 서울로 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령군은 유치를 희망한 다른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이날 오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번 발표는 심히 유감스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조 시장은 “정부는 문화분권과 문화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시대적 요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단지, 현재의 문화환경과 여건만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반발했다.

다만 진주시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 실패의 차선책으로 근·현대 국·공립 문화시설을 진주에 유치해 서부경남의 특화된 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밝혔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주성에 위치한 국립진주박물관을 구 진주역 철도부지로 이전·건립을 추진하면서 진주시는 비게 될 현 진주박물관에 진주지역에 특화된 국·공립문화시설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조 시장은 “문체부의 이번 결정은 유감이지만, 우리 시는 문화균형발전을 위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 시는 지역의 특화된 국공립문화시설 유치를 위해 올해 하반기 타당성 용역을 실시해 문체부의 지역문화시설 설치방향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4월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이 문화재와 미술품 총 2만3181점을 기증한 이후, 기증품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 전담팀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운영위는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 2곳을 이건희 기증품 활용의 4대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4대 기본원칙은 △국민의 문화향유기회 확대를 위한 국가기증의 취지 존중과 기증의 가치 확산 △문화적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성 구현 △전문인력 및 국내외 박물관과의 협력 확장성 △문화적·산업적 가치 창출을 통한 문화강국 이미지 강화 등이다.

황희 문체부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갖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있다”며 “후보지들이 연관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 상승효과를 기대할만한 충분한 입지여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랑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는 고인의 뜻을 고려했다”며 “앞으로 방대한 기증품에 대한 국가적인 조사와 연구를 추진하고 기증품의 역사적·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규명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기증관 건립과는 별도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더욱더 강화하고, 권역별 분포와 수요를 고려한 국립문화시설 확충, 지역별 특화된 문화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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