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하는 것으로
세상을 살았다면
조금 더 편하고 여유롭지 않았을까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나는 며칠째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들의 정체를 파악하느라 너무나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건설적인 일이라서 피곤하다면 불평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인데, 전혀 그렇지 않음을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 어디에 말하지도 못하고 그저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엇이 화가 나고 어떤 것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구체적인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그 깊이는 끝없이 아래로 추락한다. 흔히 말하는 나이가 주는 우울함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견디고 버텨내고 있지만 지난 세월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가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내 과거에 문제가 있어, 아름다운 추억은 사라지고 회한만 남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과거 어느 한때로 되돌려 준다고 해도 나는 아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다시 그 과거만큼 열심히 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었다. 따라서 욕심도 많은 사람이었던 같다. 적어도 타인의 것을 빼앗아 나의 욕심을 채우려 한 적은 없었다. 나의 노력을 믿었고 희망적이었다. 혹 실패하더라도 타인을 원망하기보다 나의 절실함이 누군가의 것보다 적다고 생각하고 더욱 노력하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 할 때 생기는 불행함은 늘 존재했다.

차라리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하는 것으로 세상을 살았다면 세상을 조금 더 편하고 여유롭게 살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눈을 가졌으니 그렇게 급하고 바쁘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 중년의 위기를 조금 편하게 보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미 지난 시간과 생각을 돌이켜 세울 수는 없다. 난 내일을 위해 지금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없으니 늘 우울한 기분을 가지고 나도 힘들고 주변도 힘들게 할 수는 없다. 여름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내가 여름이 서운해서 막고 선다고 해서 가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듯, 나의 내일도 어김없이 올 것이다.

나는 나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한다. 뭘 안하고 싶은 지를 알아차리고 지내기를 바라면서 오늘을 열심히 살기를 응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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