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내년 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후보선정이 점차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여당은 이재명 후보로 최종 정리됐고, 야당도 11월 중에는 최종 후보를 정한다는 일정이다. 그동안 양당에서 진행된 최종 후보 선발을 위한 당내 후보 경쟁과 의견 수렴과정을 보면서 우리 정치가 퇴보하는 것 아닌가 한다. 막장 정치의 진수를 보는듯한 느낌이 갈수록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굳이 막장이란 단어를 쓰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그동안 지켜본 10차례의 대통령 선거와 유세를 반추해보면서 이번 선거처럼 본말이 전도되는 막말과 막가파식 태도의 성찬이 그다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그가 선정되는 과정은 실로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형과 형수 쌍욕, 김부선 스캔들, 조폭 연관설 그리고 대장동 특혜의혹을 뒤로 하고 2위 후보인 이낙연과는 불과 0.29%라는 초박빙의 신승으로 대권후보라는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저력과 뚝심이 대단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승리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낙연 후보측은 중도 사퇴한 후보들의 득표를 최종 득표율 계산에서 무효표로 처리한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불복 자세를 취하고 있다. 3차 선거인단 개표결과에서는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에게 28.3%대 62.37%라는 대참패를 당했다. 가장 최근에 나타난 민주당 지지층의 여론이다. 이 수치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일반 국민들이 이재명 후보를 보는 시각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수락 연설을 한 이재명 현 경기도 지사는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세력의 부패비리를 반드시 뿌리를 뽑겠다는 부동산 대개혁을 주창했다. 마치 죄지은 사람이 그 죄를 따지겠다는 태도를 보이니 조국의 입시적폐 청산론과 비슷한 공허함이 뒤따른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특징은 막가파식 정책 공약의 잔치였다. 그런데 여기다 최종 후보의 태도 또한 막가파식이니 막장은 막장이다.

야당인 국민의 힘 대선후보 경선은 어떤가? 여기서는 무슨 정책 토론은 아예 기대할 수가 없다. 그동안 몇 차례 토론을 했지만 상대방 후보를 헐뜯는 혀를 내두를만한 기상천외한 막말만 난무하고 있다. 무제한 검증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상대방 후보의 약점을 잡아 헐뜯는 시간만 아까운 토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장 압권은 항문침 전문가라는 사람을 둘러싸고 벌어진 설전이다. 유승민 후보가 윤석렬 후보에게 항문침 전문가를 수행원으로 데리고 다닌다고 공격한 일이다. 알고 보니 이 항문침 전문가는 선거 때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유력 후보와 사진찍기를 취미(?)아니면 사업의 도구(?)로 삼는 이른바 선거판 고정 출연 인사였다. 문제 삼은 본인 역시 웃는 얼굴로 그 전문가와 사진을 찍었다. 야당의 경선판은 코미디보다 더한 코미디가 되고 말았다. 입이 가볍고 거칠기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 홍준표 후보에다 말실수 연속인 윤석렬 후보까지 거들고 있으니 야당 정권교체 무망론이 나올 법도 한 상황이다. 야당은 여당처럼 뻥이라도 좋으니 정책대결을 좀 해주어 국민들의 멍든 가슴을 조금이라고 풀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선거에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상대적인 것은 틀림이 없다. 자신이 잘해서 보다는 상대방의 실수로 자신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당선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신의 능력과 생각을 유권자에게 어필해서 지지를 얻어내야지 상대방을 폄하하고 헐뜯어서 자신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접근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낙마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지지율이 온다는 법칙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앞길이 아직도 험하다. 자칫하면 도지사직도 후보직도 모두 잃는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다. 야당은 남아 있는 후보 최종결정전에서 제발 정책 대결로 맞붙었으면 한다. 국가의 정치 수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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