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농축수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1540만톤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대규모 벌목 방지와 농지 태양광 사업 확대 등을 발표하자 농축수산 분야 종사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탄소중립을 위한 농어업·농어촌 분야 쟁점과 과제' 토론회를 15일 오후 서울 중구 ENA스위트호텔에서 열어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농어업·농어촌 분야 쟁점과 과제' 토론회 현장 / 김동진 기자 
'탄소중립을 위한 농어업·농어촌 분야 쟁점과 과제' 토론회 현장 / 김동진 기자 

현장에는 김현권 농어업·농어촌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과 이유진 농특위·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동국대 교수), 최무열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 김혜애 환경보전협회 상근부회장, 장슬기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 회장,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상무, 주영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등 농축수산 부문 관계자가 참석했습니다.

김현권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일과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일을 어떻게 연결할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 생업이 달린 농어업·농어촌 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하고 이미 수립한 계획 역시 점검해야 한다. 예컨대 유기농업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데 유기농업을 확장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과 같은 엇박자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발언하는 김현권 위원장
발언하는 김현권 위원장

이유진 농특위·2050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은 '2030 NDC,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의미와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도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는지 묻고 싶다"며, "축산부문의 경우 대체가공식품 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채식이 확대되는데 이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2050년 적정 사육두수는 얼마여야 하는지 구체성을 가지고 계획을 수립하고 있나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식량안보를 지키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 농축수산업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재해예측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축사와 양식장의 시설 개선 및 디지털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농어업·농어촌 분야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의 쟁점'을 주제로 발표한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은 "태양광 발전 인허가 절차가 길어지면서 REC 가격 하락으로 태양광 사업 경제성이 악화되는 등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며, "재생에너지 전기 소비 증가로 농어업인이 부담할 생산비가 늘었고, 농기계를 전기화하고 노후 농기계를 폐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관련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발언하는 최무열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
발언하는 최무열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

이어진 토론회에서 최무열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은 "산림청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으로 목재수확은 무조건 파괴적이라는 오해가 생겼다"면서 "산주의 입장에서 공익기능 때문에 국가 지원을 받아 나무를 심었더니 소득은 거의 없고 규제와 의무만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목재수확과 생산은 정상적인 산림경영 활동임을 인정하고 어떻게 친환경 정책과 조화를 이룰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영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수산분야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기후변화 및 자원고갈로 인한 어업생산량 감소,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따른 경영악화로 위협 요인이 다수 존재한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을 위해 수산업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비용이 증가할 것이며, 이를 감내하는 부분에 대한 설득 작업을 어업인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상무는 "축산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가축 사육환경과 가축분료 처리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며, 저메탄사료 및 고체연료화 등을 위한 기술 개발과 보급도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장슬기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 회장은 "신재생 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태양광 시설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지역도 많다"며 "농업을 하고자 농촌에 내려왔지만, 정작 구하기 어려운 농지에 태양광이 들어설 때는 농촌에 사는 청년으로서 후손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비자들은 값이 싸면서도 외관은 아름답고 균일한 모양을 지녔으며 맛도 좋고 유기농인 농산물을 원한다"며, "공산품이 아닌데 유통시장에서 형성한 선별기준과 등급나누기, 학교 급식에서의 농산물 규격화 등으로 유통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무엇보다 중소농들이라면 판매조차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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