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광에 대한 평가 (2) 

창덕궁 희정당 정문
창덕궁 희정당 정문

1498년 7월 29일자  「연산군일기」에 수록된 유자광(柳子光, 세종 21〔1439〕∼중종 7〔1512〕)의 평가를 계속하여 읽는다.  

“유자광은 일찍이 호걸 지사라 자칭하여 성질이 음흉하여 남을 잘 해쳤고 재능과 명예가 자기 위에 솟아난 자가 있으면 반드시 모함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한명회의 문호(門戶)가 귀성(貴聖)함을 시기했는데, 마침 성종께서 간하는 말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기발한 언론으로써 왕의 좋아하는 바를 맞추고자 하여, 마침내 한명회가 발호할 뜻이 있다고 상소하였는데, 왕이 죄로 여기지 아니하였다.” 

1476년(성종 7) 2월 19일에 유자광은 한명회(1415~1487)의 발언을 탄핵하는 상소(上疏)를 올렸다.   

"신(臣)이 듣건대, 한명회가 대왕대비(大王大妃 세조 비 정희왕후)에게 아뢰기를, ‘지금 만약 주상(主上)에게 정사를 돌려준다면 바로 이는 국가와 신민(臣民)을 버리게 되는 것이고, 후일에 신이 대궐 안에서 비록 술을 마시더라고 마음에 편안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였으며, 또 아뢰기를 ‘노산군(魯山君: 단종)이 나이가 어림에도 부호(扶護)하는 사람이 없었던 까닭으로 간사한 신하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가 있었는데, 다행히 우리 세조 대왕께서 반역한 무리들을 목 베어 제거함으로써 국가가 편안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중궁(中宮)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전하에게 정사를 돌려주는 것은 진실로 옳지 못합니다.’라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한명회는 감히 전하를 노산군에 견주는 것이겠습니까? 

(...) 신은 이 말을 듣고서 분개함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 전하께서는 한명회를 왕후의 아버지라 하여 그 죄를 차마 명백히 다스리지는 못하지마는, 천하의 공의(公義)와 공법(公法)에 어떠하겠습니까? 법이란 것은 천하 만세(萬世)의 법이고, 전하 한 시대의 법은 아닌 것인데, 전하께서는 어찌 천하의 공법(公法)을 굽혀서 한 나라의 죄인에게 사정(私情)을 쓸 수가 있겠습니까? 
하물며 지금은 대왕대비께서 정사를 돌려주는 초기이므로, 바로 전하께서 정사를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초이니, 어찌 천하 만세의 공의(公義)와 공법을 요동시켜 백성들에게 보일 수 있겠습니까? 

(...) 삼가 원하건대, 한명회를 유사(有司)에 회부하여 그 정상(情狀)을 밝히고 그 죄명을 나타내어, 중앙과 외방의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의심을 환하게 풀도록 하시면 국가에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이에 성종이 전교(傳敎)하였다. 
"이미 지나간 일을 어찌 다시 논하겠는가?"
(성종실록 1476년 2월 19일 2번째 기사)

4일 후인 2월 23일에 유자광은 한명회의 처벌을 청하는 상소를 또 올렸다. (성종실록 1476년 2월 23일 2번째 기사) 

"신(臣)이 공훈(功勳)의 끝에 외람되게 참여되여 마침내 이러한 처지에 이르게 되었으니, 비록 직책이 간관(諫官)은 아니지마는, 국가의 큰 일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듣고 본 대로 충성을 다하고 절의(節義)를 다하여 말하지 않는 바가 없어서, 죽은 후에야 그만둘 것입니다. 

이로써 이달 19일에 한명회의 죄상을 가지고 임금의 총명을 모독하고는 물러나와 대죄(待罪)하였는데, 어제는 특별히 신 불러서 신의 죄를 용서해 주시니 이보다 더 다행한 일이 없습니다. 

다만 한명회까지 아울러 용서하고 죄를 다스리지 않았는데, 신은 감히 죽음을 무릅쓰고서 두 번이나 임금의 총명을 모독하니 진실로 황공합니다. 
신하에게 큰 죄가 있는데도 다스리지 않는다면, 천하의 법이 바르지 못하며 국가의 정치가 바르지 못합니다. 법이 바르지 못하고 정치가 바르지 못하다면, 국가의 큰일 가운데 이보다 더 큰 것이 있겠습니까? (...)  한명회의 죄는 다스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한명회의 죄는 전하께서 이미 말씀하셨고, 조정에서도 이미 알고 있으며, 나라 안의 신민(臣民)들도 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 지금 전하께서는 한명회가 여러 조정에 조그만 공로가 있음을 어여삐 여기시고, 또 왕후 아버지의 구가(舊家)라고 하여 차마 법대로 처리하지 않고 계십니다. 신은 한명회의 죄를 국법으로 능히 처단하지 못한다면, 어리석고 미혹하여 행의(行義)가 없는 사람들이 서로 이르기를, ‘한명회의 죄가 이처럼 중하고 큰데, 주상께서 이를 알면서도 죄를 다스리지 않았고, 조정에서 이를 알면서도 능히 말을 꺼내지 않는다.’고 하면서 몰래 부종(附從)하는 이가 있게 되어 한명회의 위세가 전일(前日)보다 더함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 전하께서는 신이 미천(微賤)하다고 하여 그 말을 소홀히 여기지 마소서."

이러자 성종은 “긴요하지 않은 말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고 전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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