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효온의 상소 (2)

경복궁 영추문
경복궁 영추문

 

1478년(성종 9년) 4월 15일에 혼인, 수령의 선발, 내수사의 폐지 등을 건의한 24세의 성균관 유생 남효온의 상소는 계속된다. (성종실록 1478년 4월 15일 3번째 기사)

“다섯째, 무당과 부처를 물리쳐야 합니다. 신이 듣건대, 무당은 삼풍(三風: 무(巫)·음(淫)·난(亂)의 세가지 나쁜 풍속)가운데 그 하나이며, 부처는 본래 서역(西域)의 교(敎)인데, 옛 제왕은 모두 외면하고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습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보탬이 없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음사(淫祀)를 섬기면 복이 없다.’고 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유교를 숭상하고 이단(異端)을 물리쳐서 무당을 성 밖으로 내쫓고 승도(僧徒)를 저잣거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으니, 온 국민의 복이며 우리 유자(儒者)의 다행입니다.

그러나 음사(淫祀)는 파하면서 국무(國巫)의 설치는 그대로 있으니, 신은 국무가 무슨 일을 맡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불교를 배척하면서 주지(住持)를 두는 것은 그대로 있으니, 신은 주지가 무슨 직사(職事)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 사람들은 사람의 생사화복(生死禍福)이 모두 무당에게서 말미암는 것이라고 이릅니다. 혹은 49재(齋)라고 일컫고 혹은 수륙재(水陸齋)라고 일컬으며 혹은 일재(日齋)라고 일컫고 혹은 재승반불(齋僧飯佛)이라고 일컬으면서 사람의 수요귀천(壽夭貴賤)과 사람이 죽은 후의 영고(榮苦)가 모두 부처에게서 말미암는다고 생각하니, 하늘에 대해 방자하고 신(神)을 속이는 것이 이보다 심함이 없으므로, 천지의 화기(和氣)를 손상시키는 것은, 이것이 한 단서입니다. (...)

신의 생각으로는, 전하께서 먼저 국무(國巫)를 없애면 음사(淫祀)가 저절로 없어질 것이며, 전하께서 먼저 주지를 없애면 불사(佛事)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그칠 것입니다. 이단이 없어지고 하늘과 사람이 화합(和合)하면 재이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섯째, 학교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예전에 집에는 숙(塾)이 있고 5백 호에는 상(庠)이 있고 1만 2천 5백 호에는 서(序)가 있고 나라에는 학교(學校)가 있어서, 사람이 나서 여덟 살이 되면 소학(小學)에 들어가고 열다섯 살이 되면 대학에 들어가니, 어디에서나 배우지 아니하는 곳이 없고 선비가 아닌 자가 한 사람도 없습니다.

(...) 이제는 이미 가숙(家塾)과 당상(黨庠)은 없고 태학(太學: 성균관)도 유명무실하며 훈고(訓詁)를 배우고 사장(詞章)을 익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에 박힌 것이 깊고 사람을 그르친 지가 오래되어서, 사유(師儒)가 된 자는 한갓 구두(句讀)만 일삼고 제자가 된 자는 과거 시험에 이름을 다투어 장구(章句)를 아름답게 꾸미고 병사여륙(騈四儷六 뜻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미문조 美文調)하며 방계곡경(傍蹊曲逕)으로 다만 벼슬 만을 구하니, 전하께서 누구를 얻어서 부리겠습니까?

비록 한두 사람 학문의 이치를 궁구하며 참되고 올바른 선비가 있을지라도 태학에 나아가기를 즐겨하지 아니하며 사유(師儒)가 거기에 맞는 사람이 아닌 것을 부끄러워하니, 그 뜻은 대개, ‘내가 저 사람에게서 도(道)를 배우려 하나 저 사람은 도가 없으며, 내가 저 사람에게서 학업을 배우려 하나 저 사람은 학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신의 어리석고 망령된 생각으로는, 성균관에 벼슬할 사람을 먼저 좌우에 물어서, 좌우에서 모두 좋다고 말한 뒤에 경상(卿相)에게 묻고, 경상이 모두 좋다고 한 뒤에 대부(大夫)와 사(士)에게 물으며, 대부와 사가 모두 좋다고 한 뒤에 백성에게 묻되, 백성이 모두 좋다고 한다면 반드시 현인 군자(賢人君子)일 것입니다. 하나의 현인군자를 얻어서 사표(師表)를 삼으면 배우는 자의 익히는 바가 저절로 바르게 되며 사람들이 효제 충신(孝悌忠信)의 귀함과 사장(詞章)의 말습(末習)이 비루(卑陋)함을 알아서, 학교가 일어나고 인재가 나올 것이니, 인재가 나와서 명신(名臣)이 성하게 되면 재이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남효온은 학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 일이 즉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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