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농민단체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철회 촉구..."한미FTA '굴욕 협정'의 당사자"

[한국농어촌방송=권희진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김현종(58)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한 것과 관련 농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FTA대응 범국민대책위 등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임명 철회' 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전농

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모임 '농민의 길'과 시민단체모임 'FTA(자유무역협정) 대응 범국민대책위'는 공동으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현종 본부장은 본인 말대로 한미FTA 협상 기간 ‘미국을 위해 죽도록 싸운’ 인사”라면서 “미국식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맹신에 근거해 미래 산업과 농업, 식량주권을 송두리째 내준 한미FTA '굴욕 협정'의 당사자"라고 비난했다.

또 “한미FTA는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양국의 주요 통상 현안이 ‘4대 선결조건’이라는 이름아래 넘어갔다”면서 “협상의 내용이 아니라 협상 타결 자체가 목표가 되어 군사작전하듯 협상이 강행됐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굴욕협정을 자신의 성취로 여기고 있는 인사, 수많은 독소조항에 대한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독소조항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인사를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세운다면, 한미FTA는 또다른 개악의 운명을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본부장 임명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스스로 ‘피플파워 정부’라고 하면서도 촛불 항쟁 이전과 이후에 대한 아무런 성찰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변했다.

김 본부장 임명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 본부장이 공식 임명된 지난 달 30일 여야는 5당 5색의 논평을 통해 기대와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현종 본부장 임명과 관련 "전문성과 국익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실리 중심의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도 "여권은 집권하면 과거 우리 야권이 성사시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물리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오히려 협상 당사자였던 사람의 전문성을 높이 사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했다"며 "여권의 전향적 자세 전환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한미 FTA 재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김 본부장이 맡고 있던 WTO 상소기구 위원 지위를 내놓게 된 데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대로 유감을 표시한 정의당은 "미국에 유리하도록 후퇴한 FTA를 체결한 장본인이 바로 김현종 본부장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압박하고 나서는 마당에 김 본부장이 또 다시 협상장에 들어선다면 불안한 출발선에 서는 꼴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부활한 통상교섭본부장의 임명으로 미국이 요청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지 귀추가 쏠리고 있다. 

한편 서울 출신인 김현종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이끈 경제통상 전문가로서, 외교통상부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특명전권대사와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 등을 역임했다. 

또한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외교 자문그룹이었던 ‘국민아그레망'의 일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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