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물장어의 산지 가격이 폭락해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민물장어 1kg의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인데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민물장어는 전통적으로 보양식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특히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어서 겨울에는 찾는 사람들이 적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겨울철에 더 좋은 음식이 민물장어입니다. 보통 자연산 민물장어는 바다로 회귀하는 중 7~8월경 하천 하구에서 주로 잡히기 때문에 늦여름에 주로 먹었지만, 양식 민물장어는 사계절 공급이 가능합니다. 영양 성분으로는 불포화지방산과 아미노산이
가을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 좀 지나간 것 같더니 갑자기 아침 저녁으로 패딩을 입어야 하는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선선한 가을 바람과 높은 하늘을 즐기는 가을은 이제 기억 속에만 있는 것 같습니다. 찐 옥수수는 날씨가 추워질 때쯤 생각이 나는 간식입니다. 옥수수를 쪄서 팔고 있는 트럭 옆을 지나다 보면 구수한 냄새에 선뜻 지갑을 열게 됩니다. 옥수수의 달큼한 맛과 구수한 향 그리고 쫀득한 식감은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가끔 시골 장에 가면 아직도 뻥튀기 기계의 소리에 놀라곤 하는데 옥수수 뻥튀기도
가을의 풍요를 묘사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늙은호박입니다. 두 손으로 들기 버거울 만큼 크게 자란 붉은 빛의 호박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껍질을 벗긴 후 물러지게 끓인 호박 물에 쌀가루와 팥을 넣고 끓여낸 호박죽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호박이 주는 풍요의 상징은 더 따뜻하게 다가옵니다.추수를 할 때쯤 호박을 반기는 것은 동서양이 따로 없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10월 단풍이 들기 시작할 때쯤 호박축제를 즐기는데 호박으로 만든 파이로 맛을 자랑하기도 하고, 호박으로 조각품을 만들기도 하고, 호박 크기를 가지고
추석입니다. 아무리 여름에 더위가 맹위를 떨쳐도 절기는 어김없이 돌아옵니다. 추석 상을 차리다 보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재료가 돼지고기입니다. 산적은 물론 동그랑땡, 만두, 잡채 등 다양한 음식에 주재료 혹은 부재료로 돼지고기가 들어갑니다. 농사를 천하지대본으로 생각해 왔던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돼지고기는 반드시 필요한 식자재입니다. 소가 농사를 위해 사용되던 시절 쇠고기는 쉽게 먹기 어려웠지만 돼지는 오로지 식용으로 사육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돼지는 잡식성이어서 식재료를 다듬고 버린 부위나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초가을의 거리를 걷다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가 있어 주변을 둘러보면, 칡덩굴 사이로 갈화(칡꽃)가 피어 있습니다. 갈화는 생김새와 향기는 아카시아와 비슷한데 보랏빛이 강합니다. 수북한 칡덩굴 사이에 피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진한 향기는 벌나비를 부르기에 충분합니다. 보통 소나무 주위에는 잡초가 잘 자라지 못하는데 칡만큼은 예외입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깊이 내리고 사정없이 덩굴을 뻗어 햇빛을 향해 소나무를 감아 오릅니다. 동산 하나가 온통 칡덩굴로 뒤덮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농사를 많이 지어 힘이
며칠 비가 온 후 아침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도 가는 것 같습니다. 가을 초입에 생각나는 먹거리는 전어입니다. ‘전어철이 되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이 있는데, 아마도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 가을 전어로 만선이 되면 돈을 벌러 집을 떠난 며느리가 돌아올 정도로 살림이 피었다는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전어는 떼를 지어 다니는 군집성 어류입니다. 그래서 철이 되어 잡힐 때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잡히고 심지어 해변에 떼로 몰려와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을 서남해에서
며칠 전 가평의 농협 마트에 들렀다가 배추 가격을 보고 놀랐습니다. 날씨가 너무 덥고 비가 많이 와서 배추가 좋지 않을 것 같았지만 강원도 고랭지의 배추는 좀 나을까 하는 생각에 들렀던 것인데, 3포기 한 묶음이 24000원이었습니다. 배추가 속이 실팍하고 싱싱하면 살 생각도 있었는데 세 포기 담아야 김칫통 한 통이나 될 듯 말 듯 보여서 포기하고 알배기 배추를 살까 하고 보니 한 손으로 가뜬하게 들만한 것이 만원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워낙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배추가격 오르는 정도는 기삿거리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휴가차 중국 운남성 서북쪽의 샹그릴라라고 하는 장족 도시를 여행했습니다. 한 가정을 방문해 식사를 하는데 집에 모신 제단 앞에 놓인 그릇에 눈길이 갔습니다. 자세히 보니 볶은 곡물이 들어 있었는데 통밀이었습니다. 장족들에게 밀은 신에게 바치는 귀한 곡식이었던 것입니다. 근대화 이후 우리나라에서 밀은 귀한 대접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밀가루 원조를 받아 식량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밀가루 음식을 지겹다고 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비만과 성인병이 사회적 문
우리나라에서는 산모가 해산을 하고 나면 반드시 미역국을 먹습니다. 보통 산후조리원에서는 2주 동안 삼시세끼 미역국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산후에 미역을 집중적으로 섭취하는 민족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또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에는 열기를 다스리고 입맛을 되살리는 음식으론 청열 효과가 뛰어난 미역냉국만 한 게 없습니다. 미역을 사기 위해 건어물전에 가면 말린 미역을 길고 넓게 포장을 해두고, 위에는 산모용이라고 크게 써서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산모용 미역은 주로 선물로 쓰기 때문에 가격도 꽤 비쌉니
칠팔월이 되면 산과 들에 도라지꽃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띕니다. 보라색 주머니같이 오므린 모양이 특이해 도라지꽃은 알아보기가 쉽습니다. 어릴 적 색종이로 도라지꽃을 많이 접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초등학교에서 도라지타령을 배울 정도로 도라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식재료입니다. 무엇보다 제사를 지낼 때면 도라지나물이 꼭 사용되고, 도라지 정과는 귀한 선물로 사용되는 등 도라지는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도라지는 주로 물 빠짐이 좋은 사질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물을 가두어 키우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물 빠짐이 좋은 땅
식초를 넉넉히 넣고 얼음을 동동 띄워 먹는 오이냉국은 여름의 별미입니다. 오이의 찬 성질이 더위를 식혀줄 뿐만 아니라 풍부한 비타민C가 더위에 지친 피부에 활력을 더해줍니다.오이는 어른의 채소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오이보다는 단 참외나 수박을 좋아하기 마련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원하고 쌉쌀한 맛이 감도는 오이가 좋아집니다. 여름철 오이에 된장을 듬뿍 찍어서 한입 베어 물면 오이의 향과 된장의 구수한 맛이 잘 어울립니다. 이 또한 어릴 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맛입니다. 덩굴식물인 오이는 좁은 땅에서도 잘 자랍니다. 오이순이 지지
날이 더워지기 시작할 때쯤 지방 오일장에 나서면 여기저기서 마늘꾸러미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마늘을 100개씩 묶어 한 접으로 판매하는데 마늘 크기와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가 2배도 넘습니다. 요즘에는 깐 마늘이나 다진 마늘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마늘은 제철에 사서 직접 까서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생각도 들고, 장에 풍성하게 놓여 있는 마늘을 보면 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은 아마도 어릴 적 할머니나 어머니가 장에서 마늘을 사며 하신 말씀에 대한 기억이 남아서인 것 같습니다. 마늘을 한 접 사려고 마음을 먹고 나면 어떤
토마토는 여름의 건강식입니다. 리코펜, 베타카로틴, 비타민C 등 항산화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비만,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은 물론이고, 전립선 질환을 개선하고 피부도 곱게 해주는 등 팔방미인입니다. 토마토를 많이 먹을수록 병원을 멀리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토마토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많이 먹어왔습니다. 실제로 파스타나 피자와 같은 이탈리아 음식에 토마토가 많이 사용됩니다. 알고 보면 이탈리아에서 토마토를 먹게 된 것도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토마토는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중반에 걸친 신대륙
단맛은 매혹적입니다. 혀의 미뢰에 당분의 분자가 접촉하는 순간부터 아니, 단 것이 내뿜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순간 우리는 단맛의 유혹에 빠집니다. 15세기 말 신대륙에서 발견된 사탕수수 설탕이 구대륙으로 퍼지면서 사람들은 설탕의 단맛에 중독됐습니다. 그 이전까지 단맛은 매혹적이기는 하지만 비싼 맛이었습니다. 귀한 쌀을 엿기름으로 삭혀 엿을 만들거나 누룩으로 발효시켜 술을 빚어야 단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꿀이나 과일도 단맛을 가지고 있었지만 귀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에는 단맛을 내는 물질이 매우 다양하고 저렴합니다. 설탕보
봄철 들판에 나서면 쑥을 캐느라 쪼그리고 앉아 있는 아주머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모두 가족에게 봄의 싱그러움을 안겨줄 생각으로 무릎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쑥만큼 우리나라 사람들과 오랜 시간 함께한 봄나물은 없습니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웅녀가 되기 위해 먹었던 것이 쑥이었습니다. 여름철 피우던 모깃불의 재료도, 한의원에서 뜸을 뜨는 약재도 모두 쑥입니다. 랩소디가 민족의 서사적 음악이라고 한다면 쑥이야말로 랩소디의 소재가 될 만합니다. 봄철 어린 쑥은 질감이 보드라울 뿐 아니라 향긋한 향과 함께 쌉싸름한 맛으로 입
춘분이 지나 해가 길어지면서 달리기 참 좋은 날씨입니다. 무더워지기 전 선선한 봄바람과 함께 달리면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기분까지 상쾌해집니다. 하지만 달리다 발목에 무리가 가면 여러모로 난처해집니다.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통증이 느껴지고 절뚝거리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매일 하던 운동을 못 하게 되는 것도 낭패입니다. 운동을 못 하게 되면 당장 뱃살이 걱정입니다. 발목은 다섯 개의 발등뼈와 두 개의 정강이뼈 사이에 있는 돌덩이처럼 생긴 여러 개의 뼈로 이루어진 복잡한 관절입니다. 걷기라는
잇몸 절개 없이 식립 가능 '컴퓨터분석임플란트'로 정밀성 높여 현대 사회에 접어들수록 웰빙, 안티에이징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 의식주에 만족해야 했던 행복의 기준과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고령화 시대, 백세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그에 맞는 외모와 신체적 기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특히, 건강한 신체를 위한 치아건강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은데, 저작 기능을 하는 치아는 한 개의 상실로도 많은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우리 구강은 위아래 스무 개의 치아를 가지고 있어 많다고 느낄 수 있지만 한 개
치과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요즘에는 치아 상실 때문에 임플란트를 찾는 분들이 많다.임플란트란 상실된 치아에 인공치아를 식립하여 구강의 치아를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이미 많은 분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정도로 대중화된 과정이다. 제3의 치아라고도 불리며 인체에 해가 없는 티타늄 재질로 된 인공치아를 식립하였기에 심미적으로도 자연치아와 비슷하고, 단단하게 고정되었기에 기능적으로도 우수하게 만나볼 수 있다.하지만 잇몸뼈에 고정이 되기에 뼈가 얇거나 부족하다면 뼈를 이식하는 과정을 통하여 고정력을 높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어야 한다.
충청도 공주 국선암에서 1487년 새해를 맞았던 추강 남효온(1454∽1492) 서울로 돌아가지 못했다. 손자를 잃은 모친과 자식을 잃은 아내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남효온은 발길을 남쪽으로 돌렸다. 그는 충청도 차령고개(차현)을 넘어 정처없이 방랑하면서 어머니를 생각했다.'차현(車峴)에서' 시를 읽어보자.차현 푸른 하늘에 닿았는지라 車峴根靑冥해진 채찍 애오라지 한 번 울리네 弊鞭聊一鳴아이 종은 미련하여 저녁밥 염려되고 僮頑虞夕爨조랑말 병들어 외로운 길 한탄하네 馬病嘆孤征비 내린 뒤라서 산골 풀 젖었고 雨過澗芼濕잔설이
김시습의 강원도 생활도 어언 7.8년이 되었다. 그는 기운이 쇠했고,병도 자주 걸렸다. 더구나 김시습은 외로웠다.그가 지은 ‘길손이 있다(有客)’라는 시를 읽어보자.오랑캐 귀신 같은 길손이 있네주절주절 오랑캐 말을 해대는제 말에, 스무해 동안남쪽 북쪽으로 돌아다녔다나.율무 염주를 주먹에 두르고쇠털 모자를 머리에 쓰고서어이해서 본업을 버리고고생고생 먼 길을 돌아다녔나.강원도 동해 가에서 지은 ‘길손’ 시는 응답을 잃어버린 외침과 같았다. 이 길손의 모습이 바로 김시습의 자화상이었다.(심경호 저, 김시습 평전, p 558-559)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