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독성 물질 섭취로 인한 발생·증식·전이 감소 효과 확인, 악성종양 88%나 감소...항암보조식품 연구 박차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우리나라의 간 질환자가 약 600만 명에 이르고 40대 남성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익은 누에(숙잠, 熟蠶)를 수증기로 쪄서 동결건조한 ‘홍잠(弘蠶)’이 간암이나 간염, 간경화 등 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의 동물실험 결과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간암의 종양 수 발생 감소효과>간암 유발물질인 DEN을 투여한 모든 시험구의 래트의 간에서 암이 발생. 그러나 DEN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더라도 홍잠을 섭취한 시험구는 16주 후에 DEN투여 시험구에 비해 섭취용량에 따라 종양의 수가 최대 88% 감소함. *DEN 투여 시험구에서 약간 희게 보이는 반점들이 종양임(사진=농진청)

‘홍잠’이란 완전히 자라 몸속에 견사단백질이 가득 찬 익은 누에(숙잠, 熟蠶)를 수증기로 쪄 동결건조한 익힌 숙잠을 말한다. 이는 지난해 대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명칭으로, ‘널리 이롭게 하는 누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간암은 독성 물질 노출이나 바이러스 감염, 지나친 알코올 섭취 등에 따른 간염과 간경화가 주요 원인이며,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21.5명으로 폐암 35.1명 다음으로 높다.(통계청, 2016년 기준)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은 차의과학대학교(총장 이훈규) 약학대학 김은희 교수 연구진과 함께, 시험 쥐(래트)를 대상으로 한 간암 억제 효과 실험에서 간암 유발 독성 물질인 DEN(Diethylnitrosamine: 다양한 식품, 알코올 및 담배 연기 등에 함유돼 있으며, 간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16주 동안 주 1회씩 투여하는 동시에 홍잠을 매일 1g(60kg 성인 기준 10g)씩 먹였다.

그 결과, DEN만 투여한 시험 쥐의 간에서는 많은 악성 종양이 발생했지만, 홍잠을 동시에 먹인 쥐는 먹지 않은 쥐에 비해 악성 종양 수가 8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특히, 세포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암화증상인 이핵(Binuclear) 현상이 70%, 악성 종양 증식인자인 PCNA가 58%, 암세포의 전이와 재발 인자인 Ki-67이 50% 감소하는 등 간암 관련 지표도 의미 있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홍잠이 간염과 간경화 억제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간염과 관련해 대표적인 염증 물질인 TNF-α가 62% 줄고, 간의 손상 여부와 정도를 판단하는 인자인 CYP2E1이 97%, ALT가 41%, AST가 56%, 빌리루빈이 100%, LDH가 83% 줄었다.

간경화와 관련해서도 간의 섬유화 인자인 CoL1a1이 72%, Acta2가 87% 줄었고, 간경화 지표인 GST-pi가 40%, α-SMA가 60%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따라 홍잠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섭취할 수 있는 독성 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간염과 간경화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나아가서는 간암의 발생과 진행을 지연시키고 예후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써 주목을 끌고 있다.

홍잠 생산 과정(자료=농진청)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지난해 11월에 차의과학대학교와 공동으로 특허출원(견사단백질을 갖는 익힌 누에가공물을 함유하는 비알코올성 간암 또는 간경화의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제10-2017-0148565호))했다.

앞으로 항암보조식품으로서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작용 기전 구명과 인체적용시험 등 건강기능식품화를 위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소량 생산하던 홍잠을 국민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양잠단체 등이 힘을 모아 관련 기술을 농가에 적극 보급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이건휘 부장은 “홍잠을 꾸준히 먹는 것만으로도 간암 예방에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홍잠이 양잠 농가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 일문일답>

▲‘홍잠(弘蠶)’이란 무엇인가?

= 우선 ‘숙잠(熟蠶)’이란 누에가 25일 정도 뽕을 먹고 자라 고치를 짓기 직전의 누에를 말하는데 순수한 우리말로는 ‘익은누에’라고 한다.

이 숙잠의 몸속에는 단백질 성분의 견사선이 가득 들어 있는데 이 견사단백질은 최고의 고단백 영양원이지만 너무 딱딱해서 섭취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숙잠을 수증기로 쪄서 동결건조한 다음 분말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을 ‘익힌숙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익힌숙잠’이라는 이름이 일반 국민들에게 쉽게 기억되기가 쉽지 않아 새로운 이름을 지을 필요성이 있어서, 지난해 11월 대국민공모를 통해 ‘홍잠(弘蠶)’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

‘홍잠(弘蠶)’은 ‘넓고 큰 기능성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누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고로 우리의 옛 고어에는 ‘숙잠’을 ‘홍잠(紅蠶)’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누에가 완전히 익어 고치를 짓기 직전이 됐을 때 잘 관찰하면 엷은 홍색을 띠는데서 연유한 말이다.

▲홍잠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잘 알다시피 양잠산업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190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위축됐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양잠산업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하여 누에고치만을 생산하던 전통양잠산업에서, 건강소재산업인 기능성양잠산업으로 전환시켜 현재 농가에서 혈당강하용 5령3일 건조누에, 누에동충하초 등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누에고치를 가수분해해서 제조한 실크분말에 대한 기능성을 확인한 결과 인지기능개선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높은 가공비용으로 가격이 비싸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양잠산업을 크게 발전시키기 위하여 많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면서도 구매에 부담이 적은 새로운 산물을 개발하여 농가에 보급할 필요성이 있었는데 그 결과 나온 산물이 바로 홍잠이다.

▲홍잠을 생산하는 방법은?

= 홍잠을 생산하는 방법은 살아있는 상태의 숙잠을 100℃ 수증기로 2시간 동안 쪄서 동결건조하여 분말화 하면 된다.

생산방법은 매우 간단하지만, 간단함으로 인해 누에를 사육하는 모든 농가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기술이라고 생각된다.

▲농가에서 많이 생산하고 있는 5령3일 건조누에와 홍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누에는 4번의 잠을 자는 동안 25일 정도가 지나면 숙잠이 돼서 고치를 짓는다.

5령3일 건조누에는 4번째 잠을 자고나서 3일째 되는 날 수거해서 건조한 누에를 말하는데, 아직 견사선이 덜 발달돼 그냥 말려도 섭취가 가능하고, 특히 DNJ라는 혈당강하 성분이 많아 ‘혈당강하용 건강기능식품’으로 국민들이 애용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홍잠은 누에가 4번째 잠을 자고 나서 7~8일 정도가 지나 숙잠이 됐을 때 수증기로 쪄서 익힌 것으로 단백질과 글리신, 알라닌, 세린 등의 아미노산 함량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5령3일누에와 홍잠의 차이를 포인트별로 구분해 보면 첫째로 5령3일 건조누에는 누에가 덜 자라 견사선이 적게 함유되어 있고 누에 몸속에는 혈당강하 물질인 DNJ 성분이 많은 잠분이 다량 들어 있는데 반하여, 홍잠은 누에가 완전히 자라 잠분은 거의 없고, 단백질 성분의 견사선이 가득 들어 있으며, 둘째로는 5령3일 건조누에는 익히지 않고 건조하는데 반하여, 홍잠은 100℃ 수증기에 2시간을 쪄서 익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간암에 대해 연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 당 연간 48.7명이 간과 관련한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간암에 의해서는 21.5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 수치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 중 가장 많은 폐암(35.1명) 다음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저희는 이에 대한 해결을 제시하기 위해서 차의과학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으로 홍잠의 간기능 개선 효과에 대한 연구를 추진해 오고 있다.

2016년에 이미 홍잠이 알코올성 간질환의 예방과 숙취예방에 효과가 좋다는 내용을 언론에 발표한바 있는데, 이번에는 독성 물질에 의한 비알코올성 간질환 예방효과를 연구하던 중 확인한 결과다.

▲현재 간암치료제의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 간암치료제의 시장규모는 1조2000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2019년에는 1조5000억 원(14억$)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홍잠은 치료제가 아닌 예방용 식품이기 때문에 시장규모를 단순 계산하기는 어렵고, 간암 예방을 위해서는 정상인도 꾸준히 섭취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홍잠생산기술은 현재 농가에 보급되고 있나?

= 아직은 보급초기단계로서 일부 선도농가에서 소량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간암 예방 효과가 널리 알려져서 소비량이 늘어날 경우 농가보급량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홍잠 생산기술에 대한 농가교육과 기술지도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우수한 품질의 원료가 안정적으로 생산되도록 할 계획이다.

▲홍잠의 섭취량은 어느 정도 인가?

= 누에는 현재 식품원료로 승인돼 누구나 섭취할 수 있다.

홍잠의 경우 건강한 사람이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섭취하려면 하루에 1~3g 정도를 섭취하고, 반 건강인의 경우에는 5~10g 정도씩 섭취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현재 혈당강하용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된 5령3일 건조누에의 경우 하루에 3g 정도씩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홍잠의 제품화 등 산업화는 어느정도 진척되고 있나?

= 현재는 보급초기 단계로서 농촌진흥청에서 기술이전을 하여 제품화된 것은 분말, 과립 등의 형태로 3종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에 간암예방효과와 관련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식품관련 업계에서 산업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

= 홍잠이 널리 이용되게 되면 간암을 비롯한 각종 간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어 국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국민건강보험료 절감 등의 사회적 비용이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농가 생산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돼 양잠산업이 많은 농가와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에게 관심 받는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의 연구방향은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

국민건강증진과 농업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과제를 기획하여 홍잠의 항암보조식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구명하고, 나아가서는 건강기능식품화를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토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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