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면역반응 유전자 89개 동시 분자진단...장기이식 합병증 예측 등 정밀의학 활용 가능성 열어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종(種)이 다른 동물 간에 장기를 이식한 후 발생할 수 있는 거부 반응을 혈액 몇 방울로 조기에 예측하고 진단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거부반응 진단 기술 전체 과정(자료=농진청)

이는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 국립축산과학원과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산업체 등이 참여한 국내 민관학 공동연구팀이 면역반응 관련 유전자 89개를 동시에 분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해 가능하게 됐다.

이 연구 결과는 이종 장기 이식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제노트랜스플랜테이션(Xenotransplantation)’ 최신호에 실렸다.

‘돼지-원숭이’처럼 이종 간 장기를 이식한 뒤 거부 반응이 일어나면 장기 수명이 줄거나 심한 경우 장기를 받은 동물이 죽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 이식 후 거부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부 반응 감소제를 투여하고는 있지만, 약물이 지나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부족하면 장기 거부 반응이 나타난다.

또한 합병증 발생 여부는 단순 혈액 검사(혈청 분석과 혈액세포 분석.), 생체 장기 조직 채취, 심장 초음파 등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이는 비용 부담과 결과 해석의 어려움, 동물의 고통이 따른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바이오 장기용 돼지 심장을 이식한 원숭이의 혈액으로 면역 반응에 관한 중요 유전자 89개를 동시에 분자 진단하는 기술(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CR)과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기술이 융합된 기술)을 확보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동안 기존 방법으로 유전자 1개를 분석하는 데 4시간 정도 걸렸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반나절 만에 89개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고, 생체 조직 검사를 하지 않아도 돼 동물의 고통도 줄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실제 연구 과정에서 원숭이 모델에 많이 사용하는 면역 억제제(항 CD154 단 클론 항체)가 혈액 응고 유전자(CCL2/IL6)의 발현을 촉진해 혈전 색전증(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원장 양창범) 동물바이오공학과 임기순 과장은 “개발한 분자 진단 기술로 더 많은 결과 자료를 모은다면, 이종 이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해 예방하고 치료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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