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라는 게 잘 써야 약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어여.
민간요법이 분명 효능이 있긴 하지만
약초를 잘 알고 적합하게 써야
그 효과가 올바르게 나타나게 되어여."

지리산 약초와 구전 민간요법의 대가 박사문 선생 <2>
 

큰 가마솥에서 인진쑥을 달이고 있는 박사문 선생.

[한국농어촌방송/경남=황인태 대기자] 실제로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약초학교의 학생들도 박사문 선생이 전해들은 좌골신경통 민간요법을 활용해 효험을 본 경우가 있다. 박사문 선생이 전해들은 좌골신경통 관련 지리산 민간요법이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박사문 선생이 또 하나 자신있게 추천하는 것이 아토피 치료에 관한 민간요법이다. 아토피는 그 발생 원인이 아직 명쾌히 밝혀지지 않은 분야이다. 그런데 이 아토피가 지리산에 전해 내려오는 민간요법을 활용할 경우 잘 낫는 것을 많이 봤다는 것이다.

“아토피도 아직 현대의학이 풀지 못한 분야라예. 그런데 이것 역시 지리산에 전해오는 민간요법을 활용할 경우 낫는 경우를 봤어예. 전부는 아니겠지만 효험을 보는 경우가 많이 있어예. 이것도 현대의학이 활용할 경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여.”

그런데 아토피 관련 민간요법은 백선(봉삼)을 주로 하여 법제를 한다고 한다. 봉삼은 원래 피부염에 좋은 약초이다. 그런데 아토피 민간요법에는 독초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약초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민간요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박사문 선생의 지적이다. 실제로 박 선생은 돼지새끼를 활용해 아토피 약성을 검증하기도 했다. 이 검증을 위해 박 선생은 약 300마리의 돼지새끼를 사용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인진쑥을 활용해 간경화를 고치는 민간요법도 그가 경험한 것 중 하나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인진쑥을 먹지말라고 해요. 그런데 간경화로 복수가 차서 배가 부른 사람은 인진쑥으로 좋아질 수 있어여. 간경화로 복수가 꽉 차서 배가 부를 정도면 병원에서도 손을 들 정도로 얼마 살지 못하는데,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인진쑥을 달여서 계속 복용하면 배가 점점 들어가고 살 수 있어여.”

이외에도 박사문 선생이 지금까지 전해들은 민간요법 가운데 치료효과를 경험한 것들로는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을 없애는 치료법으로는 백일홍과 몇 가지 약재를 쓰는 비법이 있고 중년여성들을 괴롭히는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데는 골담초, 홍화, 속단 등을 약재로 해서 사용하면 효과가 좋았다고 했다.

또 중년이상이 되어 대장에 작은 물혹이 난 것을 없애는 데는 고삼을 사용해서 효과를 보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고삼은 민간에서 도둑놈의 지팡이라고 불리는 제법 크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고삼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흔하게 잘 자라는 식물로 항균작용이 있어 원래 한방에서 세균성 이질이나 장염 등에 많이 쓰이는 약초이다. 소화불량과 식욕부진 등에도 쓰이는 데 그 맛이 아주 쓰다. 박 선생은 고삼이 약초 중에서 가장 쓰다고 했다. 고삼을 한번 씹어보면 그 쓴 맛이 하루 종일 갈 정도로 입안에 남아있다. 그래서 그냥은 먹지 못하고 환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평소에 고삼을 먹어 놓으면 대장 청소 등에도 아주 좋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서 소변이 잘 안 나오거나 소변이 너무 자주 나오는 증상인 전립선염에는 구지뽕 열매가 아주 좋다고 했다. 구지뽕 열매는 붉은 색으로 제법 크게 생겼는데 익은 것을 가을에 따서 설탕과 1:1의 비율로 발효액을 만들어 마시면 좋다고 했다. 발효액은 적어도 6개월은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전립선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구지뽕 열매 발효액을 꾸준히 마시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효험이 있는 천삼은 지리산 1500~1600m에 고지에서 자생하는데 두릅나무 잎처럼 생겼다. 천삼은 그 향이 아주 좋아 향료로서도 아주 좋을 것으로 보여지는데 워낙 생산량이 적어서 요즈음은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박사문 선생은 지리산 주변에서 구전되어 내려오는 민간요법에 대해 아직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 귀한 사람이다. 박사문 선생은 그러나 민간요법에 대해 맹신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약이라는 게 잘 써야 약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어여. 어떤 약초나 민간요법의 효능을 과장하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합니다. 민간요법이 분명 효능이 있긴 하지만 약초를 잘 알고 적합하게 써야 그 효과가 올바르게 나타나게 되어여.”

필자가 만난 사람 중에 박사문 선생처럼 건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골초에다가 술도 말술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박 선생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매일 밤 1시까지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음날 4시면 거뜬히 일어난다. 2만평에 이르는 농사를 직접 짓는다. 홍화, 하수오, 개똥쑥 등 약초를 재배하기도 한다.

보통 사람이면 2만평의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어 벌써 그 나이면 꼬부라질 대로 꼬부라졌을 거라는 게 이웃 사람들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농사철에는 농사짓고 한가하면 약초 캐고 민간요법으로 사람들 도와주고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그래도 박 선생이 힘이 든다거나 피곤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원래 건강했어예. 지금까지 몸이 아파서 일이 생긴 적은 없어예.”

박 선생 자신도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필자는 박사문 선생이 원래 건강하게 태어났어도 지금까지 이렇게 중노동을 하면서도 피곤을 느끼지 않는 것은 어린 시절에 약초를 많이 먹어서 그렇지 않은가 늘 생각한다.

“사실 약초는 어릴 때 먹어야 해요. 나이 들어 병이 나서 먹으면 헛것이여. 약초는 10살 되기 전에 먹이든지 아니면 20살 전에 먹어야 해여. 그러면 평생 건강에는 걱정 안 해도 되요.”

박 선생도 약초는 어릴 때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귀한 약초는 어릴 때 먹을수록 그것이 몸에 저장돼 있어 어른이 됐을 때 효과를 본다는 것. 다 커서 이미 몸이 정해져 버렸을 때는 약초를 먹어도 그 때 뿐이지 몸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게 박 선생의 평생의 약초 경험이다.

◆박사문 선생이 보존하고 싶은 지리산의 희귀 약초
-만병초
만병초는 꼭 고무나무처럼 생겼다. 만병초는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과 남성 정력강화와 여성 불감증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만병초는 고산지대에 살아 천상초라고도 불린다. 박 선생은 만병초의 사용법은 아직 완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옛날에 어른들이 산에 갔다 오면 꼭 만병초 이파리를 따 와서는 막걸리 담글 때 넣었다고 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른들이 꼬 끄렇게 했다는 것. 박 선생은 지금도 만병초가 지리산 오봉 뒤에 가면 군락지가 있다고 했다. “내년 봄에는 오봉 뒤에 가서 몇 뿌리 캐와서 꼭 보존해야겠어요.” 박사문 선생의 다짐이다.
-천삼
천삼도 박 선생이 보호하고 싶은 약초이다. 천삼은 두릅나무과의 식물로 생약명으로는 자인삼이라고 불린다. 두릅나무처럼 생겼고 땃 두릅 나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 천삼은 사포닌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기력보호에 좋다. 당뇨병과 심혈관치료, 저협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이북에 분포하는 데 남한에서는 1000m 이상의 고지대에 살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자란다고 하여 천삼이라 이름이 붙여졌다는 속설이 있다.

이 천삼도 예전에는 지리산에 많았으나 요즈음은 거의 볼 수가 없다는 게 박 선생의 이야기이다. 박 선생은 “천삼이 지리산 중봉에 두 군데 나는 곳이 있는데 지금은 그것도 사람들이 알아버려 가지고 아마 없어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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