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항생물질 ‘프로디지오신’...췌장암·라임병 치료제, 대량생산기술 개발로 해양바이오산업 청신호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항균․항생기능이 뛰어난 유용 항생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신종 해양미생물을 최초로 발견해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해역의 해양생물종수가 1,000㎢당 32종으로 단위면적당 세계 1위(해양생물센서스, 2010)인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생물 다양성을 보유한 우리나라로서는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마빅키박터 루버(Mabikibacter ruber) 외형적 특성: 가로 0.7-0.8 ㎛, 세로 1.0-1.27 ㎛의 크기로 단일 극성 편모를 가지고 있어 운동성을 보인다.(사진=해수부)

해양수산부(장관 김영춘)는 제주 해안 퇴적토에서 발견된 해양미생물을 배양하여 분석한 결과 항균․항생기능이 뛰어난 유용물질인 프로디지오신(Prodigiosin)이 함유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최그레이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과 영남대 최혁재 교수 연구팀은 작년 3월 제주 김녕 해안지역의 퇴적토 지형을 탐사하던 중 신종 해양미생물을 발견했다.

이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명칭을 따라 ‘마빅키박터 루버(Mabikibacter ruber)’로 명명된 이 미생물의 발견 사실은 미생물 분류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국제 미생물 학회지’(IJSEM: 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and Evolutionary Microbiology)에 게재(17.8.25)되어 국제적으로 널리 소개되었다.

‘마빅키박터 루버(Mabikibacter ruber)’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National Marine Biodiversity Institute of Korea)의 영문자(MABIK)와 세균(bacter)을 합성하고, 배지에서 배양시 붉은색을 띄어 라틴어로 붉다는 의미인 ‘ruber’가 더해진 이름이다.

연구진은 ‘마빅키박터 루버’의 생물학적 구조 및 유용 물질 함유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배지(培地: 미생물, 식물, 조직 및 세포 등을 배양하기 위해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있는 액체나 고형 혼합물)에서 7개월 간 배양 후 균주를 추출, 화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붉은 색소를 지닌 항생물질인 ‘프로지디오신’ 함유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빅키박터 루버 배양시 붉은 색소를 만들어내는 특성을 발견했다.(사진=해수부)

‘프로디지오신’은 항균․항생물질로 널리 사용되고 말라리아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췌장암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프로디지오신에 라임병을 일으키는 보렐리아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어 향후 항생물질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라임병은 진드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보렐리아 병원군이 신체에 침범하여 여러 신체 기관에 병을 일으키는 감염질환으로, 초기에는 발열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진행되면 뇌염, 부정맥, 심근염 등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연구진은 ‘마빅키박터 루버’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프로디지오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최적 배양조건을 찾아냈으며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프로디지오신 계열의 항생물질은 제약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고 있으며, 연구진에 의해 대량생산 기술이 개발되어 관련 업계에 기술 이전될 경우 우리나라 해양바이오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두한 해양수산부 해양수산생명자원과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생물 다양성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활용 가능한 해양수산 생명자원의 범위가 매우 넓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해양바이오 산업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용항생물질의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업계와 기술 이전 협의를 진행하는 등 실용화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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