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S역사칼럼-길 위의 역사] (2부 무오사화) - 115회 김종직이 ‘도연명의 술주시를 화답한 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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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S역사칼럼-길 위의 역사] (2부 무오사화) - 115회 김종직이 ‘도연명의 술주시를 화답한 시’ (3)
  • 김세곤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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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의 「술주(述酒)」 시를 계속 음미해보자

平王去舊京 주나라 평왕은 옛 도읍을 떠나고,

峽中納遺薰 골짜기 가운데로 연기가 스며들었네.

평왕(平王)은 동주(東周)를 개국한 임금이다. 기원전 770년에 견융(犬戎)의 침입을 받아 동쪽의 낙읍(洛邑), 즉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낙양시(洛陽市)로 수도를 옮겼다. 구경(舊京)은 호경(鎬京), 즉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서안시(西安市)를 가리킨다.

여기서는 안제(安帝)가 환현에 의해 왕위를 찬탈당하고 평고왕(平固王)으로 강등되어 건업(建業)을 떠나 심양으로 옮겨간 것을 가리킨다.

둘째 구절의 훈(薰)은 연기이다. 옛날 월(越)나라에서 임금이 3대에 걸쳐 피살당하자 왕자 수(搜)가 골짜기의 굴로 도망쳤다. 그러자 월나라 사람들이 쑥을 태운 연기를 굴속으로 보내어 그를 밖으로 나오게 해 수레에 태워 데리고 가서 왕으로 추대하였다. 여기서는 유유가 황제의 자리를 노리며 안제를 목 졸라 죽인 뒤, 공제를 억지로 세운 것을 의미한다.

雙陵甫云育 남은 것 겨우 두 개의 능뿐이지만,

三趾顯奇文 세 발 달린 새 기이한 글을 나타냈다네.

쌍릉(雙陵)은 낙양에 있는 진(晉) 무제(武帝)와 혜제(惠帝) 두 황제의 무덤이다. 여기서는 관중(關中)과 낙양(洛陽) 일대의 중원 지역을 가리키는데, 유유가 북쪽으로 진군하여 잃었던 관중과 낙양 일대를 수복한 것을 뜻한다.

‘삼지조(三趾鳥)’는 세 발 달린 새이다. 이 새는 상서로운 조짐을 나타낸다.

王子愛淸吹 왕자 진은 피리 불기 좋아해,

日中翔河汾 대낮에 황하와 분수(汾水)에서 날아올랐네.

왕자(王子) 진(晉)은 주(周)나라 영왕(靈王)의 태자이다. 생황(피리의 일종) 부는 것을 좋아하였는데 나중에 학을 타고 승천하여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왕자 진이 신선이 되어 떠나간 일은 동진의 멸망을 은근히 말하고 있다.

朱公練九齒 도주공은 9년 동안 장생술 수련하여

閒居離世紛 한가로이 살며 세상의 분란을 떠났네.

도주공(陶朱公)은 범려(范蠡)를 가리킨다. 그는 전국시대 월(越)나라 대부(大夫)로 있으면서 월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킨 뒤 도(陶 지금의 산동성 정도현(定陶縣) 서북쪽)에 이르러 이름을 도주공이라 바꾸고 장사하여 부자가 되었다 한다.

범려는 신선술을 수련하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를 축적하여 자신의 힘을 기르고 한가로이 살았다.

峨峨西嶺內 높고 높은 서산(西山) 안에,

偃息常所親 내 항상 존경하던 분 누워 쉬고 있구나.

서산(西山)은 백이(伯夷)와 숙제(叔弟)가 은거했던 곳이다. 백이 숙제의 삶은 도연명의 이상이었다.

天容自永固 임금의 훌륭한 그 모습 영원할 것이니,

彭殤非等倫 팽조를 요절한 아이와 똑같이 볼 수 없다네.

팽상(彭殤)은 팽조(彭祖)와 상자(殤子)이다. 팽조는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그는 요임금 때부터 주나라에 이르기까지 8백 살을 살았다고 한다. 반대로 상자(殤子)는 요절(夭折)한 어린아이를 가리킨다.

도연명은 천용(天容), 곧 임금이 모습이 영원할 것이라고 하

였다. 임금이 모습이 영원할 수 있는 것은 왕도를 행하였기 때문이다.

도염명이 말한 임금은 왕위를 찬탈한 사람 ‘유유(劉裕)’가 아니라, 왕위를 찬탈당한 공제(恭帝)이다. 부정한 행위로 왕위를 찬탈한 사람의 나라는 그 수명이 짧지만, 정도(正道)를 행하다가 힘이 약해 왕위를 빼앗긴 사람은 길이 역사에 빛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종직은 도연명의 시를 음미하면서 세조와 단종을 떠 올렸으리라.

자계서원 안내판 (경북 청도군) (사진=김세곤)
자계서원 안내판 (경북 청도군) (사진=김세곤)
자계서원 사당 존덕사 (사진=김세곤)
자계서원 사당 존덕사 (사진=김세곤)
탁영 김일손 묘소 (사진=김세곤)
탁영 김일손 묘소 (사진=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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