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칼럼] 선출된 권력은 불법을 자행해도 되는가?
상태바
[오규열 칼럼] 선출된 권력은 불법을 자행해도 되는가?
  •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 승인 2020.11.12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스스로 민주진보세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자신들의 불법에 대한 수사를 선출된 권력에 대한 저항이라고 규정한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불법을 저지른 정황에 많은 국민은 촛불을 들고 철저한 수사와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그 결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되었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확정되었다. 이후 수사는 속도를 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후, 여전히 서울구치소에 갇혀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거액의 뇌물을 챙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이 확정되었다. 이들 전직 두 대통령을 통해 우리는 선출된 권력도 법에 근거해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확실한 교훈을 얻었다. 나아가 선출된 권력과 고위공직자들의 불법을 제도적으로 근절할 방안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이 제시되었고 이제 곧 출범을 앞두고 있다. 공수처 도입의 가장 큰 근거는 그동안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권력형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반면 살아 있는 권력에 눈치를 보지 않고 검찰의 소명을 다한 검사도 있었다. 윤석렬 검찰총장은 평검사일 때나 총장이 된 이후나 일관되게 권력의 유무를 가리지 않고 범죄혐의가 있는 사안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평검사 때인 2013년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살아 있는 권력의 불법을 수사하였다. 그는 권력의 눈치를 보던 당시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조영곤 서울지방검찰청장의 외압에 맞서며 엄정한 수사를 이어가 선출된 권력도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국민적 신뢰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윤석렬은 검찰총장이 되었다. 그는 검찰총장이 되어서도 여전히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조국 일가의 범죄혐의에 대해 수사하였다. 그런데 상황과 평가가 돌변했다. 민주당과 친여 인사 일부들은 친정부 매체를 동원하여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제압하려 한다면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자녀 입시와 관련된 표창장 위조에 대한 수사는 권력형 비리도 아닌데, 이것을 수사하는 것은 정부를 공격하고 정부를 가진 민주적 시스템을 망가뜨린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권력자들과 가족들은 표창장을 위조해 대학에 수시로 합격해도 된다는 것인지 2016년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며 입시부정을 정당화했던 정유라의 발언이 떠오른다.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법 원칙이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에게 다르게 적용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만연한 채용 비리에 대해 특권층처럼 자식에게 해줄 수 없어 못내 가슴을 쓸어내린 부모님들도 계시겠다면서 복잡한 감정을 9월 13일 페이스북에 남겼다. “한국 사회가 1987년 민주화와 두 번의 민주정부를 거치며 상당 부분 공정한 사회가 된 것도 맞다. 그러나 그때와 달리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고용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시대에는 한 번의 불공정이 미치는 기회의 불균형은 너무도 큰 격차와 정서적 박탈감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국민의 요구는 크게 어렵지 않다. 우선 기본부터 잘하라는 거다. 최소한의 공정성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비리가 발견됐다면 그에 따른 분명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유야무야 넘어가는 식으로는 한국 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성세대들은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공정한 사회가 되었다고 자평하고 그 성과에 만족하는 것 같다. 그래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처럼 표창장 위조 정도는 민정수석에 서울대 교수 정도면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굶주림에 빵 한 조각 훔친 민중들은 장발장처럼 엄중한 심판을 받고 있다. 조국 수호를 검찰 개혁으로 여기다면 벌써 기득권 세력이다.

▶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뉴스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