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8년 7월 19일에 이극돈이 상소하였다. 상소문을 계속 읽어보자. 
(연산군일기 1498년 7월 19일 2번째 기사) 

“그 후에 한치형이 그에 대해 처치할 일을 문의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실록》에는 실릴 리는 만무하지만, 그 원본 사초(史草)는 으레 춘추관(春秋館)에 수장되어 만세에 전하는 데(傳之萬世), 이 어찌 작은 일  이겠는가?(此豈小事) 무릇 사초는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만약 계달(啓達)하지 아니하면 버릴 수가 없으므로 본청에서 함께 의논한 후에 계달할 것을 이미 의정(議定)했다.’고 하니, 한치형도 ‘매우 가한 처사이니, 빨리 함께 의논해야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후에 노사신이 신에게 ‘전일의 일은 어떻게 낙착을 지었는가?’고 물으므로, 신은 한치형에게 한 말을 그대로 말했더니, 노사신은 ‘나와 그대는 세조의 은혜를 받은 것이 얕지 아니하니, 다른 사람이 만약 아뢰지 않는다면 우리들이 아뢰야한다.’고 말하기에, 신이 ‘함께 의논하는 날에는 누가 감히 아뢰는 것을 불가하다 하겠는가.’ 대답하니, 노사신은 ‘마땅히 공의(共議)를 기다려서 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후에 한치형이 또 신에게 ‘이 일을 공의(共議)했느냐?’고 물으므로,  신은 대답하기를 ‘신해년(성종 22년 : 1491년)이 겨우 5년 되었으니, 만약 2, 3일 동안만 공의를 한다면 이 해의 것을 의논할 수 있네. 다만 당해년 사초를 가까운 시일 내로 마땅히 인출해야 하는데 정서(正書)한 곳에 착오가 많기 때문에 다시 교정하느라 겨를이 없어서 미처 의논을 마치지 못했다.’ 하니, 한치형이 말하기를 ‘공의한 뒤에는 나에게 말해야 한다.’ 하므로, 신은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극돈이 한치형, 노사신과 주고받은 대화는 아마도 1498년 무오사화 이전의 일이었다. 이를 보면 이극돈은 김일손의 사초를 공의(共議)하지 못했다.   

이극돈의 상소는 이어진다. 

“지난 7월 5일 조참(朝參) 후에 한치형이 신에게 말하기를 ‘전자에 의논한 일을 충훈부(忠勳府)에서 아뢰려고 하는데, 당초에 그대와 공의하였으니 함께 계하는 것이 옳겠다.’ 하므로, 신은 대답하기를 ‘충훈부도 똑같은 세조의 신하이니, 공공연하게 계달하는 것이 매우 좋다. 다만 당초에 실록청의 당상과 공의한 뒤에 아뢰기로 의정했는데, 지금 만약 내가 홀로 충훈부와 아뢴다면 본청(실록청)에서 나를 반복한다고 할 것이다. 충훈부에서 아뢰었으면 반드시 하문하셨을 것이므로 이미 그 사초를 봉해서 실대(實對)를 했을 것이다.’ 하였더니, 한치형은 말하기를, ‘과연 그렇겠다.’ 하였지만, 오늘 곧 아뢴다는 뜻은 말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신은 물러나 실록청으로 돌아왔는데, 얼마 안 되어 의금부 서리가 와서 신에게 고하기를, ‘부(府)의 낭청(郞廳) 두 사람이 외방으로 향해 떠났다.’ 하므로, 신은 가만히 유순에게 말하기를 ‘나는 들은 바가 있다. 반드시 충훈부에서 아뢰었을 것이다. 우리들이 그 시초의 일을 보지 못했는데, 만약 하문하시면 신들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함부로 대답하는 것이 옳겠느냐?’ 하니, 유순은 대답하기를, ‘당연히 여러 사람과 함께 보아야 한다.’ 하였습니다.”

연산군이 의금부 낭청 두 사람을 경상도로 보낸 것은 1498년 7월 1일 이었다. 1498년 7월 1일 자 <연산군일기>에 의하면 비사(秘事)를 아뢴 사람은 파평 부원군 윤필상, 선성 부원군 노사신, 우의정 한치형, 무령군 유자광이었고, 의금부 경력(經歷) 홍사호와 도사(都事) 신극성이 연산군의 명령을 받들고 경상도로 달려갔는데, 외부 사람은 전혀 알지 못했다. 연산군이 극비에 붙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극돈은 윤필상등이 연산군에게 비사를 아뢴 4일 후인 7월 5일에야 사초와 관련하여 사건이 터진 것을 알았다. 

이극돈의 상소를 계속 읽어보자. 

“7월 8일에 낭청(郞廳)을 보내어 어세겸을 청하고, 또 각방 당상(堂上)에게 아무리 긴급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와서 회합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9일에 어세겸 이하가 모두 와서 모이므로 함께 보고, 무릇 국가의 일에 관계된 것은 모두 부표하여 봉해 두었다가 7월 16일에 입계하였습니다.”

사진  창덕궁 희정당 전경 
사진  창덕궁 희정당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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