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환경운동연합 등 전북 환경단체는 18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포함된 새만금 신공항 건설 사업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탄소흡수 수단 강화'를 공항의 중점 과제로 내세우면서 새만금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새만금에 마지막으로 남은 수라 갯벌을 매립해 세워지는 새만금 신공항은 탄소흡수원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또  "수요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새만금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과잉투자"라며 "지역 정치인들은 선심성 공약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지 말고 종합계획에 담긴 새만금 신공항 건설 계획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인 수라갯벌 탐방에 참가하였던 문정은(군산 용문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참석하여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를 배출하는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며, 마지막 갯벌은 마지막 기회이고, 마지막 희망이다. 어린들의 기회와 희망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기자회견문>

탄소중립 역행하는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전면 재검토하고,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폐기하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5일 제6차(‘21~’25년) 공항개발 종합계획(안)(이하 6차 계획(안))을 공고하고, 해당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번에 공고된 6차 계획(안)에는 신규공항으로 가덕도공항, 제주제2공항, 새만금공항, 대구공항(이전), 울릉공항, 흑산공항 뿐만 아니라 서산, 백령, 경기남부, 포천까지 협의 및 추가검토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새만금 신공항 계획은 공기단축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방향으로 반영되었다. 만약 6차 계획(안)대로라면 기존 15개 공항에 10개의 공항이 추가되어 이 작은 국토 안에 총 25개의 공항이 난립하게 되는 셈이다.

6차 계획(안)은 서로 모순되는 정책과 계획들이 난무하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한 지역 곳곳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6차 계획(안)에서 제시한 ‘탄소중립 공항 실현’이라는 정책과제와 상충되며, 절체절명의 기후위기와 코로나 재난에 따른 전지구적 탄소감축노력과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에 명백히 역행한다. 

6차 계획(안)을 보면 핵심과제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공항 조성’을 내세우며, ‘2050 탄소중립 공항 실현을 위한 중점 추진과제’로 ‘탄소흡수 수단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산소를 만들고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는 갯벌은 산림보다 훨씬 오랜 시간 탄소를 저장하며 해양생태계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속도는 육지생태계보다 최대 50배나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환경공단의 ‘국내 블루카본 정보시스템 구축 및 평가관리기술 개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염습지의 경우엔 탄소흡수량이 갯벌보다 최소 1.7배에서 최대 4.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탄소흡수원 확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갯벌습지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새만금 신공항 사업은 건설과 운영 그 자체로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새만금에 마지막 남은 갯벌인 수라갯벌을 매립함으로써 중요한 탄소흡수원인 갯벌과 염습지를 잃게되는 이중의 악영향을 초래하는 일이다. 탄소흡수를 강화하겠다면서 탄소흡수원을 파괴하겠다는 계획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정책모순이다.  

항공기는 운송수단 중 시간당 온실가스 발생량이 가장 많아 기차의 최소 20배에 이른다. 심지어 카본 브리프의 보고에 따르면 지구 온도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데 남아있는 탄소배출허용총량(carbon budget)의 27%가 항공부분에서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공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현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1.5도 이상 상승될 시점이 2021년~2040년으로 앞당겨졌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금은 적자공항을 난립할 때가 아니라 항공수요를 급격하게 줄여나가야 하는 위급 상황인 것이다. 

직면한 기후위기와 코로나 재난 상황 속에서 세계 각국은 공항을 줄여나가고, 증설계획을 취소하며, 단거리 노선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스웨덴은 자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브롬마공항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였고, 8년 연속 세계 최고 공항으로 선정된 아시아 허브공항인 싱가폴 창이 국제공항은 터미널 2개의 운영을 중단했고, 제5터미널 신설 계획 또한 보류하였다. 영국 히드로 공항의 제3활주로 건설 계획은 법원에서 파리협정에 따른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책무 위반으로 판결됨에 따라 무산되었다. 프랑스 하원은 열차로 2시간 3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해 국내선 항공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2016년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결의에 따라 국제항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량은 배출권을 구매·상쇄하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가 2021년부터 시범운영 단계를 거쳐 2027년부터 의무이행에 돌입한다. 

새만금 신공항 부지는 IPCC의 보수적인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와 가장 최선의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에 근거한 시뮬레이션에서 조차 해수면 상승과 슈퍼 태풍 등으로 2030년 침수와 재해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4월에 발표된 남극빙하의 붕괴 소식은 수십 년 안에 해수면 상승이 급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신공항을 건설한다고 하더라도 운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6차 계획(안)은 제5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이후 변화된 여건을 고려한 항후 공항정책 방향을 제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구온도 상승으로 인한 기후재난상황과 대규모 감염병의 반복적 발생 등과 같은 가장 중요한 변화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안일하고, 시대착오적인 계획들로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새만금 신공항 개발로 지역 균형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역경제 기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 않은 허술하고, 무책임한 계획이다. 심지어 공항별 항공수요 세부 전망에서 조차 새만금 신공항 수요전망은 생략되어 있다. 수요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군산공항 활용방안은 고민조차 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새만금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막대한 예산 낭비를 수반하는 맹목적이고, 무모한 과잉투자이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총 14개의 지역공항 중 10개의 공항이 매년 막대한 적자를 누적시켜왔는데, 특히나 2020년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14개 공항 모두가 적자에 허덕였다. 적자금액은 자그마치 2,154억원에 이른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만 하더라도 10개의 지역공항에서 총 1,17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적자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 6차 계획(안)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허울뿐인 명분으로 토건자본의 이득과 지역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 수단을 위해 온 국토를 파괴하겠다는 계획에 다름 아니다. 신공항 건설은 지역 발전은 커녕 부담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지구가열화로 지구 곳곳이 불타고, 많은 생명들이 폭염에 죽어나가고, 물에 잠기고, 대흉작에, 대규모 감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정부와 전라북도는 절체절명의 기후·생태계 붕괴 앞에 쓰지도 못할 적자공항 건설계획을 남발할 일이 아니라, 기후붕괴를 가속화시키는 항공 수요를 줄일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새만금 투자활성화와 동북아 물류거점을 위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면 소중한 탄소흡수원인 갯벌을 매립하고 멸종위기종들을 말살시키며 무리하게 적자공항을 지을 것이 아니라, 미군과의 협의를 통해 군산공항을 얼마든지 활용하면 될 일이다. 

엄중하고도 두려운 기후·생태계 붕괴가 턱앞에 있다. 모든 생명들의 생존기반이 붕괴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막대한 예산을 허비하며 침수될 적자공항이나 짓고 있을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토건개발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정부와 전라북도는 명백한 위기를 직시하고, 위기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규모 감염병과 기후재난 속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토건자본과 정치인들의 잇속만 채울 뿐인 적자공항이 아니라, 공공의료와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공고히 하는 일이다. 자본과 기득권의 이득에만 복무하는 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은 직면한 기후·생태계 붕괴를 외면하며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안)을 전지구적 기후·생태 위기와 대규모 감염병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공항관리계획으로 전면 재검토하고,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을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탄소중립 역행하는 새만금 신공항 철회하라!
기후붕괴 외면하는 공항계획 폐기하라! 
더 이상 공항은 필요 없다. 새만금 신공항 철회하라! 

2021년 8월 18일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공동상임대표: 김연태, 문규현, 하연호)

6.15전북본부, 겨레하나, 공공성강화정읍시민단체연대회의, 군산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 군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군산환경운동연합, 김제정의평화행동, (사)동아시아갯벌연구소, 민주노총전북본부, 민중가요노래패 놀자, 민중민주당, 민족문제연구소전북지부, 백석제를사랑하는시민모임, 사회변혁노동자당전북도당, 살맛나는민생실현연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생명평화마중물, 생명평화전북기독행동, 세아베스틸실천투쟁도노동자회,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원불교환경연대, 전교조전북지부, 전농전북도연맹, 전북기본소득당(준), 전북녹색당, 전북녹색연합, 전북불교환경연대(준), 전북생명의숲, 전북여성단체연합회, 전북예수살기, 전북장애인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여농전북연합, 전주YWCA, 전주시민회,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주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전주푸드생산자협회, 정의구현사제단전주교구사제단, 정의당전북도당, 진보광장, 진보당전북도당,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평화바람, 프리데코, 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 김연태, 김현수, 남지숙, 박성수, 박욱현, 박효영, 방선영, 이난희, 최갑성 (단체 46개, 개인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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