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손의 행적에 관한 이종준의 공초 

탁영 벼루 (청도박물관 소장)
탁영 벼루 (청도박물관 소장)

1498년 7월 19일, 사초 사건의 주모자 김일손의 행적에 대하여 이종준이 공초하였다. (연산군일기 1498년 7월 19일 3번째 기사)   

이종준은 김일손과 친했다. 그는 김일손이 아끼는 거문고 ‘탁영금’에 학(鶴)을 그려주기도 했다. 

“병오(丙午)·정미(丁未) 연간(1486-1487년)에 신이 내자직장(內資直長 종7품)이 되고 일손이 내섬 직장(內贍直長 종7품)이 되었사온데, 하루는 성종 임금께서 후원에 납시어 활 쏘는 것을 구경하옵기로, 신과 일손이 설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내자시(內資寺)는 왕실에서 소용되는 각종 물자를 관장하던 호조 소속의 관청으로 왕실에서 사용되는 쌀, 국수, 술, 간장, 기름, 꿀, 채소, 과일 및 내연 직조(內宴織造) 등을 관장하는 한편, 왕자를 낳은 왕비의 권초(捲草)를 봉안하였다. 소속 관원으로는 정(正:정3품), 부정(副正:종3품), 첨정(僉正:종4품), 판관(判官:종5품), 주부(主簿:종6품), 직장(直長:종7품), 봉사(奉事:종8품) 각 1인이 배속되었다. 또 왕실에서 필요한 물품을 직접 제작하기 위하여 옹장(翁匠) 8인, 화장(花匠) 2인, 방직장(紡織匠) 30인, 성장(筬匠) 2인의 공장(工匠)이 배속되었는데, 이들은 도자기 생산과 직조에 관련된 장인(匠人)이었다.  

내섬시(內贍寺)는 각 궁(宮)과 각 전(殿)에 대한 물품을 올리는 일과 2품 이상 관리에게 주는 술, 왜인과 야인에 대한 공궤(供饋), 직조(織造) 등을 관장하던 호조 소속의 관서이다. 공주를 낳은 왕비의 권초(捲草)를 봉안하기도 하였다. 관원으로는 제조, 정(正:정3품), 부정(副正:종3품), 첨정(僉正:종4품), 판관(判官:종5품), 주부(主簿:종6품), 직장(直長:종7품), 봉사(奉事:종8품) 각 1인을 두었다.) 

신의 동료 허계가 신에게 묻기를 ‘그대가 바로 권작(權綽)의 사위인가?’ 하므로, 신은 ‘그렇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김일손이 말하기를, ‘권작의 사람됨이 어떠한가?’ 하기에 말하기를 신은 말하기를, ‘권작은 계유년(1453년)에 진사에 합격하였고, 그 뒤에 죽산·청산현의 훈도(訓導)가 되었는데, 그 당시 백관의 가자(加資)가 잦았는데도 권작은 성질이 옹졸하여 고신(告身)을 내놓지 아니하고 단지 청산 훈도의 고신만을 내놓았을 따름이다.’ 하고, 다시 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정미년(1487년)에 신이 평안도 평사(評事)가 되었는데, 권작은 신에게 편지를 통하여 말하기를, ‘일손이 청주(淸州)를 지나면서 시를 부쳐 왔다. 이 시가 어찌하여 나에게 이르러 왔느냐?’ 하면서, 그 시를 신에게 부쳤으니, 바로 오언 절구였습니다. 윗부분의 두 구(二句)는 글자가 지워져서 볼 수가 없었고, 아랫부분의 두 구에 이르기를, 

세상에 자양(紫陽)의 붓이 없으니,      世無紫陽筆,
누가 진대(晉代)의 《춘추》를 기록하랴?  誰記晋 《春秋》?
하였는데, 신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자양(紫陽)은 주자(朱子 1130∽1200)이다. 주자는 송나라의 유학자이자 사상가. 송의 유학을 집대성하고 체계화하여 주자학(朱子學)을 완성시켰다.)

마침내 신이 평안도 평사가 체임되자, 권작은 신에게 말하기를 ‘일손은 어떤 사람이며, 그 시는 어떠하더냐?’ 하므로, 신은 알지 못하겠다 대답하고, 나중에 일손을 보고서 물었더니, 일손은 말하기를 ‘계유년에 진사에 합격하고 마침내 벼슬을 아니했으니, 나는 그를 조행(操行)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른 것이다.’ 하므로(계유년에 계유정난(癸酉靖難)이 일어났다. 1453년 단종 1년에 수양대군(나중에 세조)이 단종의 보좌 세력이자 원로대신인 황보 인·김종서 등 수십 인을 살해, 제거하고 정권을 잡았다.), 신은 말하기를 ‘장인이 두 번이나  훈도를 하였으니 벼슬을 아니한 것도 아닌데, 너는 어찌 망령이냐’ 하였습니다.”

이처럼 이종준은 김일손이 ‘이종준의 장인 권작을 사초에 졸(卒)이라 쓰고, 계유정난과 관련하여 절개를 지킨 선비라고 쓴 것’에 대하여 진술했는데 김일손의 사초가 망령스럽다고 공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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