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옥전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즈음하여

원동희 (사)대한사랑 진주지부장
원동희 (사)대한사랑 진주지부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원동희 (사)대한사랑 진주지부장]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가야사에 관심 있는 분들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가야사 연구·복원을 주문하면서 정부는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 사업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여 지방자치단체, 문화재청, 역사학계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여 이제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경남지역 일대의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 자체는 아주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며 반드시 그렇게 추진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아주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이 한반도 남부지역(가야)을 지배했다고 왜곡한 일본의 역사책 일본서기에 나오는 ‘다라’라는 지명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합천 옥전고분군이 등재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반드시 ‘다라’라고 하는 지명을 빼야 합니다. 만약 빼지 않고 그대로 등재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합천을 일본의 식민지였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전세계에 알리는 아주 어처구니 없는 꼴이 됩니다.

합천의 독자적 문화권 확보와 정부지원예산에 연연하여 우리 역사를 국내 문헌과 사료를 가지고 주체적 의식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후손만대에 우리 민족의 역사를 팔아먹는 오점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는 기존 학자들은 합천을 가야연맹 중 하나인 ‘다라국’으로 명명하고 있는데 문헌적 근거로 왜의 일본서기와 중국의 양직공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서기에 나오는 임나는 한반도 남부의 가야가 아닙니다. 임나는 일본의 대마도와 큐슈지역에 있는 지명입니다. 임나 7국에 다라가 포함되어 있는데 임나가 가야라는 등식으로 가야의 다라국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시각입니다. 다라는 일본 큐슈에 있는 지명이기 때문입니다 .

합천은 가야시대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왜의 식민지 다라국이 결코 아닙니다. 광의의 범주로는 대가야에 속하는 영역입니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등의 우리 역사서에 나오지 않는다면 ‘합천 옥전 가야고분군’ 가야유적으로 등재를 하면 됩니다. 이병선 전 부산대 교수는 대마도를 수차례 답사해 임나(任那)와 관련된 지명 80여 개를 찾아냈습니다. 다라라는 지명은 대마도와 큐슈에 많이 등장합니다.

광복 이후에도 일본식민사학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선총독부 산하 일본역사학자들의 학문적 계승을 한 소위 대한민국 강단사학자들은 조선총독부 수사관보로 남선경영론을 정립한 쓰에마쓰 야스카즈가 1949년 ‘임나흥망사’라는 책을 통하여 주장한 임나의 위치를 일본 큐슈지역이 아닌 한반도 남부에 그대로 비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고령의 대가야는 가라, 대구는 탁순, 경산은 탁국, 합천은 다라, 함안 아라가야는 안라, 창녕 비화가야는 비자발, 김해 금관가야는 남가라 등으로 표현하면서 일본의 한반도 영유는 그 자체만 해도 일본의 자랑이며 구한말 일본의 한반도병합은 고대역사의 복원이라면서 조선침략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역사적 내용을 가지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지요. 합천은 조선시대 최고의 유학자인 남명 조식 선생님이 태어난 고장으로 그 제자들이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분연히 일어나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자랑스러운 애국과 충절의 고장입니다. 그리고 일제에 강제로 끌려가 원폭으로 산화하고 아직도 고통 속에 삶을 살고 있는 원폭피해자분들의 원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합천을 일본식의 ‘다라’라고 표기한다면 일본인들의 성지순례 장소로 만들어주면서 나아가 다시 고개 드는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에 영토분쟁의 빌미까지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범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현재 일본 중 고교 교과서에는 합천 및 한반도 남부 가야지역을 그들의 고대 ‘임나’로 표시하고 있다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현실로 독도문제만큼 심각한 문제입니다. 독도를 죽도나 다께시마로 기록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절대로 안되듯이, ‘다라’ 지명을 반드시 삭제하고 유네스코에 등재할 수 있도록 합천군 관계 공무원과 가야사 관련 모든 학자, 그리고 합천 군민이 다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학문적 토론의 장을 열고 올바른 합의의 과정과 정의로운 합천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할 것입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는 현재에 끊임없는 영향을 주고 있으며 현재는 또한 미래를 결정짓습니다. 일제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단호하게 끊어 놓지 않으면 자칫 우리의 미래까지 암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가야사 복원사업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국고 240억이 투여되었고 20년간 총 1조2000억의 혈세가 투여될 가야사복원, 과연 누구를 위한 복원인가요? 미래 이 땅의 후손들에게 역사적 진실을 토대로 민족적 자긍심을 물려주어야지 식민지의 올가미를 씌워서 물려주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습을 과감히 깨고 참된 역사로 바로 잡은 연후에 합천 옥전 가야문화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자랑스럽게 등재해야 하겠습니다. 가야산의 웅장함과 함께 아름다운 황강이 흐르는 자랑스런 고장 합천! 이 합천을 지켜나갈 우리 합천군민의 깨어 있는 애국애족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 첨부자료

‘가야’는 ‘임나’가 아니다

한·일 고대사에 대해서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은 300여 편의 논문과 30여 권의 학술저서를 낸 고(故) 최재석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야=임나설’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그는 ‘고대한일관계사연구’에서 “일본인들은 그들의 역사 조작에 방해가 되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조작으로 몰고, 가야와 임나가 동일국이라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함이 없이 말로만 가야와 임나는 동일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야와 임나는 모든 것이 다르다

‘임나’를 ‘가야’의 별칭이라고 말하려면 몇 가지 핵심적인 사실들이 일치해야 한다. 개국연대와 멸망연대가 일치해야 하고 개국시조와 망국시조가 일치해야 한다. 또한 나라가 있었던 지리적 위치도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가야와 ‘일본서기’의 임나는 이 모든 것이 다 다르다. 아니 다르다기보다는 ‘일본서기’의 임나에는 개국연대, 망국연대, 개국시조, 망국시조 같은 내용이 일절 나오지 않는다.

 

◆ 원 동 희

●진주고등학교(52회)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광제국한의원, 세종한의원, 당당한의원, 누리한의원 원장 역임

●진주시 장애인총연합회 후원회 사무국장 역임

●현 진주고 총동창회 상임부회장

●현 사단법인 대한사랑 진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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