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이 적어도 한 번이라도
온전히 나의 것이기를.....
억세게 버티고 견뎌야 극복할 수 있는
나의 중년은 결코 쉽지 않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살아갈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합당하고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으면 살아내기가 조금이라도 수월해질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유를 찾다가 결국 나는 육체적 노동을 택했다. 누군가는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되묻기도 했다. 어떤 이는 안쓰럽게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위로보다 살기가 편해졌다. 거짓도 필요 없고 가식도 굳이 옆에 둘 이유가 없으니 나의 삶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졌다. 그들 속에서 큰 소리로 웃고 목청껏 한바탕 떠들고 나면 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런 나는 조금씩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가식덩어리 또는 거짓 포장된 것들은 나를 그것들 속에서 계속 있기를 원했는지 아직도 지금의 나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가을 단풍이 꽃보다 곱다고 탄성을 지르는 이의 눈이 아름답다고 느꼈지만, 나는 반대로 그 고운 단풍을 감상할 눈이 없었다. 억새가 나풀거리는 언덕을 보면서도 나는 왜 아직 살고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어제 세상을 등지고 떠난 사람의 희망이었을 오늘을 살면서 나는 슬픈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살고 있는, 아니 살고자 꿈꾸는 오늘과 내일이 그렇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내 의지의 삶이 아닌 누군가의 삶 속에 무대장치처럼 살겠구나 싶다. 누구의 배려와 인정도 없이 그저 그렇게 세월을 잡아먹고 살겠구나 하는 생각에 빠지니 지옥 같은 과거가 마음으로 물처럼 흘러들어 온다. 어떻게 여기까지 길을 내어 찾아왔는지 모를 만큼 나는 꾸불꾸불한 강을 거슬러 올라왔다. 언젠가는 편안하게 강을 건너겠지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 시간을 견디고 버티어 냈으니 더 지옥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안 좋은 기억들이 머리에서 쉬이 사라져 준다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련만 그 기억들이 이렇게 또렷하게 생각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머리가 영리해서도 아닐텐데, 굳이 잊어도 될 상처는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정반대로 생각하기로 마음먹고는 우울하고 바보 같았던 내 과거의 시간은 지우개로 지워내고 싶다. 지옥의 반대가 천당이라면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나의 삶이 적어도 나의 것이 한 번이라도 되어 보고 싶다.

오늘도 내일의 출근을 위해 잠을 청한다. 꿈에서라도 천당의 입구에 다다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죽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면 적어도 웃으며 견디고 싶다. 나의 중년은 결코 쉽지 않다. 억세게 버티고 견뎌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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