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마다 다짐을 한다
먼 미래에 나를 맡기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오늘만 살아보자고............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언제나 있을 것 같은 오늘을 살고 있다. 어제도 한때는 오늘이었고 내일도 오늘이 될 것이다. 늘 오늘을 살면서 난 먼 미래에 목숨을 걸면서 살았다. 미래 때문에 오늘을 참았고, 있을 수도 없는 미래에는 모든 것들이 보상을 받으리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그래서 힘들고 고통스럽고 지옥 같은 오늘을 참을 수 있었다. 이제는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다. 오늘이 이렇게 반복된다면 나는 언제까지 오늘을 견뎌낼 수 있을지 늘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내일을 보지 않기로 했다. 오직 오늘을 위해서 살아야 적어도 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오늘이라면, 적어도 24시간이라면 착실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나는 아침마다 다짐을 한다. 먼 미래에 나를 맡기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오늘만 살아보자고 말이다. 하지만 습관처럼 나의 시선은 또 먼 곳으로 향하고 있다. 멀리까지 가 버린 생각을 재빨리 오늘로 데리고 돌아온다. 또다시 가까운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자 하지만 내 나이 오십이 넘도록 가졌던 그 생각들은 떨쳐 내지를 못하고 있다. 운전석 쪽으로 곧바로 비치는 햇살을 마주하고 도로 위를 달리며 주위를 살핀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마른 나뭇잎들은 구석구석 모여서 웅크리고 있다. 가을꽃 국화들은 아직도 노란 꽃봉오리를 하늘로 향하고 있다. 분주하게 달리는 차들 속에서 나도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길을 가고 있다. 그들이 브레이크를 잡으면 나도 잠깐 쉬고 그들이 달리면 나도 따라 속도를 내고 있다. 굳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조화만 이루고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별다른 문제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혹 내가 멀리 본다면 위험을 감수하며 속도를 더 빨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바로 앞 차에만 집중하면 된다.

나의 삶도 이 차들의 행렬과 다를 것이 없다. 멀리 바라보는 것은 혹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나의 삶은 지속되기 힘들 것이다. 사고를 일으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먼 미래에 집착하게 되면 나는 살기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지 않을 수 있는 미래에 또는 미래에 없는 나를 상기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일이 오늘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만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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