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 미칠 직·간접 영향
대금 결제 중단 피해 속출
러시아 현지 교민, 유학생 등 송금 차단 우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뉴스를 바라보며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뉴스를 바라보며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국농어촌방송=최윤선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기로 했습니다.

스위프트는 국제 금융 거래 시 필요한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보안성이 높은 전산망으로, 전 세계 200여 개국 약 1만1500개 금융기관이 가입했습니다. 이런 스위프트에서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직·간접 피해도 커질 전망입니다. 

정부와 기업들은 러시아 은행의 스위프트 퇴출 상황과 함께 이에 따른 국내외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역안보반을 통해 스위프트 퇴출로 국내 경제와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며, 코트라와 무역협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지 진출, 수출 기업의 애로사항을 접수해 범부처 공동 대응 태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해 지난해 9월 인도한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제공=한국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해 지난해 9월 인도한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제공=한국조선해양]

◆ 국내 기업 영향 

- 조선 · 기계 등 

러시아에 대한 국제은행통신협회 결제망 퇴출 결정은 국내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우선 LNG선 수주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선업 '빅3(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기업은 최근 3년간 전 세계 시장의 약 90%를 장악했습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U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LNG 형태로 수입해야 하는데, 러시아 입장에서도 유럽 외 지역으로의 수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LNG선이 필요한 상태"라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LNG선 수요 강세에 수혜를 볼 수 있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PNG로 공급받던 천연가스를 LNG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지정학적인 이슈로 LNG 설비 발주 증가효과가 상쇄할 전망입니다. 

반면, 미국이 '대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조선업이 보유한 러시아향 잔고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이 50억 달러로 가장 크고, 대우조선해양은 25억 달러, 현대중공업은 5.5억 달러의 LNG선을 건조 중입니다. 만약 국내 기업이 수주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 경우 그만큼의 공백을 부담해야 합니다. 

최광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잠재적인 리스크를 검토 중이며 미국의 제재와 관련된 부분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이 사태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화학 · 자동차 · 운송업 등 

러시아로 판매되는 현대·기아차는 각각 20만 대 수준으로 글로벌 판매의 약 7% 수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로 판매되는 자동차 수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의 양을 다른 지역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스위프트 퇴출로 차량대금 수취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한다면 현대·기아차는 직접적으로 받을 피해가 커지게 됩니다.

또 운송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운송업 전반에 비용 부담이 증가했고, 환율 변동성 확대로 항공주 영업외 비용이 증가할 전망입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화학 업종에도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업체들의 원재료·전력비용 증가가 훨씬 클 것으로 사료돼 국내업체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거래대금 축소와 투자자산 가치 하락 등 펀더멘탈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코트라, 우크라이나 비즈니스애로 상담센터 운영. [사진제공=뉴스1]
코트라, 우크라이나 비즈니스애로 상담센터 운영. [사진제공=뉴스1]

◆ 금융 거래 중단

미국은 지난달 22일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리스트에 러시아 국책은행 VEB, 방산지원 특수은행 PSB 등을, 24일에는 상업은행 VTB·오트크리티예은행·노비콤은행·소보콤은행 등을 포함했습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2일 VTB방크·방크로시야·방크 오트크리티예·노비콤방크·소브콤방크·프롬스비야지방크·VEB 등 7개 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정부도 지난 1일 대(對)러시아 금융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 주요 은행과의 금융거래와 러시아 국고채 거래를 막기로 했습니다.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를 비롯해 러시아 은행 7곳과 금융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 수출입 대금 결제 피해  

당장 무역 대금 거래가 막히면서 우리 수출 기업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달러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수출 기업의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대금 지급이 어려워지고 또 루블화 가치 하락에 거부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는 긴급 대응책으로 우크라이나 비즈니스 애로 상담센터를 운영합니다. 지난 2일 한국무역협회는 대금결제에 관한 접수를 가장 많이 받았고, 그 뒤로 물류와 정보부족 건이 그 뒤를 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대금 결제 피해는 일시적일 뿐이고 러시아로 수출하는 품목이 크지 않아 한국 수출신장의 추세를 훼손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 한국 수출의 러시아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1.55%에 불과하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부품이 6.6%로 가장 높고, 다음은 자동차, 일반 기계 등이다"라고 밝혔습니다. 

- 러시아 유학생·  교환학생· 현지 교민 등 송금 차단 우려 

러시아 현지 교민과 유학생 등 개인의 국제 송금이 차단될 우려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은 이미 송금이 막히면서 해외 송금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송금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국내 해외 송금 플랫폼 ‘한패스’(HANPASS)와 ‘센트비’(SENTBE)는 현재 한국에서 러시아로 송금할 수 있는 기능이 일시적으로 중지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패스와 센트비는 러시아 유학생, 교환학생, 현지 교민 등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앱 중 하나입니다. 

3일 오전 본지가 한패스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기준으로 CIS 국가들로 송금이 중지 됐으며, 매일 아침 CIS 국가 팀에 확인 중이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센트비 또한 상황은 비슷합니다. 센트비 관계자는 "현지 사정으로 인해 러시아 송금이 일시적으로 지원되지 않고 있다"며 "송금이 가능한 시점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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