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천 교수(홍익대학교 법과대학ㆍ한국농업법학회 회장)
사동천 교수(홍익대학교 법과대학ㆍ한국농업법학회 회장)

 

우리나라의 농업현실은 참담하다. 굳이 세계 순위를 메긴다면 최빈국보다 못하다는 평가이다.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농업·농촌의 기여는 매우 크다. 농업·농촌은 산업화를 위한 농지 및 노동력 제공, 경제위기 때에는 완충지대를 형성함으로써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평소에는 국토의 70%에 이르는 산림의 지킴이로서 국토를 보전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더 큰 기여를 해왔다. 문제는 농업·농촌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의 분배에서 소외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농촌의 공동화는 급격히 진행되어 왔다. 산간농촌을 시작으로 농촌의 소멸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부의 분배가 농촌에 이르지 못하여, 소득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동안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농외소득을 증진하고 농가공산업을 육성하여 소득을 보전한다는 정책을 들 수 있다. 막대한 정책자금을 투입하였으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왜 일까? 돌이켜 보면 전반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었다. 농민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탁상에서 결정된 사항을 밀어붙이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농민은 농산물을 재배하는데 특화된 기술을 가진 집단이다. 이들에게 가공, 마케팅, 유통, 수출을 책임지라고 하면 잘 할 수 있겠는가?

단위당 농업생산성은 세계적 수준으로 높다. 농업 생산기술 및 기계화 등 생산기술 측면에서는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은 농업생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농지의 정책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기후변화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식량안보는 한국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국가정책이다. 국민이 자급자족할 만큼의 농산물 생산은 일정규모 이상의 농지를 필요로 한다. 또한 농민은 농업생산에서 충분한 농업소득을 누릴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농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농지규모는 꾸준히 감소해 왔고, 농업소득도 정체 내지 감소해왔다. 농지규모의 감소로 대량생산으로 인한 생산원가의 절감을 기대할 수 없고, 농기계, 비료, 농약, 농자재의 가격은 꾸준히 올른 반면에 농산물가격은 상대적으로 적게 상승하였다. 농업소득이 늘어날 수 없는 구조이다. 물론 직불금을 증액함으로써 농가소득을 보전한다는 것이 정부정책이기는 하나 이것마져도 상당부분 지주에게 흘러가는 형국이다. 도시인의 농지소유가 전체농지의 49%에 이른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통계이지만, 차명(명의신탁)으로 소유하는 농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농지법상 임차료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조선시대에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던 병작반수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차임이 연간 농업생산량의 60%에 이르는 사례도 보고된다. 공익적 직불금의 인상지급이 차임의 형태로 지주에게 흘러가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하에서 농민에게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농지는 농업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새정부가 펴야 할 장기정책이다. 헌법 제121조 제1항의 경자유전의 원칙은 헌법 제23조 일반재산권 보장에 대한 특칙이다. 농지소유권은 농기계와 같이 농업생산수단으로서만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또한 일정량의 농지규모를 확보해야 한다. 국민 1인당 농지규모는 영국의 3분의1, 스위스의 2.5분의1에 불과하다. 더 이상의 농지 전용은 허용해서는 안된다.

현안문제로서 공익적 직불금과 농업소득이 도시인에게 과도하게 흘러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즉 차임상한제를 실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협소한 농지에서 충분한 농업소득을 얻으려면 농작업과 투입원가를 극소화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농업·농촌은 미래의 먹거리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그린바이오 투 레드바이오산업의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 그린바이오산업은 반도체산업을 뛰어넘는 미래 한국의 먹거리산업이다. 이 분야 세계시장 15조 달러의 20%를 한국이 차지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를 넘길 수 있다. 물과 햇볕을 수출하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다. 비록 한국이 이 분야 뒤늦게 뛰어들었으나 플랫폼기술을 먼저 개발함으로써 미래 전망은 매우 밝다. 그린바이오에서는 모든 식물을 최적의 식량자원으로 바꿀 수 있고, 레드바이오에서는 이를 통해 모든 성인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유통정보망의 미비로 인하여 국지적 잉여생산을 쉽게 처분하고 농산물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전국단위의 디지털유통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모든 농산물 생산자와 대형 소비자, 가공업계까지 망라하여 하나의 디지털유통망을 형성하고, 지역적으로 생산된 잉여농산물이 적기에 적절한 장소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농산물 가격안정과 판로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농민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도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사동천 교수(홍익대학교 법과대학ㆍ한국농업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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