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신 순례 (7) 

영월 장릉 (단종 임금 능)
영월 장릉 (단종 임금 능)

1486년 10월에 김일손(1464∽1498)은 과거에 합격하였다. 그의 나이 24세였다. 김일손은 1482년에 준손, 기손 두 형과 함께 정시(庭試)에 나갔으나 일부러 병을 핑계대고 시험을 보지 않았다. 이때 두 형은 과거에 합격했다. 1483년에 김일손은 부친상을 당했고 1485년까지 상복을 입었다. 1486년 7월에 김일손은 초시, 8월에 복시에 합격했다. 9월에 식년 정시(式年 庭試) 초시에 수석 합격한 후에, 10월 복시에 책문 대중흥책에 제1등으로 합격하고, 전시 친현원간잠에 갑과 제2등으로 급제하였다. 

그런데 김일손이 최종 합격에서 2등을 한 것은 이극돈이 점수를 낮게 주었기 때문이었다. 1498년 7월 19일의 「연산군일기」에 나오는 ‘이극돈의 사초의 일에 대한 상소’의 관련 부분을 읽어보자. 

“병오년(1486년)에 신이 윤필상·유지(柳輊)와 함께 시관(試官)이 되어 예조에 있는데, 일손이 거자(擧子)가 되었습니다. 신은 본래 일손이 문장에는 능하나 심술이 범람하다는 말을 듣고, 대작(代作)이 있을까 두려워 중장(中場)·종장(終場)의 제술을 모두 월대(月臺) 위에 두고 제술하게 했습니다. 고시하는 날이 되어 한 권의 잘 지은 것이 있었는데 말이 격식에 많이 맞지 않았습니다. 좌중이 능작(能作)이라 하여 1등을 주고자 하였으나 신은 홀로 말하기를, ‘과장의 제술은 정식(程式)이 있는데, 이 시권(詩卷)이 아무리 능작이라 할지라도 정식에 맞지 아니하니 1등에 두어서는 안 된다.’ 하였더니, 좌중에서 다 그렇게 여기어 마침내 2등에 두었습니다. 나는 사사로 좌중에 말하기를 ‘이는 반드시 김일손의 제작일 것이다. 이 사람이 본시 격식에 구애받지 아니하니 마땅히 제재하여 중(中)에 가게 해야할 것이다.’하였사온데, 이것이 일손의 맨 처음 원망을 맺은 곳이었습니다.”


김일손은 1486년 11월에 승문원 부정자에 제수되었고, 12월엔 정자겸 춘추관 기사관으로 승진했다. 1487년 4월 17일에 부인 우씨가 별세했다. 그리하여 6월에 부인 우씨를 청도의 나복산에 안장했다. 

8월에 김일손은 남효온과 함께 경기도 파주에서 은거하고 있는 문두(文斗) 성담수(成聃壽)를 찾아 10일간 같이 지냈다. 
(김일손 지음 · 김학곤 조동영 올김, 탁영선생문집, 탁영선생숭모사업회, 2012, p 688-689, 탁영선생연보)

 성담수는 성삼문의 6촌 재종제로 1456년(세조 2) 박팽년·성삼문 등의 단종복위운동때 그의 아버지 교리 희(熺)도 관련되어 국문을 받고 김해로 귀양 갔다가 3년 후 풀려났으나 곧 세상을 떠났다. 이에 충격을 받은 성담수는 벼슬을 단념하고 파주 문두리(坡州 文斗里)에 은거하여 독서와 낚시로 소일하였다. 

한번은 조카 성몽정(성담년의 아들)이 경기감사로 순시하던 차, 그 고을을 지나다가 만나보려고 찾았으나, 고을 사람이 그의 거처를 아는 이가 없었다. 겨우 수소문하여 그 집에 갔는데, 초가집이 엉성하여 비바람을 가리지 못하고, 토상(土床)이 겨우 무릎을 들여놓을 정도요, 손님이 와도 앉을 자리가 없었다. 성몽정이 탄식하고 방석 열 개를 보냈는데, 공이 돌려보내며 말하기를, “이 물건은 빈천한 집에 적합하지 않다.” 하였다. 《우계집(牛溪集)》에 적혀 있다.
 
열흘동안 성담수와 함께 지낸 김일손과 남효온은 하루는 술병을 차고 강으로 나갔는데 성담수가 마음이 풀어졌던지 시를 지었다.

낚싯대 들고 강변에 나가 하루해를 보내다가     把竿終日趁江邊 
푸른 물에 발 담그고 곤한 잠을 청하니          垂足滄浪困一眠 
백구와 함께 나라 밖으로 날아가는 꿈꾸다가     夢與白鷗飛海外 
깨어나니 이 몸이 석양 아래 있더라             覺來身在夕陽天 
 
김일손이 「삼가 문두(文斗) 성선생 시에 삼가 화답하다(정미년 1487)」 시를 바쳤다.  
 
갈매기 해오라기 때 모르고 강 양편을 날고 도는데    鷗鷺忘機護兩邊 
모래를 깔고 바위를 베고 함께 한가로이 잠이 들었네  茵沙枕石共閒眠 
그대 꿈에 어디를 가서 놀고 왔는지 알 것 같지만     知君一夢遊何處 
지금은 맑은 바람 부는 북쪽 바다 하늘 아래 있을 뿐  只在淸風北海天 
(이종범 지음, 사림열전 2 순례자의 노래, 아침이슬, 2008, p 349-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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