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포함 역대 정부 농업 정책, 100점 만점에 10점"
"CPTPP 가입 시 검역권 포기·GMO 등 부작용 상당"
"최저 쌀값 정해 농민 기본 삶 보장해야"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사진제공=한국농어촌방송]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사진제공=한국농어촌방송]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이 지난 28일 한국농어촌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했을 때 따라오는 부작용이 상당하다. 심지어 어떤 부분에 이득이 되고 누가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국민 건강과 농업을 지키고자 CPTPP 저지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하 의장은 "국민도 자신이 먹는 게 어디서 왔는지, 안전한지 챙겨야 한다"며 "이제는 농업 문제가 농민과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도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지난 1월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됐다. 목표나 주목하는 농정 현안이 있다면?

▲ 이전에도 어려웠지만, 전반적으로 농업인들이, 농사가, 농업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곡물 자급률이 20% 이하로 내려갔다. 바꿔 말하면 쌀·보리·콩·밀 이런 곡물의 80%는 외국에서 사서 먹는다. 우리가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키울 때 들어가는 사료 대부분도 수입 곡물이다. 물론 여기에는 가축 사육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도 있다.

밀 소비가 쌀 소비 못지않게 증가했다. 아마 식탁을 보면 라면 등 면 종류나 빵을 많이 먹지 않나. 전부 수입 밀가루다. 국민이 하루에 밥 먹는 양과 밀가루 음식 먹는 양을 비교하면 밀가루가 월등히 많을 수도 있다. 젊은 층일수록 밀 소비가 많을 거다. 그렇게 계산했을 때 전체 식량 자급률, 사람이 먹는 걸로만 따지면 45%가량이다. 이걸 60% 정도로 높이겠다는 정치인 공약이 있던데 그건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곡물 가격이 오르니 동물 사룟값도 크게 오르는 등 농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그런 내용들을 국민이 잘 모른다. 이제는 농업을 농민들만 책임지는 시대여서는 안 된다. 농업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국민도 자신이 먹는 게 적어도 어디에서 생산됐는지, 건강한지 아닌지는 알아야 한다. 이런 목표들을 가지고 전농 의장이 됐다.

- 문재인 정부의 농업 정책을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

▲ 10점 정도도 줄까 말까다. 사실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가 다 그랬다. 농업 관련 정책이 있다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이거라도 없으면 농업이 소멸할 것 같은' 정책들, 그 정도 보전하는 것에서 그쳤다. 

어떤 정권이 집권했든 가령 식량 자급률 60~70%, 곡물 자급률을 40~50%까지 끌어올리는 등 우리나라 먹거리는 우리가 상당 부분 책임질 수 있는 그런 농정을 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그래서 10점이다. 흉내만 냈다는 뜻이다.

[사진제공=한국농어촌방송]
[사진제공=한국농어촌방송]

◆ "CPTPP, 구체적 내용 없고 국민 건강에 피해…저지가 목적"

- 농업계의 가장 큰 현안이 CPTPP 가입 여부다. 정부 측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지?

▲ 없다. 정부 측에서는 CPTPP 가입을 하겠다고 발표는 했는데, 뭘 명확하게 알려주진 않는다.

CPTPP에 가입하면 농축 수산 업계에 피해가 간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농림수산식품부나 해양수산부에서도 이러한 손해를 알고 있으니 농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기도 어려울 거다. CPTPP를 추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나 기획재정부 측에서는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CPTPP 가입으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는 구체적으로 발표 난 게 없다. 한쪽, 즉 농축수산업계가 손해를 보면 한쪽이라도 국가 차원에서 이득이 되어야 하지 않나. "가입을 안 하면 손해"라고만 이야기하지, 무슨 종류의 손해고 어느 쪽이 얼마만큼 이득을 보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명확히 손에 쥔 게 없기 때문 아니겠나. 공청회니, 설명회니 하겠다고 하지만 상세한 내용도 없고, 보전대책도 마련해 본다고 '노력'하겠다 정도뿐이다. 이것이 지금 CPTPP의 현실이다.

- CPTPP, 무엇이 문제인가? 다양한 문제가 거론되긴 하는데, 농업계에서 심각하게 여기는 부작용은 무엇인지?

▲ 한국의 경우, 조류 독감이나 돼지 열병이 발생하면 특정 반경 이내 닭이나 돼지를 살처분한다. 바이러스가 못 퍼지게 막기 위해서도 맞지만 첫 번째 이유가 '국민 건강'이다. 병든 걸 국민이 못 먹게 하려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살처분하는 거다. 

특정 국가에서 돼지 열병이 발병됐다고 하면 그 국가의 돼지 전부를 수입 금지했다. 하지만 CPTPP에 가입하면, 바이러스가 발견된 농장 한 곳의 돼지만 국내에 못 들어오게 된다. 반경 몇 km 내에 있는 다른 가축은 수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검역을 한다고 해도 한 마리씩 하는 게 아니라 표본을 추출해서 검사한다. 놓치면 바이러스 감염된 가축이 들어오는 거다. 우리는 반경 몇 km 안에 있으면 살처분한다면서 외국 건 해당 농장 것만 수입을 금지한다는 건 이중잣대다.

(CPTPP 가입은) 검역권까지 포기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후쿠시마산 문제도 따라온다. 세슘이라든지 이런 방사능 오염 농수산물도 검역했을 때 표본으로 안 걸리면 그냥 통과돼서 들어오게 된다. 국민들은 모르고 구매할 수밖에 없다. 

농작물을 해치는 국내 토종 벌레들은 관리가 쉽다. 언제 나오고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익히 알고 있고, 농약을 약간만 쳐도 막을 수 있다. 가령 멕시코산 사과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검역에 안 걸려 함께 들어오는 외국산 병충해를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는 거다. 예전에 미국에서 선녀벌레가 들어와 전국의 과원들을 박살 낼 만큼 큰 피해를 준 적이 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GMO)도 문제다. 지금 국내에 식용유, 콩, 밀 등 유전자 조작 식품이 많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 유럽과 달리 한국은 GMO 표시를 하지 않는다. 유전자 조작이라고 하면 흔히들 '포마토(토마토+감자)'처럼 유전자를 변형해서 식량 생산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기술이라고 알고 있다. 그게 아니다. 

외국에서는 몇백만 평 넓은 땅에서 기계로 농사를 짓는다. 가령 콩을 키운다고 하자. 잡초와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제초제와 살충제 등 농약을 뿌릴 것이다. 이때 콩의 유전자를 조작해 농약 성분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런 뒤에 강력한 약을 살포한다. 시간이 지나니 약에 내성이 생긴 잡초들이 자랐다. 그래서 콩이 더 센 농약에도 살아남게 유전자를 다시 조작한다. 콩이면 원래 콩 성분이 있어야 하는데 유전자 변형이 됐다. 그걸 먹어서 사람에게 부작용이 생기는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CPTPP에 가입하면 이러한 GMO 식품도 무분별하게 들어올 수 있다. 

- 정부가 CPTPP에 대해 충분한 피해 보전과 지원을 하겠다며 피해보전직불, 재정투입 확대, 인프라 확충 등을 꺼냈다. 이에 관한 의견이 궁금하다.

▲ 피해 보전과 지원이라고 해서 딱히 나온 내용은 없다. 예전에 FTA를 맺을 때, 무역을 해서 자동차를 팔든 핸드폰을 팔든 이익이 나면 '이익 공유금'을 만들어 10년 정도 재원을 마련하겠다, 피해 입은 농가에 지원하겠다 이런 내용이 있었다. 실제로 이익 공유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공기업 쪽에서만 돈을 내놨다. 대기업들에서는 한 푼도 낸 적이 없다. 모아 놓은 이익 공유금도 약속한 금액만큼 (농가에) 주지도 않았다.

피해를 보전하겠다고 하면 곧 땅을 버리고 떠나라는 얘기다. 그래서 계속 농가 수가 줄었고, 90년대 당시 800만 가까운 농업인이 지금 200만으로 줄었다. 장애인 수 400만보다 적다. 그 정도로 농촌이 무너졌다. 만약 피해 보상을 잘했고 제도가 잘 마련돼 농촌이 살기 좋았다면 사람들이 다 떠났겠나. 우스갯소리로 "잘 사는 농촌은 6시 내고향에만 나온다"고 말하곤 한다. 트럭이나 가게에 과일들이 왜 한가득 쟁여져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CPTPP 이름처럼 농업은 포괄적, 점진적으로 계속 망해왔다. 도시는 살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사람이 몰리지 않나. 그렇다면 살기 좋다는 농촌에는 왜 사람이 없을까. 이번 CPTPP 피해 보전 내용도 30~40년 동안 성공한 적 없었던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정부는 자기들 농업 정책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내놓은 경제 전망 자료에 따르면, CPTPP 가입 시 농업 생산이 15년 동안 연평균 853억에서 4400억 원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감소 추정치는) 실제로 해봐야 하는 거다. 한·미, 한·중 FTA처럼 한 나라 대 한 나라 체결을 하는 건 간단하다. 너는 뭐 팔고, 나는 뭐 팔고, 관세를 얼마만큼 낮춰라, 없애라. 이런 식으로 협상하면 된다. 그런데 CPTPP에 가입한 11개 국가의 협상 내용이 다 다르다. 이 나라하고는 A 내용, 저 나라하고는 B 내용을 협상하고, 나라마다 품목과 요구 조건 등이 다르니 정부가 정확한 피해액을 발표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소비할 수 있을지도 봐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집권 당시 "미국에서 생산되는 거 아니면 안 사겠다"며 무역 장벽을 세웠다. 사실 처음에 (TPP는) 미국이 주도했다. 그런데 미국이 수출을 하려면 수입을 해야하지 않겠나. 그래서 (TPP에서) 빠진 거다. 미국도 포기한 걸 한국이 왜 하려는지, 과연 무슨 득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 말했듯 무엇이 득인지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하다. 

- CPTPP 가입이 거의 확정적인 분위기다. 가입까지 1~2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전농은 어떤 대응을 할 계획인가?

▲ 전에는 협상을 한다고 하면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이런 협상을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다. 사실 1~2년 걸릴지 3~4년 걸릴지는 해봐야 안다. 나라마다 협상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나라하고만 1년 걸릴 수도 있다.

내 자식도 그렇고 농민들 자식 대부분이 도시에서 일해 먹고 산다. 이런 점들 때문에 FTA를 체결할 때도 농민들이 많이 양보한 부분이 있다. 내 자식은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 일각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범국민운동본부를 꾸려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이 많은 제주, 경남, 전남, 강원도 등에서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 가입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농업계에서 생각하는 보상책이 있나?

▲ 전혀 없다. 저지가 목적이다.

여태까지 30년 개방 농정을 해서 지금 농업이 살아남았나. 지금 1년에 사라지는 농지가 여의도의 30~40배다. 도로 내고, 산업단지랑 공항 건설하면서 농지가 계속 없어진다. 식량 자급률은 어떻게 높인다는 건가. 머리 위에 심을 건가 옥상에 심을 건가. 아니면 갑자기 슈퍼 쌀이 돼서 한꺼번에 3~4개씩 열리는 나무가 생길 건가. 이번에 지방선거 시작되면 도지사부터 군수, 시장까지 "우리 지역에 무엇을 유치하겠다"는 식의 공약을 낼 거다. 하지만 전부 땅 훼손시키겠다는 뜻이다. 산업단지 하나 들어오면 땅이 몇만 평 사라진다. 접근성 좋고 비싸면 안 되는 땅, 결국 농지밖에 없다.

[사진제공=한국농어촌방송]
[사진제공=한국농어촌방송]

◆ "농지, 투기 대상 아냐…농민 기본 삶 보장 위한 법 필요"

- 농업 인구와 토지 면적이 계속 줄고 있다. 이러다 소멸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드는데?

▲ 우리나라에서는 땅을 바라보는 시각이 '투기' 그뿐이다. 선진국들은 땅을 이용하더라도 농사지을 땅은 남겨놓는다. 한국은 도로 만들고 공장 세우느라 (땅을) 다 없앤다. 어떤 정치권에서도 뭘 유치하겠다고만 하지 건물을 헐어서 모를 심겠다고 안 한다. 농지 확보하겠다는 소리를 안 한다. 새만금 사례도 있지 않았나. 

기업들이 공장 놓아서 얻는 이익보다 땅 투기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 김해 같은 곳에 있는 몇십만 평 땅을 사놓고 농사도 안 지은 채 30년째 놀리고 있다. 농지와 농촌을 보며 '사서 가지고 있으면 돈 된다' 이 생각밖에 안 하는 것 같다. 땅은 투기 대상이 아니라 농사짓는 곳이 돼야 한다. 

조선시대에 '나라에 진상했던 품목'이라고 해서 임금에게 바치던 지역 특산물들이 있었다. 미역은 어디 게 제일 좋다, 사과는 어디 게 제일 좋다 이런 식으로 굉장히 검증된 식품들이다. 맛, 크기, 빛깔 모든 걸 확인하지 않았겠나. 지금도 이천 쌀에는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말이 붙는다. 대통령도 우리나라 8도 농수산물들을 먹어보면서 이런 검증을 하면 좋겠다. '대통령이 먹는 쌀' 얼마나 좋지 않나. 이런 식으로 해서라도 농업을 좀 관심 있게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농업계에서 '농민기본법(농업·농촌·농민 기본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농민기본법은 무엇인가?

▲ 예를 들면 노동자 보호법, 최저임금법 등 근로기준법에 속해서 '적어도 이 정도는 보상해라' 이런 법이 있지 않나. 최저임금으로 근로자들이 먹고살 수 있는지 파악해서 모자라면 그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 등을 협상한다. 하지만 농업은 그런 게 없다. 밥 한 공기 분량의 쌀을 현재 170~180원, 200원도 (농민이) 제대로 못 받고 있는데 식당에서 밥 한 공기 추가하면 1000원을 받는다. 그들은 몇 배를 벌어먹는 거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태풍 피해 등을 제외하고) 정상적으로 농사를 지었을 때 평균적으로 쌀 한 가마에 얼마는 되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이 최소한 빚은 안 진다, 이런 걸 가정하는 거다. 근로자들이 일하고 하루 약 8만 원은 받아야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것처럼 쌀값을 정부에서 보전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정부가 돈을 내야 하고 쌀을 사줘야 한다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아니다. 쌀값을 올리면 된다. 가령 쌀 20kg에 6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고 그 이하로 쌀을 못 팔게 막아버리는 식으로 최저 쌀값을 정하면 된다. 쌀값이 떨어진다고 정부에서 "시세가 그러니까"라며 놔두지 말라는 의미다.

세세한 항목은 아직 필요 없고, 나중에 개정이라도 할 수 있게 기본법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회사들에는 농업으로 얻은 이득에 대해 일정 비율 세금을 거둬 농민기본법 재원을 마련하면 되지 않겠나. 적어도 농민이 농업 행위를 해서 먹고살 수 있게끔 해달라는 거다. 정부에서 월급을 주든지, 값을 조정하든지, 태풍으로 농사가 망했으면 지원해주든지. 아직 정확히 나온 건 없다.

[사진=한국농어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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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 실효성 없어…기술로 재배한 작물 건강할지 의문"

- 농민들이 바라보는 귀농·귀촌 인식은 어떤가? 실효성은?

▲ 전문가들도 농사짓다가 계속 망하는 판인데 과연 젊은이들이 잘할까 의문이다. 귀농·귀촌하면 보통 몇억 원을 정착 자금으로 준다. 마치 공짜로 다 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결국 다 빚이다. 진짜 무료로 주는 건 몇천만 원밖에 안 된다. 5년 거치 10년 상환 이런 식으로 갚아야 한다. 

정부에서는 귀농·귀촌을 선전하지만 실제 견디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정착률이 10%도 안 될 것으로 예상한다. 방송에 나와서 (귀농)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로 2~3년 못 버티고 떠난다. 주위에서 많이 봤다. 가령 지원금 5억을 받았다고 했을 때, 그걸 갚아야 하는 시기가 오면 과연 농사지어 번 돈으로 먹고살면서 원금까지 갚으며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농식품부에서 귀농·귀촌 성공사례라고 책자도 만드는데, 국민을 속이는 거 아닌가 싶다. 이런 부분들을 전농에서 살펴볼 생각이다. 또 아직 쌀 문제도 해결이 안 되지 않았나. 지금 모심기 다 해가는데 작년 쌀이 그대로 남았다.

- 정부에서 쌀가루를 활용해서 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 '디지털 농업' 등 농업 분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농민들, 농업계 반응이 어떤가?

▲ 결국은 기업형, 공장형이 되고 많은 자본이 투자될 것이다. 일반 농가들이 접근하기는 어렵겠다. 아마 정부에서는 미래를 대비한 것일 텐데, (디지털 농업 기술이) 건강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기술을 이용하면 비료, 질소 등 필요한 물질만 공급해서 식물을 키워낸다. LED 전구 같은 걸로 햇빛도 사람이 조절한다. 옛날 농사는 땅에 비료랑 퇴비 깔고 땅에서 올라오는 영양분으로 지었다. 땅에는 우리가 과학적으로 검증 못한 많은 영양과 물질이 있다. 만약 사람에게 단백질 몇 그램, 비타민 얼마, 철분 얼마 계량해서 맛은 무시하고 하루에 딱 필요한 영양소만 먹인다면 죽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과연 건강할까.

일례를 들었다. 디지털 농업에는 판로 문제나 데이터 관리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토마토, 오이, 상추처럼 밀집해서 키울 수 있는 작물은 괜찮은데, 사과처럼 2~3m 높이 작물을 재배하려면 얼마나 큰 시설을 지어야겠나. 모든 농업에 적용되지 못한다.

최근에는 6차 산업이라며 농촌에서 관광산업까지 한다. 생산, 포장, 판매에다 관광 산업까지, 어느 농가가 그걸 다 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면 농촌이 엄청나게 발전한 것 같지만 아니다. 농업은 산업이 아니라 농업 그 자체로 있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와 농식품부 장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농업에 피해가 간다고 하면 대통령한테 달려들어서라도 "이건 안 됩니다"라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농식품부 장관이 되면 좋겠다. 우리나라 식품을 책임지고 농업계를 이끌어갈 수장으로서 국민 먹거리가 안전한지부터 확인하고 농업이 무너지는 문제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장관 일을 해주길 바란다. 

또 농업 현실을 이제는 전 국민이 같이 고민해줄 때가 되었다. 농촌·농업이 건강하면 국민 건강도 함께 좋아진다. 우리나라 농업이 소멸하고 식량이 전부 수입으로 채워지면 검역과 식량 위기 등 많은 문제가 따라온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이 부분에 있어서 언론들이 정확한 보도를 통해 농업이 국민들 관심을 먹고 살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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