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2017년부터 원료 65개 재평가...기능성 원료 인정 취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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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나날이 커지지만, 관리 문제와 함께 안전성 그리고 효능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2% 이상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지난 2015년 1조 8200억 원을 기록한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은 2019년 2조 9500억 원까지 늘었습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는 국내 시장 규모를 2020년 4조 9273억 원, 2021년 5조 454억 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한 이상 사례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식약처에 접수된 이상 사례 건수만 해도 지난 2015년 502건에서 계속 늘어 2020년 1196건, 지난해에는 1344건을 기록했습니다. 8년 사이 약 168% 증가한 셈입니다.

이상 사례 신고 총 1만 743건
영양보충·프로바이오틱스·DHA/EPA 순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건강기능식품은 홍삼,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비타민과 무기질, DHA·EPA 함유 유지(오메가-3 지방산) 순입니다.

이상 사례로 많이 신고된 건강기능식품 순위는 생산량과 완전히 비례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달 13일 식품안전정보원이 발표한 지난 5월 말 기준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금까지 접수된 신고 1만 743건 가운데 영양보충용제품이 2596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 1397건, DHA·EPA 함유유지 793건, 가르시니아캄보지아추출물(이하 가르시니아) 538건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이상 사례는 553건으로, 영양보충용제품 178건, DHA·EPA 함유 유지 74건, 프로바이오틱스 43건 순입니다.

이상 사례 증상은 설사, 복통, 두드러기, 메스꺼움, 변비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영양보충용제품은 위장관 이상, 설사, 구토 증상을,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설사, 변비, 복통 증상을, 가르시니아는 설사, 두드러기, 복통, 생리 이상 등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상시험 결과 원료 기능성 없다"
"승인 기준 상당히 허술"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는 '고시형 원료'와 '개별인정형 원료'로 나뉩니다. 고시형 원료는 기능성이 널리 알려져 별도의 인정 절차 없이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원료입니다.

쉽게 말해 A 원료가 B에 좋으니 누구나 A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 수 있도록 식약처장이 허락했다는 뜻입니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원료 판매자가 직접 식약처에 기능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원료입니다.

부작용 사례가 많은 프로바이오틱스, DHA·EPA 함유 유지, 가르시니아 모두 고시형 원료입니다. 그러나 이 원료들이 정말 기능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는 "(많은 건강기능식품 원료들에 대해) 최근 수십 년 동안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보니 건강기능식품 99% 이상이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승인된 건강기능식품들은 일부 실험실 연구와 동물 연구를 근거로 했다"며 "(하지만)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하니 효과는 0이었다. 심지어 비타민·항산화제 등은 오히려 사망률이나 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결과도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명 교수는 2004년부터 시행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해당 법률에는 최신 연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최신 연구 결과를 고려해 건강기능식품들을 재평가해야 한다.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는 것만 엄격히 승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건강기능식품 승인 과정은 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그 기준이 상당히 허술하다.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은 권장할 수도 없고 권장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건강기능식품 [뉴스1]
대형마트에 진열된 건강기능식품 [뉴스1]

이상 사례 많은 원료
식약처 재평가에도 기능성 '유지'

식약처는 지난 2017년부터 건강기능식품 원료에 대해 재평가를 진행해왔습니다.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은 지 10년이 지났거나 안전성·기능성과 관련해 새로운 정보가 있는 원료가 그 대상입니다.

평가에 따라 '기능성 원료 인정 취소' 또는 '일일섭취량' '제조기준' '섭취 시 주의사항' 등을 바꿔 안전성과 기능성이 확보된 식품만 유통되도록 하는 게 취지입니다. 

가르시니아와 프로바이오틱스는 2017년에, DHA·EPA는 2018년에 재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가르시니아는 재평가 결과 일일섭취량 등 다른 사항들을 유지하기로 했고, 프로바이오틱스는 제조방법에 대한 설명을 고쳤습니다. DHA·EPA의 경우 섭취 시 주의사항 내용을 바꿨습니다. 

식약처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원료 총 65개를 재평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기능성 원료 인정이 취소된 것은 없었으며 기능성 개수가 줄어든 것은 자일리톨, 프락토 올리고당 등 2개뿐이었습니다.

"고질적인 허위 과장 광고가 시장 오염"
"정부가 나서서 단속해야"

한편 건강기능식품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국가가 기능성을 인증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소비자 쪽에서는 어쨌든 가짜 시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만병통치약처럼 판매하려는 일부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박 공동대표는 "광고만 보고 구매해서 건강기능식품을 여러 개 먹는 사람들도 꽤 있다"며 "그것들을 한꺼번에 많이 먹었을 때 부작용이 있거나 건강에 과연 좋을지 의심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장 떠오르는 게 소팔메토다. 남성 전립선에도 좋고 성 기능도 강화하는 만능 약이라고 아직도 케이블 방송에서 광고한다"며 "아예 문제가 됐으면 제재됐을 텐데, 애매하게 선을 넘나드는 거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박 공동대표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조 단위인데 그게 전부 문제가 되진 않을 거다. 그러나 고질적인 허위 과장 표기·광고 문제가 이 시장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소비자 스스로 똑똑해질 필요도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계속 모니터링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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