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웨사 전통주 소믈리에 [오두환 기자]
더스틴 웨사 전통주 소믈리에 [오두환 기자]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더스틴 웨사 전통주 소믈리에(이하 더스틴)가 지난달 24일 한국농어촌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산술클럽을 통해 일반 사람들도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술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전통주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몇 년 안에 국제 시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산미 있는 막걸리, 다채로운 맛의 청주 등이 외국인에게 인기"라고 밝혔습니다.

- 본인이 느끼는 해외 또는 미국에서의 한국 전통주 인지도는?

▲ 아마 깜짝 놀랄 거다. 이 산업에서 일한 지 8년쯤 됐는데, 지난 2년 동안 한국 전통주 인지도가 크게 상승하는 걸 목격했다. 막걸리 양조 클럽이 미국과 북유럽에 생기기도 했다. 내 친구는 멕시코에 막걸리 양조장을 열려고 준비 중이다.

북유럽에서 소주를 만들고 나서 제대로 만든 건지, 맛은 어떤지 등을 물어보려고 내게 가져다주기도 한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매우 신나는 일이다.

- 조셉 리저우드 셰프와 협업한 적이 있다. 두 사람에게 한국의 음식·주류 시장은 어땠는지?

▲ 아마 3~4년 전이었을 거다. 조셉은 매우 창의적인 사람이다. 그는 항상 틀을 깨고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했다. 나도 똑같았다. 그래서 조셉이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했을 때 내가 "레스토랑을 와인 없이 운영해보자"고 제안했다. 한국 술로 페어링을 해보자고 하니 조셉이 적극 찬성했다.

조셉과 나는 식음 산업, 특히 파인 다이닝 분야의 선구자였다고 말할 수 있다. '밍글스'라는 레스토랑에서 우리보다 먼저 전통주 페어링을 시작하긴 했지만, 그들은 와인도 다뤘다. 우리는 오직 전통주에만 집중했다. 어울리는 전통주와 요리 짝을 모두 찾아내느라 힘들었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찾아 나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 한국 안에서의 전통주 지위는 어때 보이나?

▲ 매우 빨리 성장했다. 전통주 판매량이 작년에 2배 뛰었다고 한다.

전체 술 판매량 중에 전통주 판매량은 약 1%를 차지한다. 1% 자체만 놓고 보면 그렇게 큰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0.5%에서 2배가 뛰어 1%가 됐다고 하면 말이 달라진다. 

작년에 얼마나 많은 주류 판매점이 생겼냐면, 서울에만 100곳이다. 그런 상점들에서는 술뿐만 아니라 안주도 준비했다. 성장률이 어마어마하다. 5년 전만 해도 동동주는 특정 장소에서만 맛볼 수 있었다. 지금은 대형마트 같은 곳에 가면 전통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온라인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상황들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용두사미로 끝나진 않을 거다. 더 성장해서 앞으로 몇 년 안에 국제 시장으로 나아가는 모습도 보게 될 거다.

- 외국인들이 막걸리 누룩 향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한편으로는 맛과 색깔이 매력적인 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의견이 궁금하다.

▲ 우리가 누룩에 관해 이야기할 때, 두 가지 단어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누룩 향'과 '누룩 취'다. 누룩 향은 누룩에서 나는 향기다. 자연적이고 조화롭고 끌리는 향이다. 향긋하고 구운 곡물 향, 감칠맛이 난다. 누룩 취는 약간 지나친 냄새다. '이취(이상한 향)'라고 한다.

솔직히 외국인에게는 누룩 향이나 맛이 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도 별로일 수 있다. 누룩 향과 맛이 정도를 넘어서면 사람들 대부분이 힘들어할 거다. 외국인과 한국인 둘 다 경험한 내 관점으로는, 막걸리 향과 맛에 관해 굳이 외국인 입맛과 한국인 입맛으로 나눌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누룩 취, 누룩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거고, 안 좋아하는 사람은 안 좋아할 거다. 우리가 굳이 그걸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니까.

- 어떤 맛을 가진, 어떤 종류의 한국 전통주가 외국에서 인기를 끌까?

▲ 산미 있는 막걸리다. 알코올이 든 요구르트 같기 때문이다. 우유 같으면서 톡 쏘니까 매우 좋아한다.

여러 가지 맛이 나는 청주도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었다. 내 가게에 있는 것 중에는 '석로주'가 해당한다. 향기로운 버섯류, 많은 꽃, 몇몇 뿌리로 만들어졌다. 맛이 매우 다채로우면서 조화롭다.

한 모금 마셔보면 정확히 와인도 아니고 증류주도 아니다. 이것들의 특성을 다 담고 있을 만큼 맛이 다양하다. 마실 때마다 다른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외국인 손님들은 이런 스타일을 선호한다. 이렇게 전통적이고 다채롭고 향기로운 청주가 국제 시장에서 떠오를 거다.

더스틴 웨사 전통주 소믈리에 [오두환 기자]
더스틴 웨사 전통주 소믈리에 [오두환 기자]

- 이태원에 '남산술클럽'을 열었다. 주점을 열게 된 계기는?

▲ 사람들은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와 플라스틱병에 담긴 평범한 막걸리를 빼고 어떤 한국 술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남산술클럽을 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사람들이 점점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모습을 지켜봐왔다. 전통주 종류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고, 여러 술을 먹어보고 싶어 하지만 주점에 가면 그냥 병 단위로 주문할 수밖에 없다. 

내가 무엇을 마셔보고 싶은지, 내가 마시는 게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 병을 주문한다. 입맛에 안 맞으면 두 번째 병을 주문한다. 마셔봤더니 괜찮지만 정확히 내가 찾던 게 아니다. 이러다가 다시 와인으로, 맥주로, 초록 병 소주로 돌아간다. 원래 알던 술만 계속 마시게 된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80~100가지 전통주를 병이 아닌 잔 단위로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열자고 결심했다. 누구나 한 자리에서 다섯 가지든 열 가지든 전통주를 마셔볼 수 있도록 했다.

손님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무엇을 좋아하나요? 단맛을 좋아하나요, 달지 않은 맛을 선호하나요?"부터 산미, 탄산, 드라이한 맛, 독한 맛 등을 물어보며 '완벽한 한 모금'으로 가능한 빠르게 이끌어주는 거다. 손님이 "오, 이 술에는 내가 좋아하는 맛이 있네, 정말 맛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 메뉴판을 보니 안주보다 술이 더 많다. 술은 총 몇 종류인가? 안주를 선정한 기준은?

▲ 우리가 가진 술 종류는 변동이 있긴 하지만 대략 80~100가지 정도다. 몇몇 술이 다 떨어지면 다른 술이 들어오기도 한다.

꽤 규칙적으로 술 종류를 바꾸는 편이다. 저온살균된 술보다는 (항아리에 담긴) 신선한 막걸리와 청주 등 생주를 더 많이 다루는데, 이런 술들은 살아있다. 날씨가 바뀌거나 누룩이 바뀌면 술이 지닌 특성도 조금씩 바뀐다. 마치 2년 동안 숙성 과정을 거치는 고급 포도주처럼. 전통주는 더 빠른 속도로 바뀐다. 가끔 술들을 먹어보면 예상보다 맛이 더 변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그러면 그것들을 잠시 넣어뒀다가, 날씨가 선선해지거나 따뜻해지면 다시 꺼낸다.

안주는 저녁 이후에 사람들이 와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것들로 구성했다. 남산술클럽 자체가 저녁 전이나 저녁 후에 와서 즐기기 좋은 장소다. 우리는 (안주보다) 술에 집중할 수 있기를 원한다. 술의 특징, 향기 등 나와 술 사이에서 경험하는 것들 말이다. 단지 배부르게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게 아니다. 

- 남산술클럽에서는 다른 소믈리에들과 함께 일하는가?

▲ 우선 내 직원 준호는 자격증이 있다. 우리는 항상 함께 일할 전통주 소믈리에들을 더 찾고 있다. 하지만 남산술클럽은 모든 일이 바쁘게 돌아가는 공간이라 직원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요즘 식음료업(F&B) 전반에서 직원을 구하기 힘들 때긴 하다.

우리에게는 관련 경험이 많은 사람도 있고, F&B 경력이 있는 사람도 있다. 전통주에 정말 관심이 많아서 단지 이를 배우고자 함께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한국어를 못해 영어가 필요한 쪽에서 서비스하며 일한다. 나는 그들과 함께 시음하고 교육도 한다. 남산술클럽 크루는 온갖 사람이 섞인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더스틴 웨사 전통주 소믈리에 [오두환 기자]
더스틴 웨사 전통주 소믈리에 [오두환 기자]

- 유튜브 '전통주마니아 더스틴'을 운영 중이다. 마지막 영상이 11개월 전인데,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 중인가?

▲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영상을 좀 찍었다. 그들 채널의 부 프로젝트 같은 거였다. 지금 새로운 걸 준비한 지 몇 달 됐다. 곧 보여드리겠다.

- 영어로 번역하기 애매한 전통주 용어나 재료, 맛 표현 등을 어떻게 하면 해외 현지인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 이런 용어나 표현 차이를 극복하고자 다리를 놓는 일은 매우 재밌을 거다. 

한국 전통주의 '감칠맛'에 관해 설명할 때는 대부분 버섯, 나무, 특정한 뿌리 등을 말한다. 해조류 향과 맛도 있다. 서양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재료들이다. 전통주를 쉽게 설명하려면 이런 재료들과 대응하는 걸 찾아야 할 거다. 가령 미나리는 '셀러리 잎(celery leaf)'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최대한 비슷한 무언가를 찾는 거다.

하지만 실제 그 재료를 준비해서 현지인들이 직접 경험해보게 하는 건 어떨까. '이건 더덕이다', '이건 쑥이다' 하며 향을 맡아보고, 술을 마셔보면서 그 재료의 맛과 향을 찾으며 비교해보게 하는 방식이다. 더 재밌으리라 생각한다. 동시에 그들이 알고 있는 향 종류를 넓히는 경험도 할 수 있다.

- 요즘처럼 장마철이고 하늘이 흐린 날에는 어떤 술이 어울릴까?

▲ 막걸리를 마시겠다. 전통적으로는 비가 오면 전과 막걸리를 먹는다. 항아리를 열었을 때 막걸리가 발효되는 소리, 돼지기름에 전 부치는 소리, 빗소리까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완벽한 삼각구도다.

이런 날씨라면 나도 막걸리를 마실 것 같다. 달지 않고, 상큼하고, 낑깡처럼 새콤하고, 탄산이 있고, 흙 맛이 감도는 막걸리를 큰 양은 잔에 담아 마시겠다. 그리고 소금을 안주 대신 먹을 거다. 소금에 탁주, 딱 그렇게만.

- 향후 활동 계획은?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알고 싶다.

▲ 우선 남산술클럽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준비해보고 싶다.

남산술클럽에 괜찮은 시음 샘플과 페어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싶다. 손님들과 함께 색다른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 시음해보고, 하나 또는 여러 가지 재료를 한 가지 술과 먹어보는 거다. 소주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싶다. 남산술클럽에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 

장기 목표는 서양과 동양의 술, 세계의 술을 연결하는 거다.

궁극적으로 남산술클럽을 통해 앞서 얘기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다. 사람들이 '오늘 저녁에 술 한잔하고 싶다', '이 사람이랑 술 마시고 싶다'를 생각했을 때, 머릿속에 여러 선택지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거다.

단순하고 추상적인 '술'이 아니라, 사람들 의식 속에 구체적인 술들을 붙여 넣고 싶다는 뜻이다. 메뉴판처럼 머릿속에서 먹고 싶은 술 이름을 고를 수 있도록 말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남산술클럽은 6시에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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