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당국 조사 받은 현대·기아차 10개 모델 모두 배기가스 기준치 초과
ix30, i20, i30, 싼타페, 투싼, 쏘렌토 등 유럽 주력 모델 기준치 4~11배 배출
현대·기아차, 기후변화 가속화하는 내연기관차 판매에 주력
독일,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경유차 전반으로 배기가스 조작 여부 조사 확대
그린피스, 폭스바겐·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 대상 친환경차 전환 캠페인 전개

지난 2021년 9월 그린피스가 조기 탈내연기관 선언 대신 수소비전 발표한 현대차를 비판하는 장면 [뉴스1]
지난 2021년 9월 그린피스가 조기 탈내연기관 선언 대신 수소비전 발표한 현대차를 비판하는 장면 [뉴스1]

[한국농어촌방송=홍채린 기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현대차·기아가 지난 28일(현지 시각) 독일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과 관련해 확인 조사를 벌인 결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검찰은 현지사무소 8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수사에는 프랑크푸르트 검찰, 룩셈부르크 수사 당국, 헤센주 경찰 소속 140명이 투입돼 통신 데이터, 소프트웨어, 설계 관련 서류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현대·기아차 그리고 제조업체들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불법 배기가스 제거 장치가 장착된 21만대 이상의 디젤 자동차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 장치는 자동차가 실제로 작동 중일 때와 반대로 테스트 중에는 낮은 수준의 CO2 배출량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기아차 10개 모델은 배기가스 검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를 받은 모델 모두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일부 모델의 배기가스 배출량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최대 11배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 이른바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독일에서 판매중인 화석연료 차량 전반으로 실제 운행 환경에서 진행하는 배기가스 검사를 확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성실하게 조사를 받고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제 2의 디젤게이트?..다시 소환되는 '디젤게이트'

디젤게이트란 2015년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디젤엔진차의 배출 가스 데이터를 조작했다가 발각된 사건입니다. 

원래 디젤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질소산화물 등 유독한 배출가스를 생성한다는 이유로, 승용차에 많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유럽은 배출 가스 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약해서 디젤 승용차 생산에 주력한 것입니다. 

이후 1997년 교토 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유럽도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게 됐고,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강화된 유로 기준에 맞춘 디젤 승용차를 위한 매연 저감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클린 디젤'입니다. 디젤엔진이 가솔린엔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가량 적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질소산화물은 가솔린 엔진보다 수십 배, LPG 엔진보다 수백 배 더 큽니다. 

디젤게이트가 발각된 것은 교통 문제를 연구하는 ICCT라는 NGO에서 '디젤 엔진'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웨스트버지니아대(WVU)에 실험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결과가 발표된 것과 달랐고, 폭스바겐이 규제를 우회하는 'Defeat Device'를 설치게 디젤게이트가 발각된 것이었습니다. 

현대·기아차 10개 모델, 실험실 인증검사 때보다..유해 배기가스 배출 ↑

이와 비슷하게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과 독일 환경단체(DUH) 두 곳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검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 기간에 검사를 받은 현대·기아차 모델은 총 10개 모델이었습니다. 모두 실제 도로 운행 중 배기가스 검사를 실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험실 인증검사 때와 비교해 훨씬 많은 유해 배기가스를 배출한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10개 모델 중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주력 모델인 i20·ix30·싼타페·투싼·쏘렌토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검사 결과를 입수해 분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KBA가 실제 주행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한 검사에서 i20은 903.09 mg을 배출했습니다. 유로6의 기준인 km당 허용치 80mg보다 최대 11.2 배나 많이 배출한 것입니다.

현대 ix35는 1118.28 mg을 배출해 유로5 기준 km당 180mg보다 최대 6.2배 많은 질소산화물이 검출됐습니다. 

DUH가 유로6 기준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도 현대 i20은 질소산화물을 km당 861 mg 배출해 기준치보다 10.8배 많았으며, 기아 쏘렌토는 490 mg 배출로 6.1배, 현대 싼타페가 421 mg로 5.3배, 이어 I30이 331 mg, 투싼이 329 mg 배출로 둘 다 기준치보다 4.1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모든 모델에서 배기가스가 기준치 이상 검출되자 현대·기아차가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의도적으로 부착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독일 검찰은 현대·기아차의 현지 사무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독일 환경청 교통국장 출신으로 DUH에서 배기가스 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악셀 프레데릭 박사는 "우리가 실제 도로에서 주행 측정을 한 모든 현대-기아차 모델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10.8배 초과한 사례도 있었다"며 "이는 현대·기아차가 다양한 조작 장치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가운데는 실험실 인증 검사 환경을 탐지할 경우 배출가스 정화 성능을 높이는 장치와 미리 설정된 온도 범위에서만 배출가스 정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그 외 온도에서는 정화 작용을 멈추거나 작동 수위를 낮추는 장치도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배기가스를 감지할 때 특정한 실험실 환경에서만 배출가스 정화 성능이 높아지고, 미리 설정된 온도 범위에서만 배출가스 정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장치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대차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광고를 제작해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했다고 홍보하는 등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하지만 실상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배기가스를 내뿜는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 수출에 주력하고 불법적인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부착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 지구는 전례 없는 기후 위기로 신음하고 있고, 유해 배기가스와 온실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차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라며 "현대·기아차는 친환경 전기차 전환을 선도하는 것처럼 홍보만 할 게 아니라 2030년 이전 전 세계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것과 같은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벤자민 스테판 그린피스 자동차 캠페이너는 이와 관련해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의 배기가스 조작 차량 수백만 대가 리콜됐고, 이들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경유차 등 화석연료 차량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그린피스 캠페인도 본격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대·기아차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와 같이 배기가스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불법 조작 장치를 단 제조업체 목록에 합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그린피스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현대자동차 측에 이번 검사 결과의 확인을 요청했으며, 현대·기아차에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독일 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사 및 조사 내역 투명하게 공개 ▲독일 이외 한국 등 전 세계 다른 시장에서 불법 배기가스 장치를 사용한 사례가 있는지 밝힐 것 ▲내연기관차 판매에 주력하면서 친환경 기업인 양 홍보하는 그린워싱을 멈추고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멈출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그린피스는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2016년부터 폭스바겐, 포드, 다임러, BMW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및 친환경차 전환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토요타 현대·기아차 등 아시아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대상으로도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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