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진열된 멸균우유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마트에 진열된 멸균우유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내년 1월부터 식품 포장지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소비기한 표시제도' 시행으로 유업계의 포장지 발주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유, 두유 등을 멸균포장하는 데 사용되는 포장재(이하 멸균팩)는 제작까지 몇 개월이 걸리지만, 소비기한 표시제도 계도기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업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멸균팩 시장은 다국적 포장지 제조회사인 테트라팩과 콤비블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팩 인쇄와 제작을 태국·중국·유럽 등 외국에서 진행한 뒤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입니다. 

기본 생산 단위인 약 30만 장 기준 포장지 발주 리드타임은 용량과 형태에 따라 5~12주가 걸립니다. 여기에 제작 기간과 수입 기간, 만일의 상황을 위한 포장지 재고 확보까지 고려하면 유업체는 몇 개월 전부터 주문을 넣어야 합니다.

앞서 식약처는 오는 2023년 1월 1일부터 유통기한을 표시했던 품목에 소비기한을 표시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은 소비자에게 유통·판매할 수 있는 기한을 표시했다면, 이제는 정해진 방법대로 보관하면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표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올해 12월 31일까지는 무조건 유통기한을, 내년 1월 1일부터는 무조건 소비기한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 식약처 측 설명입니다. 

현재 유일하게 계도기간이 적용된 것은 냉장보관 우유류뿐입니다. 실온보관이 가능한 멸균우유에는 계도기간 없이 곧바로 소비기한이 표시돼야 합니다. 다만 식약처는 "계도기간 6개월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유업계는 "계도기간이 필요하다. 6개월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면 신속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유통기한이 표시된 멸균팩을 다 쓴 뒤 소비기한 표시 멸균팩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뜻입니다.

최근 해운물류 불안정,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멸균팩 수입이 매우 불안한 상황인데, 내년 1월 1일 이후 다 못 쓴 유통기한 멸균팩이 생기면 이는 기업 손실일 뿐만 아니라 환경 측면에서도 낭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업계는 소비기한 적용 취지인 '식품 폐기물 감소와 탄소중립 실현'에 관해서도 의문을 표했습니다.

한 유업 관계자는 "유업 회사에 접수되는 민원 대부분은 유통과정에서 정해진 온도대로 보관되지 못하거나 충격 등으로 인한 제품 손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비기한 도입으로 현행 유통기한 제도보다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길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오히려 제품이 유통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식품 안전성을 보증할 수 없고, 그만큼 품질 관련 민원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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