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기원 교수 [장원용 기자]
지난 12일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기원 교수 [장원용 기자]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과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장을 맡은 이기원 교수는 "푸드테크 산업이 한국의 넘버원(No. 1) 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국내 시장은 600조, 세계 시장은 4경 규모로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한 이 교수는 "앞으로 개인 맞춤, 건강, 식물성 대안육, 무농약 스마트팜 원료 등이 유망한 푸드테크 분야"라며 "앞으로는 기존 기업들도 푸드테크 산업에 뛰어들어 'CJ푸드테크', '롯데푸드테크'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푸드테크에 관한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기존 시장을 없애고 새로운 게 들어오는 게 아니다. 시장이 더 확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 자기소개 및 한국푸드테크협의회 소개 부탁드린다.

▲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과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이기원이라고 한다.

한국푸드테크협의회는 대한민국의 IT(정보통신기술), BT(바이오기술) 산업을 넘어 푸드테크라고 하는 FT 산업을 대한민국 넘버원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학·연·관·산 대표 기관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한국식품클러스터진흥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한국식품연구원 등 정부 기관과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를 포함한 푸드테크 관련 연구·교육 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 푸드테크, 정확히 무엇인가?

▲ 이해 당사자들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푸드테크는 개인 맞춤형 식품과 연관된 산업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자신의 기호성, 건강 등을 고려해 메뉴를 선정하는 것부터, 집에서 먹을지 나가서 먹을지에 따라 달라지는 조리 형태, 조리를 위한 식재료 주문, 배송, 물류, 원료 생산과 관련된다.

세대에 따라서 메뉴를 고를 때 도움받는 방법이 다르다. 오늘 점심에 뭐 먹을지 배달의민족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있고, 제페토라는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10대들도 있다. 앞으로 집에서 직접 술도 발효시켜 먹고, 식물도 재배해서 먹고, 더 나아가서는 고기도 배양해 먹을 거다. 이러한 '스마트 키친'과 이제는 딜리버리 플랫폼도 자율주행을 활용한다는 '모빌리티'와 관련된 것들이 있다.

또 사람이 일하는 걸 대체하는 '로봇 기술', 더 나아가 새로운 신소재들로 대체육·배양육을 개발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자 가위 기술들, 사람 대신 사물인터넷(IoT)으로 원료를 재배하는 '스마트팜'까지. 이러한 전 과정이 푸드테크 산업이라 할 수 있다.

(푸드테크 의미를) 좀 더 확대하면 '헬스케어'와 '관광'도 해당된다. 어떤 식품이 성별, 생애주기, 유전자, 건강상태에 따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보는 거다. 또한 예를 들어 야놀자가 연인·가족 여행에 맞춰 미식 패키지 상품도 만들 수 있다. 이런 것까지도 푸드테크 산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 한국 푸드테크 산업 규모는 얼마나 되나?

▲ 국내 시장은 600조, 세계 시장은 4경 정도로 전망한다. 현재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식품 연관 산업 규모를 국내시장만 약 540조 정도로 보고 있다. 원료 생산부터 가공, 외식, 유통 시장을 다 합친 규모다. 알다시피 기존 생산, 유통, 외식 방식 등이 다 디지털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지 않았나. 이처럼 기존 식품 연관 산업들이 전부 푸드테크 산업으로 바뀐다고 보는 거다. 

여기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도 더해진다. AI·로봇이 바코드만 입력하면 알아서 조리해주는 식의 스마트 키친 시장, (소·돼지 등을) 도축해서 집까지 바로 배송해주는 정육각 같은 플랫폼 등이다. 고령사회가 되고 경제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수명이 늘수록 건강 관리가 중요해진다. 결국 운동과 영양인데, 시장 규모가 작은 운동보다는 맞춤형 영양 식품이 주목받는다. 관광과 연계된 식품 산업도 커진다. 이런 것들까지 계산을 하면 국내 시장만 연 600조 원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푸드테크 시장을 따지면 전 세계 시장의 1.5% 정도를 한국이 차지한다고 본다. 그렇게 계산하면 4경 정도다.

기존 식품산업과 외식 산업은 푸드테크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긴 하다. 그런데 즉석밥이나 발효 조미료도 다 기술이다. 밀키트, 3분요리 같은 제품에도 다 테크가 들어간 거다. 이제 점점 더 사람의 노동력보다는 AI, 로보틱스, IoT, 블록체인, 메타버스, 새로운 바이오 기술들이 적용되니 테크 중심으로 바뀐다고 하는 게 맞다. 이제는 와인셀러에서 AI가 페어링도 해준다. 키오스크는 당연하고, 로봇이 치킨을 튀겨주는 1인 운영 치킨집 '롸버트치킨'도 나왔다. 그래서 식품 관련 산업 전체를 푸드테크로 봐야 한다고 보고, 그렇게 했을 때 한국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국내외 각각 600조, 4경으로 전망된다.

-  그럼 가장 유망한 푸드테크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유통과 더불어 앞으로 개인 맞춤, 건강, 식물성 대안육, 무농약 스마트팜 원료 같은 게 미래 가치가 크다고 본다.

- 푸드테크라는 말이 나오기 전, 2010년대 초반부터 이미 정밀식품에 관심이 있었는데?

▲ 전문 용어로 '정밀'인데, 일반인 언어로는 '개인 맞춤'이다. 과거에는 그냥 '인삼은 몸에 좋아'라고 얘기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작용해서 누구한테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전쟁나면 정밀 타격한다고 하지 않나. 딱 목표 하나만 맞춘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건강에 따라 '눈에만 좋은 걸 먹는다'는 식으로 목적에 맞는 걸 먹는 거다.

한의학의 어떤 물질이 실제로 인체 내에서 무슨 과정을 거쳐 어떻게 효능을 나타내는지 과학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식품으로부터 유효 물질을 얻어내 의학까지 가는 것을 '정밀식의학'이라고 한다. 기존의 어떤 경험에 의해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게 아니라 실제로 과학기술을 적용해 유효물질을 가지고 가는 거다. 이게 내 연구 분야다. 이러한 연구로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었을 때 효과가 있냐 없냐 밝히는 건 디지털 헬스하고도 관련이 있다. 개인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오늘 먹은 게 혈압을 올리는지, 심장에, 수면에,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측정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디지털 헬스와 정밀식의학이 연결된다.

더 정확하게는, 모든 헬스는 디지털로 넘어간다. 병원에서 의사가 진단하는 것보다 AI가 데이터를 가지고 진단하는 게 더 정확하다. 영양사나 약사가 영양 설계를 하고 약을 처방해주는 것보다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짜서 (약을) 추천해주는 게 더 정확하다. 로봇이나 AI가 노동력뿐만 아니라 지식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푸드테크도 결국 데이터를 가지고 인공지능이 실행하는 구조로 갈 것이다.

식품 산업에서 푸드테크 산업으로 넘어가는 건 마치 약품 산업에서 바이오테크 산업으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 사실 예전에는 약품 회사들이 약을 값싸게 생산해서 유통하는 쪽에 중점을 뒀다. 약의 원천이 되는 과학과 기술력이 부족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 바이오테크 분야에 우수한 인재들이 굉장히 많이 갔다. 단순히 개발, 생산, 판매하는 게 아니라 원천 연구, 원천 기술을 하는 실력이 좋아지면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씨젠 등 바이오 회사들이 많이 나왔다.

푸드테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배달의민족, 베어로보틱스 등 푸드테크 각 분야에 대한 전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는 이와 동시에 기존 기업도 변화할 거다. CJ제일제당이 CJ푸드테크로 바뀌고, 롯데제과가 롯데푸드테크로 바뀔 거라고 본다.

요즘은 생활의 핵심이 주방이다. 실제로 집이나 식당에서 쓰는 주방 제품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LG전자, SK매직 같은 기업에서 만든 거다. 현대자동차는 로봇, 물류를 잘하고 제조는 삼성, 현대가 잘한다. 최근 한화, SK, 포스코 같은 기업들이 대체육, 배양육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CJ, 롯데, 대상 등 기존 식품 기업들도 푸드테크를 하겠지만 앞으로 삼성과 LG, 전자·화학 회사들도 결국 푸드테크를 선언할 거다. 전기차로 음식을 배달하거나, '메타 모빌리티'라고 해서 아파트 단지안에서는 로봇이 직접 배송해주는 것들이 일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하는 이기원 교수 [장원용 기자]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하는 이기원 교수 [장원용 기자]

- 지난 6월 한국푸드테크협의회가 출범했다. 사실 이미 '한국푸드테크협회'가 있었는데, 협의회로 다시 출범한 이유는?

▲ 일단 협회가 잘 안 됐다.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첫 번째는 기존에 협회를 운영하셨던 분들이 주로 IT쪽, 그중에서도 딜리버리 쪽에 집중돼있었다. 하지만 푸드테크는 IT뿐만 아니라 앞서 말했듯 소비자 입장에서 입으로 들어가기까지,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것까지 해당한다. 음식 배달할 때 사용하는 포장재, 에너지 소비 줄이기까지도 포함된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푸드테크 산업은 주무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인데 당시에는 협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 넣었다. 정책적인 부분 등 푸드테크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제한적이었다.

협회 때는 기업이 먼저 주도를 했다. 하지만 (기업이) 제대로 구심점 역할을 못해서 서울대가 농식품부와 같이 대학 연구실에 푸드테크에 대한 사업화 교육을 먼저 했다. 그다음에 계약학과를 만들었고, 푸드테크 관련 기업 오너, 창업가 등 CEO 급들을 대상으로 푸드테크 최고 책임자 과정, 푸드테크 창발가 과정을 만들어 3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한 푸드테크 대표 기업들과 정부, 학·연·관에 있는 분들이 같이 모였다. (푸드테크가) 반도체나 바이오 산업처럼 되려면 민간이 잘하는 부분에 정부가 제도적, 정책적으로 도와주고, 관련 정부 출연 기관이나 대학 연구·인력이 협력해야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협회는 없애고 협의회로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사람들 네트워크가 첫 번째라 대학이 먼저 나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대가 지난 6월 30일에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님이랑 권오상 식약처 차장님과 협의회 출범을 했다. 

- 협의회 역할은 무엇인가?

▲ 창발가들을 모아 대한민국 푸드테크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고 규제나 신생 기업의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게 협의회의 역할이다.  

농업, 식품, 기업가라는 단어들이 브랜딩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농업' 이러면 왠지 좀 어렵고, 노동 집약적이고, 첨단하고 거리가 멀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식품'도 마찬가지로 첨단, 전문화, 글로벌 지향보다는 그냥 아무나 다 뛰어드는 산업, 내수 위주의 산업처럼 됐다. 전문화가 안 되다 보니 인정도 잘 못 받는다. 우리나라 기업가들은 ESG를 얘기하면서 노력한 부분은 있지만 투명성 측면에서 여전히 사회적 이미지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농업, 식품 분야를 합쳐서 '푸드'라고 했고, 개인이 먹는 것과 관련한 가치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니까 '푸드테크'가 되는 거다. 푸드테크를 IT나 BT처럼 키우려면 창발가들이 모여야 된다. 실제로 자기가 오너십이 있어야 한다. 남의 일을 경영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모이더라도 혼자서는 (푸드테크 산업을) 할 수 없다. 제2의 삼성, 제2의 현대자동차, 제2의 CJ를 만들려면 협력기관들이 있어야 한다. 이 미래산업에 맞춰 정부는 뒤에서 연구개발(R&D)이나 인력 양성을 지원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민간보다 정부, 학교, 출연기관이 푸드테크 산업을 선도했다. 또 농식품에 대한 규제가 많다 보니 대기업 외에 새로운 스타트업이 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이런 부분들을 없애는 게 협의회에서 할 일이다. 

협의회 목표는 코스피·코스닥에 푸드테크 기업들이 많이 오르는 것, 대한민국 푸드테크 기업들의 가치가 IT, 플랫폼, 바이오 기업들보다 올라가도록 바꾸는 것이다. 이미 기존의 전통 식품 기업이나 IT, BT 기업 일부를 제외하고는 푸드테크 기업가치가 더 높다. 배달의 민족은 기업가치가 10조 원을 넘고, 트릿지 등의 기업들은 3조 6000억 원 정도다.

- 현재 푸드테크협의회에 참가한 기업은 총 몇 곳인가?

▲ 기업·기관·학교 합해서 220곳 정도 된다. 지난달 총회 때 가입을 했다.

푸드테크 회장단이 중요한데, 이 회장단에는 서울대학교, 한국식품연구원, 농식품부 산하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식품진흥원), 농촌진흥청 산하 한국농업기술진흥원(농진원), 한국무역협회 산하 코엑스가 있다. 푸드테크 기업들을 지원해주는 플랫폼으로 참여했다. 협의회 20%는 학·연·관에서 하고, 나머지 80% 중 40%는 우아한 형제들, 프레시지, 그린랩스, 바로고 등 기업가치가 평균 5000억 이상 되는 푸드테크 대표 기업들이 차지했다. 대기업 중에는 롯데, 신세계, 남양유업이 들어왔다. 올해 연말까지 기업·기관 1000곳을 협의회에 가입시키는 게 목표다. 다음 달에 코리아 푸드테크 엑스포를 코엑스에서 하는데, 그때까지 약 300~500곳이 참여하는 게 목표다. 500곳이 하나씩만 더 추천해도 1000곳이 되는 거다.

- 기업, 기관들 반응이 긍정적이었나보다.

▲ 푸드테크 관련 분야에 기업이나 전문가들이 구심점 역할을 할 기회가 없었다. 각자 따로 논 거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식품 산업은 수도권에만 있지 않으니, 부산은 시푸드·블루푸드라는 수산 쪽, 전북은 농수산, 강원·제주 쪽은 관광이나 헬스케어, 충청도는 물류 이렇게 나뉘지 않았나. 푸드테크는 글로벌 기업도 있지만 지역 기업도 되게 많다. 서울대 안에도 교수나 연구원이 창업한 푸드테크 관련 기관이 50개가 넘는다. 식품진흥원이나 농진원이 지원하는 기업들도 모으면 한 1000곳 되지 않을까.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발표·전시하고, 사업을 잘하는 회사는 기술을 잘하는 회사와 협력하고, 여기에 투자를 받는 거다. 지금까지 푸드테크 관련 기업 대표들은 비즈니스 모델은 훌륭한데 기술이 없어서 정부 기관들을 찾아다녀야 했다. 이제는 협의회 안에서 그런 것들을 해결해주는 거다. 

- 정부는 어느 정도 지원해주나?

▲ 협의회는 민간 주도로 가려고 한다. 정부 지원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지금까지 1원도 안 받았다. 협의회에 가입한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꾸려왔다. 정부에다가 푸드테크 기업을 위해 이런 것을 해달라고 정책적 제안을 할 계획이 있는 거지, 앞으로도 특별히 정부 지원을 직접 받을 생각은 없다.

이기원 교수 [장원용 기자]
이기원 교수 [장원용 기자]

- 서울대학교에서도 푸드테크 관련 학과·과정을 개설했는데

▲ 자기가 대학에서 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일을 책임지고 직접 하는 푸드테크 창발가를 만들고 싶었다. 학생들이 연구해서 낸 학·석·박사 학위 논문을 보면 막상 써먹을 게 없다. 처음부터 연구 목적 자체가 '졸업'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입시도 단순히 대학 진학이 목적이고, 대학에 와서도 졸업에 필요한 수업만 듣고 졸업한다. 

교육자 입장에서, 대학이 완전히 변해야 한다고 본다. 자기가 한 연구에 관해 특허를 내든지 원리·가능성을 입증해서 투자를 받든지 해야 한다. 대학은 마치 아이돌 기획사처럼 뜻이 있는 학생들, 의미있는 일을 하는 학생들을 받아서 데뷔를 시켜주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된다. 대학에 입학하면 최소한 학부를 졸업하든 박사 과정을 하든 그 분야에서 뭔가 전문적인, 혁신적인 걸 해야 하지 않겠나. 예를 들면 서울의대는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하고 나면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된다.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졸업한 학생들은 과연 그런 능력이 있을까.

대학은 철저하게 뭘 도와줘야 한다. 졸업생들은 기업을 만들 수 있거나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력이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학생들이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할 때가 되면 삼성, CJ 등이 교수를 찾아와서 "올해 졸업할 학생 중에 이 학생은 제가 좀 데려가겠다" 이런 식으로 스카우트를 해야 한다. 대학에 스카우트 하는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아무도 안 온다. 다 공채다. 1등부터 20등까지 다 똑같은 학생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아이돌 있고 댄스가수 있고 트로트 가수가 있듯이 사실 1등부터 20등까지 다 달라야 한다. 지금은 다양성이 사라졌다. 

푸드테크 학과는 돈이나 평가, 직급 때문이 아니라 직책을 가지고 의미 있는 일을 직접 해서 졸업할 때쯤 되면 창업을 할 수 있는, 제2의 우아한 형제들이 되는, 대기업 신사업부에서 스카웃을 해가는 인재들을 키워내기 위해 만들었다. 작년 9월에 18명이 입학했다. 아무래도 식품과 관련된 계약학과다 보니 식품·의학·IT 쪽 사람들이 모였다. 이번 규제 개혁 관련 정책 제안에 푸드테크 학과 입학생 조건을 확대할 수 있게끔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제는 변리사나 투자회사 종사자도 입학할 수 있게 됐다.

- 협의회 운영이나 연구 등에 있어서 중요한 점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푸드테크 산업에 참여하는 분들이 뜻을 하나로 해야 한다. '푸드테크를 IT·BT를 넘어 대한민국 넘버원 산업으로 만든다'라는 비전과 목표가 일치해야 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기 혼자서만 잘해야 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알고 서로 협력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합치기도 하고 인수하고 인수당하기도 하는 식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는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정부도 많이 도와주고, 지난달에는 출범 석 달 만에 총회를 열었다. 시작은 내가 주도적으로 했지만 이제는 회장단이 생겼으니 구체적 방안들을 앞으로 잘 만들어가지 않을까. 

또 마지막은 언론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소비자들, 국민들이 이해를 해줘야 한다. 세상이 변하는 것이지 않나. 기존의 생산·가공·제조·유통하시던 분들이 푸드테크 때문에 본인의 입지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대체육'이라는 이름 탓에 마치 고기를 아예 없애고 새로운 것이 들어온다는 오해가 생겨 축산 농가와 부딪히게 만든다. 사실 영어로 하면 '대체(Replacement)'가 아니라 '대안(Alternative)'이다. '대안육', '맞춤육', '선택육' 이런 식으로 이름을 만들었어야 한다. 우리가 두유 먹는다고 우유 안 먹는 건 아니지 않나. 생산자나 제조 회사한테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줄 수 있고 시장이 확대된다고 전해야 하는데, 기존 시장을 없애고 다른 놈들이 점령한다는 식으로 메시지가 전달된 듯하다. 

농가, 제조자, 외식기업들에 '앞으로 사람 구하기도 힘들도 유통도 어려운데 디지털화가 되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유리한 게 더 많다'고 언론이 전해줄 필요가 있다. 배달의 민족이 있다고 기존 오프라인 매장들이 어려워졌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매출이 늘었을 거다. 기회가 더 생긴 것 아니겠나. 배달원도 늘었다. 일자리도 많이 생긴 거다. 이러한 푸드테크 플랫폼이 나와서 기존 산업 중 누가 손해를 봤는지 모르겠다. 소비가 늘면 농산물도 그만큼 많이 먹는 거 아니겠나. 소비가 다양해지면 시장 독점도 없어진다. 가령 예전에는 죠스 떡볶이만 먹었다면 이제는 떡볶이 매장 여러 곳이 (배달 앱 덕분에) 기회를 얻었다. 독점하던 소수는 손해를 좀 봤더라도 다수에게는 기회가 더 주어진 거다. 외식업계도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출은 줄었지만 온라인 쪽으로는 매출이 늘지 않았을까. 올리브영이나 아웃백도 온라인으로 주문받지 않나.

소비자나 개인들에게도 왜 맞춤형 식품이 필요하고, 푸드테크가 왜 소비자들에게 중요한지 알리고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긍정적인 미래를 만드는데 푸드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같이 알았으면 좋겠다. 푸드테크 산업은 온 국민이 다 같이 하는 산업이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주력 산업이 될 것이므로 대중과의 소통이 되게 중요하다.

- 다음 달에 있을 코리아 푸드테크 엑스포 설명 부탁드린다.

▲ 엑스포를 통해 한국 푸드테크가 뭔지, 정말 글로벌 넘버원 산업이 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한다. 다시 말하지만 푸드테크 산업이 한국의 넘버원 산업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K팝과 연결하든 K컬처하고 연결하든 앞으로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우선 푸드테크 분야에서 앞서있는 전문 기업들의 발표와 전시를 진행한다.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협의회 회원사인 코엑스와 함께한다. 내년에는 우리나라 푸드테크 기업 중에 전 세계적으로 선도할 만한 곳을 발굴해서 홍보하는 글로벌 푸드테크 엑스포를 열 계획이다.

- 앞으로의 목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 농업과 식품이 이제는 전통적인 농업과 식품에서 벗어나 디지털 농업, 디지털 식품으로 바뀌고 있다. 이것들이 다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상황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은 곧 젊은 세대다.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는 10대들이 주로 한다. 우리가 배워야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가르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경험해본 적 없고 새로운 걸 하려면 배우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기 아이"라고, 교수가 "자기 학생"이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은 자기 아이, 자기 학생이 아니라 '파트너'다. 젊은이들한테는 디지털을 배우고, 그들이 경험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코칭해주거나 도와주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의사 결정해주는 위치에 있어선 안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학·연·관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젊은 세대와 새로운 곳, 또는 위기를 느껴 변하고 싶은 기존 기업을 정부나 학연관이 도와주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게 우리의 모토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푸드테크 산업이 10년 이내에 대한민국 넘버원 산업으로 바뀔거라 확신한다. 

개인적으로는, 1993년도에 서울대에 입학해서 10년 동안 연구를 했다. 교수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뒤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는 프로젝트를 굉장히 많이 해서 기술화를 했다. 교수로 와서는 약콩두유 등 연구한 기술을 실용화하는 일을 하고 맞춤형 식품을 사업화했다. 이제는 경영을 좀 해보려고 하는 거다. 우수한 차세대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대학의 경영, 나의 경영이다. 나보다 더 나은 후배 교수, 후배 신입생들을 잘 키워내는 게 미션이다. 앞으로 10년 더 하면 그때쯤 다시 인터뷰할 때는 아마 코스피·코스닥 넘버원 가는 대한민국 푸드테크 기업과 함께하지 않을까, 그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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