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강릉 북강릉공설운동장 주차장에서 열린 '주문진 지정폐기물매립장 설치 반대를 위한 읍민 총궐기대회' 현장
지난 8월 24일 강릉 북강릉공설운동장 주차장에서 열린 '주문진 지정폐기물매립장 설치 반대를 위한 읍민 총궐기대회' 현장

 

[한국농어촌방송=오두환 기자] 폐기물사업에 사활을 건 태영그룹이 강릉 주문진에 폐기물매립장을 건설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 여론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태영그룹은 2000년대 초부터 일찌감치 폐기물사업에 관심을 갖고 폐기물·재활용·수처리 사업 등 환경사업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태영그룹의 환경사업 확장은 윤석민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시장 규모는 2019년 17조4000억 원, 2021년 19조4000억 원, 2025년에는 23조7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처럼 폐기물 사업이 노다지 사업으로 인식되며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도 폐기물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태영그룹은 올해 강릉에 태영동부환경(주)를 새롭게 설립하고 ‘강릉시 에코파크 조성사업(주문진폐기물매립장)’을 시작하겠다며 지난 6월 원주환경청에 관련 서류를 접수했습니다.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태영동부환경은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향호리 산560 일원에 사업 면적 34만 4530㎡, 매립면적 16만 1129㎡의 폐기물 매립시설을 만들 계획입니다.

토지는 이미 매입한 상태로, 매립대상 폐기물은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을 제외한 지정폐기물로 돼 있습니다.

태영동부환경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내년 착공을 목표로 2045년까지 676만 6707㎡ 규모의 폐기물을 매립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지역 여론.

태영동부환경의 공론화 작업이 부족했던데다, 사업을 은밀하게 진행시키다 보니 지역의 반감을 샀습니다.

당초 강릉시는 에코파크사업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는 사업인데 모를 수가 있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태영동부환경이 해당 지역 이장과 주민을 만나는데 강릉시 고위급 공무원이 도움을 준 것이 알려지자 더 큰 논란이 됐습니다.

결국 강릉시, 강릉시의회, 지역구 국회의원은 물론 주민들조차 에코파크사업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강릉시 에코파크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
강릉시 에코파크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

 

강릉에서는 지난 8월 18일 주문진폐기물매립시설 건설 중단 기자회견, 8월 24일 읍민 총궐기대회가 개최돼 주문진폐기물매립장 반대 여론이 확대됐습니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매립시설의 반입폐기물에는 폐합성수지, 폐수처리 오니, 폐흡착제, 폐유, 폐석면, 각종 오니 등이 포함되며 이로 인한 악취는 물론 토양, 대기, 수질 오염 등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며 “주민건강과 생존권 피해를 줄 것이 확실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내 폐기물만(이) 아닌 전국 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어 지방과 농어촌이 생활·환경적 피해를 감수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라며 “원주지방환경청은 더이상 사업 추진이 되지 않도록 즉시 절차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결국 강릉시도 지난 9월 7일 ‘강릉시, “주문진폐기물매립장 건설 반대” 확고’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김홍규 시장은 그동안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에 적극 공감하며 ‘주민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사업 추진을 막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강릉 에코파크사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강릉시의회도 지난 9월 1일 본회의를 통해 주문진폐기물 매립장 설치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8월 20일 강릉 에코파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를 열고 평가 항목과 범위, 협의회 위원 구성 등을 결정했습니다.

태영동부환경이 환경영향평가를 요청하면 본격적인 환경평가가 시작되는 겁니다.

하지만 태영그룹 윤석민 회장의 강릉 에코파크 조성사업은 당분간 표류될 가능성이 큽니다.

주민들을 설득하는 문제 외에도 강릉시가 주문진 일대를 강릉 북부권의 전략적 관광중심지로 육성할 방침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관광지에는 대형 숙박시설, 리조트, 해상케이블카 등이 설치될 계획입니다.

게다가 전국 최초로 건립되는 소방심신수련원이 주문진 향호리 일원으로 확정됐고, 강릉~제진 간 철도 건설과 연계한 주문진역사 신축에 따른 역세권 개발 등 주문진 일대의 관광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어 폐기물사업에 사활을 건 태영그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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