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한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한국농어촌방송]
지난 9일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한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한국농어촌방송]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가 "'원 헬스(One Health)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지구상의 건강, 가축과 인간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9일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한 경 대표는 "CCTV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팜스플랜 서비스로 농가 생산성을 30% 높이고 약품값은 월평균 50% 정도 줄였다"며 "수의사들과 데이터를 공유해 비대면 수의 진료 체계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이슈가 발생했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기반 축산업과 데이터 관련 기업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이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래는 경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국축산데이터를 소개한다면?

▲ 한국 축산 데이터는 회사 이름처럼 축산업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혁신을 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가축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가축의 건강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는 환경과 사람을 이롭게 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 한국축산테크협회 회장도 겸하고 있는데?

▲ 그렇다. '애그테크(Agriculture+Technology, 농업기술)'라는 말은 많이 쓰는데 '애니멀 테크(Animal+Technology)'라고 하는 말은 존재는 하는데 개념이 좀 모호했다. 애니멀 테크는 종자 개량부터 시작해서 사료나 동물 약품, 또는 유통 전반에 이르는 여러 가지 기술, 그 이후에 음식이나 반려동물까지 확대될 수 있는 분야를 총망라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생산 단계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있고, 연구자들도 있고, 이 산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스타트업들도 있을 텐데 이걸 아우를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해서 애니멀 테크 코리아를 만들게 됐다.

- 창업 계기와 축산업을 고른 이유는?

▲ 일단 기본적으로 축산이라고 했을 때 '단백질 공급'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이 사람의 의식주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산업 안에서의 가치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실제 생산 현장에서 가축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에는 노동 집약적인 것 말고 디지털로 모니터링하는 건 없다 보니까 이런 걸 좀 해결하고 싶어서 창업을 하게 됐다.

- 축산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 주변에서 축산업 그런 거 뭐하러 하냐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외국에서는 축산이라고 하면 2세, 3세 농가 후계자 이런 인식도 있고 굉장히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제가 창업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축산 하면 좀 냄새나고 혹은 힘들 것 같고 돈이 안 될 것 같은 그런 이미지가 좀 컸다 보니까 주변에서 많은 분이 반대를 했었다.

지금은 우리가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축산업에서도 이런 비즈니스를 할 수 있고, 실제로 이런 비즈니스를 통해서 혹은 이런 기술이 도입됐을 때 축산업이 전체적으로 개선될 수 있겠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확장도 가능하겠다는 부분에서 응원과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 '팜스플랜'은 어떤 서비스인가?

▲ 팜스플랜은 가축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도 하고, 건강검진 제도도 마련했다. 건강검진 이후에는 농가에서 동물들의 움직임, 어떻게 사육이 되고 있는지, 어떻게 잘 자라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CCTV 기반의 인공지능 솔루션을 제공한다. 

동물들이 사는 환경 자체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어떤 약이 투여됐고 어떻게 관리됐고 지금 환경 상태는 어떠한지 등을 관리할 수 있는 ERP 시스템 같은 게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팜스플랜 매니저나 에코 같은 네 가지 정도의 모듈 제공 솔루션을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 팜스플랜 서비스 개발 과정과 기간은?

▲ 지금도 계속 개발하고 있다. 2018년도 초에는 혈액 검사, 건강검진하는 것부터 했다. 이걸 시작으로 농가 컨설팅을 시작했고, 3년 정도 시간을 들여서 인공지능 기반으로 농가를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다.

이후에는 농장 운영이나 여러 가지 환경 관리 등 농가들이 요청하는 기능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그래서 팜스플랜이라는 하나의 이름 안에 농가형 솔루션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유통사·정육점·레스토랑 등에서 팜스플랜으로 관리받은 고기를 납품받고 싶다고 해서 팜스플랜 미트도 만들었다. 그 다음에는 해당 고기가 어느 농장에서 어떻게 관리를 해서 어떻게 납품이 되는지를 관리하는 '팜스플랜 멤버스' 관리 체계도 구축했다.

- 동물 모니터링을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는 어떻게, 얼마나 모았나?

▲ 기존에 없던 기능과 서비스를 개발하다 보니 데이터 수집부터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다만 농가에서 데이터를 선뜻 주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래서 단순히 데이터를 다 받는 게 아니라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면서 우리가 원하는, 농가가 원하는 기능을 함께 개발하는 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CCTV 같은 경우도 그냥 CCTV를 다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이걸 달았을 때 우리가 재고 두수를 관리할 수 있다', '가축들이 사료를 먹은 만큼 잘 자랐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우리가 개발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개체를 농장주가 물리적으로 관찰하는 게 어려우니 이런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식으로 기대 효과를 전달했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고 어떠한 프로모션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들을 전하면서 협의를 구했다.

데이터는 설립 이후부터 새롭게 수집해왔는데, 회사가 설립된 지 만 5년이 되어간다. 정확한 수치를 말하긴 어렵지만 국내 10% 정도 규모의 농가에서 데이터들을 추출, 수집, 누적, 분석하고 있다.

- 현재 회원 농가 수는?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 국내에서는 가축 약 70만 마리를 관리하고 있다. 소, 돼지, 닭 농가를 관리하는데 돼지·소 농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인도에서는 소를 위주로 하는 등 국가마다의 주요 축종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은 농장마다 다르다. 규모에 따라 다르고, 농장에 어떤 솔루션을 조합해서 제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맞춤형 관리라고 할 수 있겠다.

- 농가에서 요청하는 기능도 개발한다고 했다. 농가에서는 어떤 제안을 하는지? 

▲ 효율적인 시스템을 개발해달라고 주로 요청하신다. 사실 농장주분들은 대부분 10년에서 20년 이상 (축산업에) 종사한 전문가분들이시다. 이분들이 기존에 '이런 게 필요했는데' 하셨던 것들도 있지만, 기존 방식은 유지하면서 조금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걸 개선하는 부분에 관해 요청들을 많이 하신다. 농장주들의 역할을 대체한다기보다는 농장주들이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개발 니즈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한국농어촌방송]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한국농어촌방송]

- CCTV를 활용해 동물의 이상행동을 발견하는 정확도는 얼마인지?

▲ 이상행동이라고 했을 때 여러 변수를 확인해야 하는데, 일단 이상한 행동이라고 감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표지가 있다. 그 표지들을 미세하게 감지해내는 정확도는 98% 정도다. 기술력은 완성 수준이다.

다만 이상행동을 발견하는 것 자체보다는 이를 통해 농가의 생산성을 얼마나 개선하고 질병을 저감하고 약품값을 줄이는 지 등에 더 집중한다. 이에 관해 농가와 소통하고 있다.

- 그럼 팜스플랜 서비스를 통해 농가 생산성은 얼마나 개선되나?

▲ 기본적인 생산성은 한 30% 정도 향상된다. 약품값은 월평균 약 50% 이상 절감된다. 질병 안정화를 통해 기존에 많이 사용하던 약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개체들이 굉장히 많아지다 보니 농장의 전반적인 생산 퀄리티도 높아진다.

- 모니터링 진단뿐만 아니라 수의사가 직접 건강관리도 해준다던데?

▲ 기존에는 농가에서 이슈가 발생하고 난 뒤에 수의사들이 대응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수의사가 정기적으로 진료하거나 농장에 방문하는 게 물리적으로 거의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를 누적 관리해서 내부 수의사들, 외부의 협력 수의사들과 공유한다. 직접 농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농장을 관리할 수 있는 비대면 수의 진료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사고가 터지기 전에 예방의학적으로 농장을 관리하고, 어떤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누구보다 빠르게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팜스플랜의 가장 큰 강점이다.

- 현재 해외 진출 현황과 시장 공략 방법은? 외국에도 유사한 기업이 있는지?

▲ 미국과 영국,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했다. 현지 정부와 각 나라의 파트너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축산업이라고 하는 게 사실 몇천 년 동안 있어 온 산업이다 보니 사람과 달리 많은 부분이 표준화돼있다. 동물들이 사는 시설이나, 주로 사육하는 종자 등이 많이 표준화돼서 국내에서 만든 기술이 해외에서도 쉽게 적용된다. 다만 언어적인 부분이나 현지 풍토병, 이해관계들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기술력 자체는 쉽게 넘어갈 수 있더라도 현지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데 파트너사들의 역량이 되게 중요해진다. 그래서 한 나라를 선택해서 진출할 때는 현지의 어떤 파트너사를 선정할 것인지, 어떤 역량을 가진 곳들이 우리와 가장 잘 맞을지 등을 검토한다. 보통 국가당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진출한다. 

외국에도 유사한 기업이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만 영상을 분석하는 회사, 농가 약품 컨설팅 회사 등 팜스플랜의 일부 기능을 구현하는 해외 기업들은 있어서 그런 곳과 협업할 때가 있다. 만약 이런 기술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라면 우리의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현지에 맞게 공급하고 있다.

- 우리나라 정부와는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정부에 부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이전에는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자동화 장비라든지 하드웨어 위주로 구축이 됐었다. 지금은 정부가 농장 안에 들어가는 데이터 관리 등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관심을 많이 갖는다. 그래서 스마트팜 범주를 자동화 설비에서 지능형 관리 시스템으로 확장하고, 우리의 솔루션들을 농가에 공급할 때 농가들이 어떤 혜택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정부와 같이 논의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관리 또는 데이터 기반 축산 같은 부분을 많이 지원해주면 좋겠다. 시설은 상향 평준화됐다. 이제는 농가 분들도 소프트웨어, 데이터 관리 방식 같은 부분에 관심을 갖는다. 이와 관련된 기업들도 진흥할 수 있는 여러 지원책이 나오길 바란다.

- '굴리점퍼(Gullyjumper)'도 운영하고 있다. 유통까지 담당하나?

▲ 그렇다. 물론 차량 등 설비를 다 보유한 것은 아니다. 달걀과 우유를 포함해 잘 관리 받은 농장에서 얻은 축산물들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협업하는 회사들이 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소비자들은 농장에서 잘 관리된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굴리점퍼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유명 레스토랑이나 오프라인 정육점 등 B2B 마켓에서도 많은 업체가 우리 상품을 찾고 있다. 현재 B2B 상품을 론칭한 지 반년이 채 안 됐는데 업체 60곳 이상에서 우리 축산물을 공급받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던 레스토랑에서는 아예 '팜스플랜 돼지고기 스테이크'라는 메뉴를 따로 만들었다. 팜스플랜이라는 이름을 넣어서 소비자들에게 '건강 관리받은 원재료를 사용했다' 라는 소구점을 제공하고 있다. 

- 10년 후 한국축산데이터는 어떤 모습일까?

▲ 이 지구상의 건강, 가축과 인간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축산업은 모든 국가의 근간 산업이다. 하지만 이를 좀 더 효율적이고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산업보다 많이 뒤처졌다고 생각한다. 한국축산데이터는 개척 정신을 가지고 이 1차 산업 자체를 혁신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혁신을 통해 결국은 농가나 동물들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까지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원 헬스(One Health)' 라는 말이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용됐는데, '가축의 건강이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원헬스를 이룩해야 된다'는 의미다. 

가장 실용적이고 현실적으로 가축 건강을 개선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만큼, 단순 구호성에만 그쳤던 이 '원 헬스'의 가치를 소비자뿐만 아니라 국내 그리고 국외로 확산하는 업체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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