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희 한돈자조금관리위원이 지난 25일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 하고 있다. [오두환 기자]
손세희 한돈자조금관리위원이 지난 25일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 하고 있다. [오두환 기자]

[한국농어촌방송=오진희 기자] 최근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 속에서도 한돈 산업은 여전히 각종 규제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손세희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및 대한한돈협회장)은 한돈 산업의 발전 방안으로 규제가 아닌 '자율성'을 꼽았습니다.

손 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진행된 한국농어촌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각종 정부의 행정적 개입에 대해 "탄소중립은 구실일 뿐 축산농가 규제가 본질"이라고 꼬집으며, "농가와 생산자단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손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악취를 90% 줄여도 10% 때문에 민원이 생길 수 있는 산업"이라며 "정부는 농가 책임의 정책이 아닌 큰 틀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돈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고 산업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다음은 손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1년이다. 소감과 함께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 농가를 위해 봉사하고 협회가 하는 일의 방향을 농가 위주로 조정하기 위해 협회장에 취임했다. 그 뜻이 잘 받아들여져 농가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취임하고 6개월은 성과라기보다는 한겨울에서 여름까지 아스팔트에서 투쟁 아닌 투쟁을 하며, 김현수 전 장관에게 비합리적인 정책이나 규정에 대해서 호소했다. 그동안 1차 산업은 큰 내공이 없었다고 본다. 주어진 환경에만 대처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이나 사회 변화의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한돈미래연구소'를 발족했다. 또 하나 취임 후 의미 있는 성과는 전국 9개도에 한돈산업의 미래인 미래청년한돈인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 한돈 농가 30%가 도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지금 상황은?

▲ 당시 '물가를 잡는다'는 미명 아래 아무런 대책 없이 할당 관세를 도입한다고 해 도산 경고를 했다. 예를 들어 생산 원가가 5천 원인데, 가격이 5천 원 이하로 형성된다면 도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산업도 터무니없이 가격을 많이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사룟값이 예년에 비해 80% 이상 올랐는데, 우리 산업에 대한 이해나 보호 정책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할당 관세 얘기가 들어오니 말이 되는가.

생산원가가 오르면 농가가 생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정도의 가격 형성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돼지고기 가격이 사룟값 대비 농가 유지하는 수준 밖에 안 되고 있어 염려된다. 정부에서 사료구매자금을 일부 지원해주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물가안정과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축산물 수입이 아닌, 국내 축산업 육성이 해답이다. 정부는 돼지고기 자급률을 80%로 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진흥 정책을 세우고, 돼지 사육기반 확대를 위한 과감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지난 10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고 갔나?

▲ 디테일보다는 큰 틀에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ASF 대응 체계와 관련 방역 체계는 농가에서 하고, 정부는 큰 틀에서 접근해달라고 얘기했다. 권역화, 살처분 보상금 등을 현장에 맞게끔 현장 중심의 방역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농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방역을 하고는, 조금만 잘못해서 걸리면 몇십까지 페널티를 주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정부의 역할은 과학적인 근거로 이 질병에 대해 연구해서 농장 내부에서 효과적인 방역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큰 틀에서 외부 바이러스를 완전 소멸은 못 시키더라도 최소한 줄일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있어야 한다.

자조금 집행방식에 대해서도 정부가 자금운용에 디테일하게 개입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한돈농가 출연금이 1년에 180억~200억 원 가까이 되고, 정부 출연금이 50억 원 내외다. 자조금은 농가가 스스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내는 것인데, 정부가 준조세라고 해 컨트롤하고 개입하고 있다. 정부는 생산자들이나 자조금 관리위원회에서 집행하는 돈이 올바르게 쓰이는지 관리 감독만 해야 한다. 위원장으로서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돈을 쓸 수 있게끔 하기 위한 형식과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행정규제 개선 및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데, 농업·농촌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가 규제 정책을 유도했으면, 이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은 우리 산업에 대한 혜택보다는 지속 가능성을 취지로 얘기했다. 예를 들면, 악취 방지법이나 분뇨 퇴비법과 연계해 악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정부가 구축해주는 것이다. 인프라 구축 지원이나 한돈산업 행정규제 개선은 장기적 과제로 당장 가시적 성과를 보일 수 없지만 장관께서도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하신 사항으로 함께 대화해가며 풀어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바이오가스 생산의무화 법안과 관련해 현 상황의 문제점에 대해 말해달라.

▲ 축산업계가 탄소 배출하는 것은 극히 일부이다. 그럼에도 탄소 배출의 주범인 것처럼 여겨져 안타깝다. 그런 점에서 탄소중립은 구실일 뿐 축산농가 규제가 본질이라는 점이 이 법안의 문제이다. 가축분뇨,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해 환경적 부담이 덜한 바이오가스 생산기반을 조성한다는 취지지만 문제는 바이오가스 생산을 의무화하고, 부담금 부과 등 미이행에 대한 제재 조치를 수반한다는 데 있다.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바이오가스 배출 시설의 경우, 시설을 갖추더라도 유지·보수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또한 배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재물 처리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 우리는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돼지를 키우는 것이지,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려고 키우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바이오가스 생산을 의무화하려고 한다면 참여농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 모돈이력제에 대한 농가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위원장이 생각하는 문제와 대책은?

▲ 정부가 질병 컨트롤을 위해 모돈이력제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부가 주장하는 모돈이력제의 효과인 '생산성 향상, 수급 조절, 종돈 개량'은 모돈이력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돼지는 소와는 상황이 다르다. 소는 한번 장착하면 최소한 2년 이상 30개월 이상 유지된다. 또한 오래전부터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반면 돼지는 장착을 찍어서 관리하기가 어렵다. 모돈 개체 수는 100만~110만 두로 소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되지만, 모돈은 1년에 40%를 무조건 갱신해야 한다. 40% 갱신에 돼지 특성상 탈착률이 최소 20%는 된다. 그럼 1년에 60만 두를 탈부착해야 하는데, 인력이나 전산을 생각하면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 협회는 '한돈팜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농장마다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는 농가들이 많다. 굳이 개체별로 관리할 필요 없이, 이를 활용해 호환시켜 분석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돈 팜스 운영을 더 과학적으로 고도화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에 있다.

손세희 한돈자조금관리위원이 지난 25일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 하고 있다. [오두환 기자]
손세희 한돈자조금관리위원이 지난 25일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 하고 있다. [오두환 기자]

- 우리 한돈의 자랑거리에 대해 얘기해달라.

▲ 우리 한돈은 국민들께 사랑을 많이 받는 1차 산업의 대표 품목이다. 연간 돼지고기가 1인당 27kg 정도 소비되고 있는데, 이는 육류의 절반 가까이 된다. 저도 30년 생산에 종사했지만 우리 농가들의 노력으로 생산액 1위로 품목으로 갈 수 있었음이 자랑스럽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 가야 할 방향은 국민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독창적이고 독특한 미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돈에 대한 이미지를 더 다각화시키고 고급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앞으로의 역할이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고 본다.

- 한돈자조금 수출 사업, 해외 홍보 어떻게 하고 있는지?

▲ 한돈 수출은 2020년 약 601톤에서 2021년 1,700여 톤이라는 증가세를 나타냈고, 수출 품목 역시 다양화되고 있다. 현재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돈 생산량 및 재고 증가로 인한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돈 수출 품목 중 뒷다리살이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수출업체에 물류비 및 뒷다리살 차액 지원을 하고 있어 수급 안정에 이바지하리라 기대된다.

일본이 지금 홍콩이나 동남아로 돼지를 수출하고 있지만, 우리도 그렇게만 수출하는 것은 미비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돼지도 차별화와 고급화를 통해 '맛있음'을 홍보해야 한다. 정말 이 '한돈'으로서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된다. 우리 한돈의 세계화를 통해 국격도 올라가고 한돈의 이미지도 제고될 것이라 생각한다.

- 한돈 농가 발전을 위해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한돈 산업은 악취 저감을 해도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악취를 90% 줄여도 10% 때문에 민원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정부도 큰 틀에서 정책을 짜야 한다. 농가 책임의 정책이 아니라 국가가 어느 정도 책임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먼 미래를 보고 산업에 대해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젊은이들에게 최소한 50년을 영업할 수 있게끔 지원을 해줘야 산업 유지와 더불어 지역 소멸도 해결할 수 있고, 농업농촌도 역동적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 제게 주어진 시간이 4년인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제 슬로건이 '농가가 주인이 되는 협회'며, 돼지 키우기 쉬운 세상을 만드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농가들을 더욱 격려할 것이며, 입법 발의를 통해 우리 산업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돈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쳐다보지 말고 이 산업을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을 같이 모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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