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방송=홍채린 기자] 레고랜드발 PF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가장 먼저 불똥이 튄 곳은 롯데건설입니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융통했습니다.

롯데건설이 연말까지 갚아야 할 채무는 3조1000억원에 달합니다. 롯데건설로 촉발된 자금난 이슈 영향으로 롯데그룹 정시 인사도 예정됐던 11월 말보다 늦춰진 가운데, 롯데건설의 ‘자금난’이 롯데그룹 전체로 확대되지 않을까 시장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롯데건설 하석주 대표도 3월 임기 만료를 두고 유동성 위기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 의사까지 밝힌 가운데, 앞으로 롯데건설이 자금난 해소를 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9일 기업전문분석가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지금 건설업계에서 유동성 위기가 굉장히 커지고 있다. 롯데건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 채무 규모가 굉장히 큰데, 지금 어떤 상황인가.

▲ 강원도지사발 레고랜드 사태 때문에 지금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사태가 번졌다. 막상 그 문제를 일으킨 분들은 이만큼 사태가 커질지 모르고 아마 그런 것 같다.

롯데그룹이 애매하게 불똥이 터졌다. 모든 건설사들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다 가지고 있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 먼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키는데, 일종의 빚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갚아야 할 기간이 있을 거 아닌가. 보통 그런 기간이 오더라도 대기업들은 대부분 롤오버(Roll-Over)라고, 은행에서 그 기업의 신용도를 믿고 한 번 더 연장을 해준다. 그게 일반적인 관례인데 레고랜드 때는 강원도에서 돌아오는 회사채(PF)를 연장을 안 해준 거다.

- 롤오버를 안해준 이유는 자금이 부족해서인가

▲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미웠던 거다. 전 강원도지사가 저지른 일을 “왜 내가 이걸 책임져야 되느냐”라고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롤오버를 안 해준 거다. 근데 이게 건설업계로 불똥이 튄 거다. 건설업으로 만료가 되는 자금을 롤오버를 해줘야 되는데, 정부에서도 안 해주는데 “이거 자금 시장 이상한 거 아니야”하고 은행들이 다 움추린 거다. 그중에 하나 터진 게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은 지금 어디에 묶여 있느냐 보면, 둔촌 주공 아파트가 계속 지연이 되면서 롯데건설이 거기에 굉장히 묶여 있다. 1차적으로 그 돈이 막혀버린거다.

- 그러면 지금 둔촌 주공 건설이 아예 중단된 상태인가

▲ 지금 다시 시작은 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둔촌 주공에서 소위 말하는 35평짜리 85제곱이 분양가가 13억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13억으로 정해지면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현금만 들고 살 수 있는 아파트인 것이다.

그러면 일단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게 분양이 빨리 안 되면 금리는 더 오른다. 그러니까 롯데건설이 여기에 많이 묶여 있다. 그러다 보니까 일종의 돈맥경화가 생긴 거다.

그래도 롯데그룹은 어떻게든 이걸 막아야 되지 않겠나. 그래서 각 계열사들이 각출을 했다. 돈을 빌려준 것이다.

- 롯데그룹 각 계열사가 자금 투입을 했는데 이 자금으로 충분한가

▲ 롯데건설의 우발 채무는 연대보증, 자금보충, 채무문제 다 합산한 건데, 이 규모가 4조 5천억이다. 당장 1월 달까지 내야할 돈이 1조 4천억이 넘는다. 굉장히 급하다. 근데 은행에서 바로 안 해주겠다 그래서 계열사에서 돈이 이제 들어가기 시작한 거다.

그러다 보니까 롯데그룹에서 그래도 현금흐름이 그나마 괜찮은 곳이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이다. 그런데 롯데쇼핑도 온라인 쇼핑이나, 신세계(SSG)과 경쟁하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었는데 여전히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입장이다.

우선 롯데케미칼에서 약 1조 원 가까이를 이번에 유상증자를 했고, 그중 롯데건설엔 한 5천억 정도 투입을 했다.

- 롯데케미칼이 유상증자도 단행했고, 현금으로도 투입했다

▲ 맞다. 롯데케미칼의 새로운 신산업이 2차전지다. 2차 전지사업을 하기 위해서 몇 달 전에 동박사업을 하고 있는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천억에 인수했다. 인수 자금의 반은 유상증자나 외부에서 끌어서 이걸 사겠다고 발표를 했다.

- 유상증자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가

▲ 어느 기업이 주주가 만 명이면, 한 주당 5천 원짜리로 기업을 만들었다 예상하면 자본금이 생긴다. 그 돈으로 계속 사업을 해야 되는데 사업을 하다 보니까 적자가 나서 돈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이 돈이 필요하면 외부에서 자금을 가져올 방법이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상장을 하면 된다. 근데 롯데케미칼이 이미 상장을 했다.

두 번째는 은행에 돈을 빌리면 된다. 은행에 돈 빌리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회사채를 발행하면 된다.

회사채 발행은 우리나라 기업 같은 신용도가 최소한 B+++ 플러스 혹은 A이상이 돼야 회사채가 그나마 발행된다. 이것도 안 된다 그러면 마지막 쓰는 방법이 유상증자다.

주식을 “여러분 자본금을 1천 원씩만 더 보태주세요”하면 주식을 더 발행하는 것이다. 원래 만 명이 오천 원에서 10000주라면 내가 10000주를 더 발행할 테니 우선 주주분들이 사는거고, 주주가 안 사주면 공개해서 딴 사람이 사야 되는 거다.

그러면 기존 주주가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2배로 발행하면 주주 가치가 반통 날 것이다. 주주들은 당연히 반발한다. 그래서 유상증자를 할 때는 반드시 주주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 주주들에게 물어봤나

▲ 물어봤을 것이다. 공개를 했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대부분 주식 대부분을 계열사나 오너가 갖고 있다. 거의 다 통과되는 거다. 그러니까 자본시장에서 이런 식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거는 주주들을 배반하는 것이다.

롯데건설 [뉴스1]
롯데건설 [뉴스1]

 

- 특히 소액주주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 소액주주는 힘이 없으니까 대주주 통과시키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의 문제 시작은 레고랜드 터지고, 그랬더니 갑자기 PF가 막혀버린 것이다. 은행에서 “안 빌려줘. 우리 못해. 믿을 수가 없어”하니까 자금시장에 묶여버렸다. 그러니까 정상적으로라면 PF에서 롤오버를 해서 은행에서 돈을 대출을 하거나 해야하는데 그게 막혀버리니까 결국에는 계열사에 돈을 빌려야 된다.

롯데건설 같은 경우는 회사채도 잘 안 된다. 계열사 돈을 빌려야 되는데 그나마 돈을 갖고 있는 계열사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도 일진머티리얼스를 사려고 현금을 갖고 있는데, 돈을 또 필요하니까 돈 빌려주고 또 돈이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유상증자를 한 것이다.

- 롯데케미칼도 2월까지 M&A를 하려면 2조4천억 원을 확보를 해야 한다. 나중에 인수합병하는 데는 문제가 없나

▲ 지금으로서는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일진머티리얼스라는 기업이 이 동박을 만드는 곳이다. 이차전지에 보면 그 양극재에 들어가는 동박을 싸야 되니까, 그 싸는 동박을 만드는데 일진머티리얼스는 전 세계 마켓 쉐어가 4위 정도 된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스를 인수한 이유는 일단 신동빈 회장은 지금 이차전지 사업을 하고 싶은 거다. 원래 롯데케미칼이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로는 메이저가 될 수도 없다. 또 더 큰 이유는 그 사업을 하려면 그 거래업체와의 돈독한 네트워크가 있어야 된다.

근데 일진머티이얼스는 이미 SK이노베이션이나 다른 이차전지 메이저 업체들과 거래를 충분히 하고 있어서 이걸 샀을 때는 그 거래 관계에 무형자산까지 같이 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스를 살 때 업계에서 굉장히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보통 그 기업을 살 때는 주식 곱하기 가치에다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적으로 30% 정도 얹어준다.

-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게 어떤 것인가

▲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살 때 일진머티리얼스 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 54%를 샀는데, 그러면 54%면 예를 들어서 원가대로 하면 유통 주식 값에다가 54%를 곱해서 사야 된다.

근데 그게 예를 들어 2조 원 밖에 안 됐다하면, 경영권을 사 오는 거니까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2조에서 30%면 뭐 거기서 좀 더 얹어서 돈을 사오는 건데, 이번에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스를 사올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92%를 쳐줬다. 그 이야기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케미칼을 통해서 이차전지 사업을 정말 하고 싶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 이차전지 사업이 늦은 감은 없나.

▲ 아직 늦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이제 돈이다. 2조 7천억으로 샀는데 돈이 부족해서 롯데건설도 빌려줬다. 물론 롯데케미칼 측은 1월달에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건 그때 가봐야 알지만, 자신들도 돈이 부족해서 빌려올 판에 롯데건설에 돈까지 빌려줬고, 유상증자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사오자마자 또 투자를 해야 된다. 왜냐하면 이 이차전지 동박 사업은 결국 규모의 싸움이다. 규모의 싸움을 하려면 최소한 업계에서는 3조를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신규 공장 건설하려면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일진머티리얼스에 대해서도 유상증자를 또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이 동맥 경화가 롯데그룹 전체로 번지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다 보니까 신동빈 회장이 부랴부랴 개인 사비를 털면서까지 롯데케미칼 유상증자를 한다고 나섰는데 물론 11억 밖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다.

- 신동빈 회장이 롯데건설에 투자한 11억, 충분한가

▲신동빈 회장이 롯데케미칼 지분이 0.58%다. 그러니까 그 지분만큼의 곱하기로 해준 거다. 내가 솔선수범해서 했으니 주주들도 좀 나서달라 이런 뉘앙스인데, 그걸 현재 자본시장 내에서는 롯데그룹의 자금 경색에 대해서 불신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지는 않고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롯데그룹 좋지 않다. ‘마천루의 저주’라는 게 있다.

- ‘마천루의 저주’가 뭔가

▲어떤 그룹들이 신사옥을 높이 지을 때마다 더 망한다는 저주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이 잠실 월드타워 지었고, 지금 상황 좋지 않다. 아모레퍼시픽도 신사옥 지었는데 아모레퍼시픽 상황 안좋다. 그 다음에 마포의 애경그룹 지었다. 근데 지금 제주항공 고꾸라지고 있다.

특정 그룹이 굉장히 사업이 잘 돼서 거기에 응해서 신사옥을 짓는데, 현재 새로 짓고 있는 곳이 한 군데 있다. 삼성동 현대자동차 사업을 짓고 있다. 그래서 많이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일선에는 어 정의선 회장이 원래 100층짜리였는데 낮춘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