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효온, 김시습에게 편지를 쓰다 (2)

북한산 중흥사
북한산 중흥사

1481년 6월경에 남효온이 김시습에게 보낸 편지를 계속 읽어보자.

“이런 까닭으로 『서경』에 술을 경계하는 「주고(酒誥)」가 실려 있고, 『시경』에 「빈지초연(賓之初筵)」이 있으며, 양자운(揚子雲)이 이로써 〈주잠(酒箴 술을 경계하는 글)〉을 지었고 범노공(范魯公)이 이로써 시를 지었으니, 제가 어찌 술잔을 조용히 잡고서 향음주(鄕飮酒 고을 사람들이 때때로 모여 술을 마심)와 향사(鄕射 활쏘기)의 사이에서 진퇴하고 읍양(揖讓 읍하는 동작과 사양하는 동작)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서경(書經)』은 오경(五經) 중의 하나로, 중국 상고시대(上古時代)의 정치를 기록한 책이다. 즉 요순 임금과 하·은·주 3대의 정치적 사료가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서경』 제4편 ‘주서(周書)’엔 주공(周公)이 술을 경계하는 글인 「주고(酒誥)」가 수록되어 있다. 주공은 성은 희(姬), 이름은 단(旦)으로, 문왕의 아들이고 무왕의 동생이다. 주(周 : BC 1111경~255)나라 초기에 국가의 기반을 다졌고, 공자는 ‘요 · 순 · 우 · 탕 · 문 ·무 ·주공’ 일곱 분을 중국 황제들과 대신들이 모범으로 삼아야 할 인물로 극찬하였는데, 오직 주공만 임금이 아닌 섭정이었다.

무왕(武王)이 병사하자 13세의 무왕 아들이 성왕(成王)으로 즉위했는데, 주공은 직접 왕권을 장악하라는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고 섭정을 맡아 국사를 돌보았다. 그는 7년 동안 섭정한 후 성왕에게 권력을 물려주었다.

「주고(酒誥)」는 주공이 명을 받들어 강숙(康叔)을 위나라에 봉할 때 훈계한 말이다. 은나라 백성들은 은나라의 폭군 주(紂) 임금의 영향으로 술을 너무 좋아했기에, 주공은 술의 해(害)를 훈계한 것이다.

그러면 「주고(酒誥)」를 읽어보자.

“왕명으로 주공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매(妹) 나라(주 임금의 도읍지 지금의 하남성 기현 근처)에 큰 명령을 공포하겠소. 그대들이 공경하는 아버님 문왕께서는 서쪽 땅에 나라를 여시고, 여러 제후들과 여러 관리들과 일을 맡은 사람들에게 삼가게 하려고 아침저녁으로 말씀하셨소. ‘제사에만 술을 써야 한다. 하늘은 명을 내리시어 우리 백성들을 다스리게 하였는대 오직 큰 제사에만 쓰도록 하셨다. 하늘이 벌을 내리시는 것은 우리 백성들이 크게 어지러워져서 덕을 잃었기 때문인데, 또 그것은 모두가 술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또 작고 큰 나라들이 망하게 되는 것도 역시 모두가 술로써 죄를 짓기 때문이다.’

문왕께서는 젊은이와 관리들에게도 교훈을 내리셨소. ‘언제나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여러 나라들 모두 제사 때에만 술을 마셔야 할 것이니, 그러면 덕이 도와 취하지 않을 것이다.(德將無醉)’

(...) 임금은 또 말하였다.

‘봉아! 우리 서쪽 땅에서는 저 제후들과 일을 맡아보는 사람들과 젊은이들이 문왕의 가르침을 잘 지키어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에 이르도록 은나라의 천명을 대신 받게 된 것이다.’

왕명은 계속되었다.

‘내가 듣건대 옛날에 은나라의 어진 임금들은 백성을 두려워하여 할 일에 힘쓰고 어짊을 지켰다 한다. 이랬으니 그들이 술 마시는 일을 좋아했겠느냐?

그런데 그 뒤를 이은 임금은 몸에 흠뻑 술이 배어, 크게 법도에 어긋나도록 방종하고 술에 너무 빠져서 즐기기만 하였다. 그의 마음은 악독하고 잔인해져서 죄가 상나라 도음에 쌓여 은나라가 망하게 되었어도 근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늘은 은나라에 벌을 내리시고 은나라를 더 이상 아끼지 않았으니, 이는 오직 술 마시며 향락에만 빠졌기 때문이다. (...) 누가 여럿이 술을 마시고 있음을 알리거든, 너는 놓치지 말고 모두 붙잡아 주나라로 보내거라. 나는 그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 또 은나라의 여러신하와 관리들이 술에 빠져 있다면 그들을 죽일 것 없이 가르쳐라.’

왕명으로 또 말하였다. ‘봉아! 너는 언제나 나의 훈계를 따라라. 너의 관리들과 백성들로 하여금 술에 빠지지 않도록 하거라.’”

(김학규 역저, 신 완역 서경, 명문당, 2002, p 341-351)

주공은 강숙에게 강숙 뿐만 아니라 신하와 백성들도 술을 삼가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그러면서 주나라 관리들이 술을 마시면 죽여버리겠다고 하면서 은나라의 관리들이 술에 빠져 있다면 은덕을 베풀라고 훈계한다. 은나라 백성들에 대한 회유책을 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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