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효온, 김시습에게 편지를 쓰다 (3)

김시습 부조(부여 무량사)

 

1481년 6월경에 남효온이 김시습에게 보낸 편지는 계속된다.

이런 까닭으로 『서경(書經)』에 술을 경계하는 〈주고(酒誥)〉가 실려 있고,

『시경(詩經)』에 〈빈지초연(賓之初筵)〉이 있으며, 양자운(揚子雲)이 이로써 〈주잠(酒箴〉을 지었고 범노공(范魯公)이 이로써 시를 지었으니, 제가 어찌 술잔을 조용히 잡고서 향음주(鄕飮酒와 향사(鄕射)의 사이에서 진퇴하고 읍양(揖讓 읍하며 사양함)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빈지초연(賓之初筵 손님 잔치)은 『시경(詩經)』에 실려 있다. 잔치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탈선하는 행동이 흔함을 경계하는 시로서, 주희는 ‘집전’에서 위(衛)나라 무공(武公)이 술을 마시고 잘못을 뉘우치며 지은 시라고 하였다.

범노공(范魯公)은 북송(北宋)의 명재상인 범질(范質)이다. 그는 조카 범고(范杲)가 자신을 천거해 주기를 바라자, “너에게 술을 즐기지 말기를 경계하나니, 술은 미치게 만드는 약이요 아름다운 맛이 아니다.〔戒爾勿嗜酒 狂藥非佳味〕”라는 내용의 시를 지어주었다. 술이 광약(狂藥)이라는 것이다.

남효온의 글은 이어진다.

다만 마음이 약하고 덕이 엷기에 그 맛을 달게 여겨 조절하지 못하면 마음이 산란해져서 스스로 술을 이기지 못함이 초파리가 깃털 하나를 짊어질 수 없는 것과 같이 될까 두려울 뿐입니다.

저는 젊어서부터 술을 너무 좋아하여 중년에 비난을 받은 일이 적지 않았지만, 방자한 주광(酒狂)이 되어 영원히 버려짐을 자신의 분수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몸은 외물(外物)에 끌려가고 마음은 육체에 부려져서 정신은 예전보다 절로 줄어들고 도덕은 처음 마음에서 날로 어긋나게 되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점점 부덕한 사람이 되어 집안에서 방자하게 주정을 부리다가 어머님께 크게 수치를 끼쳤습니다.

맹자는 “장기 두고 바둑 두며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부모 봉양을 돌아보지 않는 것”을 불효라고 여겼거늘 하물며 술주정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술이 깨고서 생각건대 그 죄가 3천 가지 중의 으뜸에 해당되니, 무슨 마음으로 다시 술잔을 들겠습니까?

맹자는 “장기 두고 바둑 두며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을 다섯 가지 불효 중 두 번째 불효로 여겼다. 이는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 下)>에 나온다.

맹자가 제나라에 머물고 있을 때 제자인 공도자가 맹자께 여쭈었다.

“광장(匡章)은 온 나라 사람들이 그를 불효자라 부릅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 불효한 광장과 가깝게 지내시니 도대체 무슨 까닭입니까?”

(광장은 제나라의 장군이다. 그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여 마굿간 아래에 파묻었다. 광장은 여러 차례 아버지에게 죽은 어머니를 용서하고 이장(移葬)할 것을 권했으나 아버지는 끝내 들어주지 않자 서로 멀어지게 되었다.)

이러자 맹자가 답하여 다섯 가지 불효를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이 불효라고 부르는 것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자기 몸의 편안함 만을 추구하여 부모 봉양을 거들떠 보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불효이다. 장기두고 바둑두며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이 두 번째 불효이다. 재물을 좋아하고 처자식만 편애하여 부모는 돌보지 않는 것이 세 번째 불효이다. 감각적 쾌락만을 추구하여 부모에게 불명예를 안겨드리는 것이 네 번째 불효이다. 부질없는 혈기의 용맹을 좋아하며 맨 쌈박질만 해대면서 부모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이 다섯 번째 불효이다,

자, 한번 생각해보라. 광장(匡章)이 이 중 한 가지 불효라도 범했단 말인가? 광장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후략)”

남효온은 술주정도 불효라고 말하면서 술 마시는 것에 수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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