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관계자들에게 물었다②
“실제로 남아도는 건 수입 쌀”
“식량 자급률 55.5%, 글만 있고 제대로 된 계획 없어”
“농가 소득 안정돼야 쌀 산업 유지될 것”

미곡종합처리장에 보관된 정부 수매 쌀 [뉴스1]
미곡종합처리장에 보관된 정부 수매 쌀 [뉴스1]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농업 관계자들이 정부의 쌀 정책에 대해 근시안적이고 제대로 된 실천 방안이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앞서 이들은 가루쌀 활용, 전략작물직불제 등 정부의 쌀 소비 감소 및 수급 안정 대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농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과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합회 정책위원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 정부의 쌀 소비·수급 대처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면?

▲ 임 사무총장: 전략작물직불제나 이전에 진행했던 논농업 다양화 사업의 목적은 ‘소비량이 떨어지니까 여기에 맞춰서 면적을 줄여 생산량도 감축하자’이다. 그러나 떨어지는 소비량을 늘릴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없다. 줄어든 소비량에 생산량을 맞추자는 근시안적인 생각으로 수급조절 대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

앞서 농정원의 ‘쌀 맛나는 학교’, ‘천원의 아침밥’ 등을 통해 실제로 쌀 소비량이 증가해야 하는데 오히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비량이 계속 줄면 생산량도 계속 줄일 것이고, 그러면 쌀 농업하시는 분들의 소득도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연결고리로 계속 쌀 농업, 쌀 산업 자체가 축소되면 어느 순간 우리는 쌀 대란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부는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급 안정’을 감소하는 소비량에 맞춰서는 안 된다.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양을 비축해두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 이 위원장: 정부가 양곡관리법 관련해서 발표할 때 소비량 감소세가 생산량 감소세보다 크기 때문에 실제로 쌀이 남아돈다는 논리를 계속 펼쳤다. 그러나 실제 통계를 보면 소비 감소세랑 생산 감소세가 비슷하다. 현재 지표를 보면 오히려 생산량 감소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르고 소비량 감소세는 완만하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삶을 영유하는 데 있어 탄수화물이 필요하지 않나. 그것이 쌀에서 밀로 많이 넘어갔지만 그래도 최소 섭취량이라고 하는 게 있다. 쌀 소비량 감소도 이제 하한선이 온 거다. 더 이상 안 먹을 수는 없으니까. 

식량 자급률이 84.6%(2021년 기준)이기 때문에 우리 쌀은 남는 게 아니라 부족하다. 정부가 같은 통계를 보고 쌀이 남는다고 하는 건 실제로 저율 할당 관세로 들어오는 수입쌀이다. 그런 (수입)쌀들 연식이 넘어서 문제가 되는 거다. 그래서 농민들이 설득이 안 된다.

논 [뉴스1]
논 [뉴스1]

- 농가에서 원하는 실질적인 정책은?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 임 사무총장: 쌀 소비 확대는 무조건 해야 한다. 또 우리가 계속 문제 제기하는 게 있다. 언론 등에 의해 쌀이 타 작물, 타 먹거리의 경쟁 상대가 되면서 쌀에 대한 안 좋은 인식들, 왜곡된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나온 부분이 있다. 쌀이 성인병이나 비만의 요인이라는 내용이 그 예다.

오히려 영양학자들이나 가정의학 하시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쌀은 우리나라 반찬의 맵고 짠 맛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한식은 슬로우푸드이고, 가족관계 형성 등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부분들이 국민한테 더 홍보되고 소개되면 우리나라 쌀 소비 감소를 막고 주식인 쌀이 안정적으로 공급돼 이 산업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소득이 줄면 산업은 유지가 될 수 없다. 소득이 안정되지 않으면 누가 그 산업을 계속 유지하려고 버티겠나. 어느 정도 쌀을 생산함으로써 소득이 안정될 수 있어야 산업도 안정되고 안전한 먹거리 공급도 가능해진다. 수급 조절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서 생산자들의 소득 안정도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전하고 싶다.

▲ 이 위원장: 정부가 발표한 5대 과제 중 하나가 식량 주권과 식량안보다.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국내 식량 자급률이었다. 오는 2027년까지 식량 자급률을 44.4%에서 55.5%로 11.1% 올린다고 했다. 그러면 실제로 쌀, 밀, 콩 자급률이 높아져야 이 목표에 도달할 거다. 그런데 목표에 도달을 못 해도 항상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 목표에 도달하려면 농지 면적이 넓어지거나 수확량을 늘릴 방법이 있거나 축산에서 식량을 얻을 방법밖에 없지 않나. 농지는 이미 한정됐기 때문에 정부가 스마트팜, 식물공장을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이건 식량 자급보다는 채소 만드는 것에 가깝다. 자급률을 높인다고 한다면 농지 확보하고, 거기에 작물이 심어질 수 있게끔 정부가 유도해야 맞아떨어지는 거다. 계획은 이렇게 세워놓고 외국 쌀 수입량만 늘리고 국산 쌀 대신 콩이나 밀을 재배하라고 하면 (계획과) 전혀 맞지 않는다. 

실제로 직접 농정협의회에 가서 "해외에서 식량을 들여오는 걸 식량 주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하면 말이 안 맞다. 식량 자급률을 어떻게 올릴 거냐"라고 묻기도 했다. 우리가 보기에는 ‘2027년까지 식량 자급률 55.5%’가 글로만 있고 실천 방안이 없다는 거다.

심지어 농지를 늘리자는 계획은 없는데 농지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다른 걸 하자는 안은 만든다. 산업단지가 들어와도 정부가 다 동의해주지 않나. 국가 정책으로 식량 주권과 식량안보가 중요하다면 정부가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대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