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단체협약 실태확인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단체협약 실태확인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농어촌방송=김도하 기자] 공공부문 10곳 중 4곳 가량이 단체협약에 불법·무효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부터 공공부문 479개 기관(공무원 165개·교원 42개·공공기관 272개)의 단체협약을 확인한 결과 179개 기관(37.4%)의 단체협약에서 관계 법령을 위반한 내용이 확인됐다고 17일 밝혔습니다.

또 총 48개 공무원·교원 노조 규약 중에서는 6개 규약에서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가 확인됐습니다.

단체협약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하는 자치적인 노동 법규입니다.

이번 조사는 최근 송파구청 단체협약과 전국공무원노조 규약 등에서 불법·부당 관행이 드러나 정부가 시정조치에 나선 가운데, 공공부문의 단협과 노조 규약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습니다.

대상은 공무원 165곳, 교원 42곳, 공공기관 272곳의 단체협약이며 상급단체별로는 민주노총 199곳(41.5%), 한국노총 123곳(25.7%), 미가맹 등 157곳(32.8%)이었습니다.

우선 불법·무효인 단체협약을 보면 공무원의 경우 정책 결정이나 임용권 행사는 교섭 사항이 아니라고 법에서 규정하고 있음에도 노사가 이를 단협으로 체결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한 공공기관 단체협약은 노조 가입 대상인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를 탈퇴할 경우 해고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저임금을 총액 기준으로 월 80만원으로 규정해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지급하게 돼 있거나, 조합원이 1년 이상 근속해야만 육아휴직을 허용하도록 한 공공기관 단체협약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공무원 단체협약에는 법령 위임을 받아 규정한 지침·명령보다 단체협약의 효력을 우선 인정하게 돼 있습니다. 단체협약 내용에 맞춰 조례·규칙을 제정·개정하도록 한 공무원 단체협약도 있습니다.

구조 조정·조직 개편 등을 이유로 정원 축소를 금지하거나 노조 추천 위원 30% 이상을 승진심사위원회에 참가하도록 한 단체협약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35개 기관(28.2%)의 단체협약에는 불법·무효까지는 아니지만 노조나 조합원에 대한 불공정한 특혜,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침해 등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이 있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노조 활동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경우 채용을 금지하거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노조 홍보활동을 보장하도록 한 교원 단체협약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노동부는 이번에 48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규약 중 6개 규약에서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조합 탈퇴를 선동·주도하는 조합원은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을 정지하거나, 노조 임원은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위원장이 사무총장을 지명하도록 한 규약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노동 개혁이 성공하려면 공공 부문이 모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장관은 "공공 부문에는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책임성·도덕성·민주성이 요구된다"며 "공공 부문 노사관계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불법인 단체협약과 노조 규약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 명령하고, 이에 불응하면 형사 처벌할 계획"이라며 "불합리하거나 무효인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권고·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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