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원도시, 서울'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원도시, 서울'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서울시가 오는 2026년까지 서울 시내 빈 공간을 정원으로 탈바꿈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미세먼지, 기후변화 등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시내에 녹지 생태공간을 늘리고 정원을 가꿔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을 즐기도록 한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06~2007년 보라매공원 재정비, 2008년 노을공원 개장, 2009년 북서울꿈의숲 조성, 2010년 수성동계곡 복원 등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는 경의선숲길·경춘선숲길과 서울식물원 등을 조성했습니다.

이에 서울시 공원율은 지난 2001년 25.74%에서 지난해 28.53%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에 따르면 도보 생활권공원 면적은 1인당 5.65㎡에 불과합니다.

도보 생활권 공원은 시민들이 걸어서 접근하기 쉬운 공원으로, 북한산국립공원·수락산·관악산 등 외곽 산림은 제외됩니다.

오 시장은 "도시계획 목표가 녹색구간을 만드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비우고, 잇고, 가꾸는 세 가지 방법으로 녹색우선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나무와 잔디를 심어서 면적을 늘렸다면 이제는 양보다 질이다. 꽃을 가꾸고 품격있는 정원을 가꾸는 도시로 만드는 게 차별점"이라며 "서울시민이 시외로 나가지 않고 5분 이내에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정원도시 사업은 크게 '비움', '연결', '생태', '감성' 네 가지로 나뉩니다.

송현동 부지는 도심 속 열린 정원으로 비워둡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3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 개장식에서 "송현동 부지에는 이건희 미술관 외에 어떤 시설물도 들이지 않고 비워두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용산공원 안에는 세계 여러 나라 정원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예정이며, 서울시는 이를 국토교통부에 제안한 상태입니다. 마곡3지구 문화시설 부지에는 서울식물원과 연계해 계절별 야생화를 심고 꽃의 정원을 조성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대로 상부공원, 영동대로 대형광장, 경부고속도로 상부공원 조성도 이번 사업에 포함됐습니다. 

오 시장은 "이렇게 큰 곳보다는 사실 내가 사는 곳에 정원이 들어오는 게 더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녹지 비율인 녹시율을 높이도록 하겠다"며 아파트 공유정원 등 동네 정원·골목 정원 조성 계획도 전했습니다.

서울광장 [서울시]
서울광장 이미지 [서울시]

서울 외곽의 둘레길, 자락길, 공원길, 하천길 등을 연결해 시민들이 꽃과 나무를 구경하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서울초록길'도 만듭니다. 오는 2026년까지 예상 완성 길이는 2063.4km입니다.

서울둘레길은 서울둘레길 2.0으로 재탄생합니다. 서울시는 기존 8코스에서 21코스로 확대하고 불편한 곳을 정비하며, 스카이워크·전망대·휴식 시설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지하철 연결구간을 17곳에서 49곳으로 늘리며 지역명소·전통시장과 연계해 지역상권을 활성화합니다.

그늘이 없는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에는 나무 숲을 만듭니다. 당초 올해 상반기 완성 예정이었지만, 문화재 발굴로 내년 봄까지 연기됐습니다.

종묘 앞부터 남산까지 이어지는 구간에는 개방형 녹지를 조성합니다. 오 시장은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게 장점"이라며 "용적률을 완화해 높아진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을 일부 받아 공공에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건물·구조물의 상부 등을 활용해 입체 정원을 만들고, 덕수궁 돌담길 아래에 녹지 보행로를 만들 예정입니다.

남산에는 야외 숲 박물관이, 불광천·묵동천·여의천·장릉천에는 물의 정원이 조성됩니다.

서울정원박람회는 확대 개최되며, 이를 위해 조성된 정원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유지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율현공원, 서울창포원, 하늘공원, 월드컵공원 등 서울 내 여러 공원에는 꽃 정원이 마련될 계획입니다.

또한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특별한 날에 자신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내 나무 갖기 프로젝트'도 진행됩니다.

2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정원도시, 서울' 사업을 설명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2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정원도시, 서울' 사업을 설명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한편 오 시장은 오는 2026년까지 이번 정원도시 사업에 68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총 35개 사업 중 신규사업 14개에는 1039억 원이 추가로 쓰일 예정입니다. 

다만 이러한 정원도시 사업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오 시장의 전체적인 도시계획과 모순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가령 고층빌딩에서는 탄소가 다량 배출되는데, 용적률을 완화해 고층빌딩이 많아지게 두면서 정원 등 녹지를 조성한다는 점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입니다. 

외곽 산림을 재정비해 시민 이용률이 높아지면 자연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이에 서울시 측에서는 "도시계획이라는 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최적안이 만들어진다. 공원은 도시에 필요하고 중요성도 높다"며 "자연훼손 가능성을 인지해서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뜻의 답변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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