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해수부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김호 경실련 전 상임집행위원장, 임영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 [경실련 유튜브]
30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해수부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김호 경실련 전 상임집행위원장, 임영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 [경실련 유튜브]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퇴직 공무원 10명 중 8명이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을 이용해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김호 경실련 전 상임집행위원장, 임영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이 참석했습니다.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퇴직한 공직자가 관련 기업·기관에 재취업하는 등 이익을 취해 관경유착, 취업시장 공정성 저해 등을 유발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앞서 경실련은 지난 3월 교육부·법무부 등 정부 부처 7곳의 관피아 실태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번 관피아 실태조사에서는 농식품부와 해수부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승인율은 농식품부 89.1%, 해수부 72.9%를 기록했습니다.

농식품부와 해수부를 합한 전체 취업심사 대상은 125건으로, 이 가운데 100건이 취업 가능 또는 승인 결정을 받았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

취업심사 승인율은 '취업 가능'과 '취업 승인'을 더한 값을 전체 심사 대상 수로 나누어 계산합니다. 

'취업 가능'은 심사 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한 부서와 업무가 취업 예정업체와 관련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가능'으로 인정됩니다.

'취업 승인'은 퇴직 전 업무와 취업 예정 업체의 업무 사이 관련성은 있지만 특별한 사유에 해당해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취업승인 심사를 받은 23명은 업무관련성이 있지만,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중 총 37개의 특별한 사유를 인정받아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이 중 제9호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로 취업 인정을 받은 사례가 총 21회로 56.8%를 차지했습니다.

제8호 '업무 관련성이 있는 퇴직공직자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가 작은 경우'와 제1호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가 각각 5회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들은 추상적인 데다 '공공의 이익' 등 자의적으로 해석돼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허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또한 경실련은 퇴직 공직자 재취업의 주요 특징으로 ▲조직 신설 후 재취업 ▲같은 자리 계속 지원 ▲관리·감독 대상 민간투자회사 재취업 ▲부처 권력을 이용한 산하 공공기관 재취업 ▲관행적인 유관 기관 및 협회, 산하단체 재취업 ▲민관 유착에 의한 민간기업 재취업 등을 꼽았습니다.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

해수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해외수산협력센터는 지난 2017년 2월 해수부 소관 한국원양산업협회 부설기구로 신설됐습니다. 해외수산협력센터장은 운영기관장이 해수부와 협의해 임명하는 자리입니다. 

해외수산협력센터장 주요 업무에는 '정부 예산 확보 노력 등'이 명시되어 있는데, 경실련에서는 이를 제1호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마련한 업무 규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식품부 기술4급 출신의 경우 삼양통상(주) 검역관리인 자리에 각각 지원했지만 한 명은 취업불승인을 받았고, 이후 지원한 공직자는 취업가능 결과를 받았습니다. 같은 기술4급이지만 한 명은 퇴직 전 5년간 관련 부서를 피했기 때문입니다.

농식품부 별정직 고위공무원들의 (주)범건축종합건축사무소 재취업 심사 결과를 보면 한 명은 취업제한을 받았지만 다른 한 명은 제8호 사유를 인정받아 승인받았습니다. 같은 직급들이 계속 같은 기관에 심사를 넣고 있다는 것은 해당 기관이 퇴직공직자들의 단골 재취업 기관임을 뜻합니다. 

해수부 기술4급은 관리·감독 대상인 민간투자회사 부산신항만(주)의 감사로 지난 2017년 7월, 2020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재취업했습니다.

민간투자사업은 정부에서 관리 및 감독을 하고 있으며, 항만 관련 사업은 해수부에서 관할합니다. 공직에 있을 경우 권력을 활용해 재취업하려는 민간투자회사와 미리 유착이 가능하고, 재취업 후에도 주무관청과 유착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30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해수부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경실련 관계자들. (왼쪽부터)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김호 경실련 전 상임집행위원장, 임영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 [경실련 유튜브]
30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해수부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경실련 관계자들. (왼쪽부터)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김호 경실련 전 상임집행위원장, 임영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 [경실련 유튜브]

이 밖에도 농식품부에서는 부처 권력을 이용해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마사회, 한국농수산대학교 임원 자리를 대물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수부도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산하 공공기관 자리 대표 등 임원자리에 단골로 재취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업무관련성이 있음에도 축산물품질평가원, 낙농진흥회, 한국사료협회, 한국대두가공협회,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한국항만물류협회, 한국원양산업협회 등 유관 기관과 협회에 관행적으로 재취업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의 경우 농식품부는 (주)맥서브, (주)범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삼양통상(주), HDC아이서비스(주), 해수부는 (주)양산아이시디, 수협노량진수산(주) 등 부처 권한이 미치는 민간기업의 대표이사·감사 등 자리에 퇴직공직자들이 재취업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실련은 관피아 근절방안으로 ▲신생 기관 재취업 금지 명문화 ▲취업심사 대상기관 규모 재정비 ▲취업승인 예외사유 구체화 ▲공무원 겸직 허가사유 구체화 및 겸직 허가권자 셀프 허가 방지 ▲취업제한 여부 및 승인 심사기간을 퇴직 전 경력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 ▲퇴직 후 취업 제한 기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접촉 요건 강화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명단, 회의록 및 심사결과 자료 공개 ▲공무원 연금과 재취업 보수 이중수급 방지 등 9가지를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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