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 어류칼럼니스트가 지난 1일 열린 고등어 세미나에서 정부비축 고등어 품질을 설명하고 있다. [이희승 기자]
김지민 어류칼럼니스트가 지난 1일 열린 고등어 세미나에서 정부비축 고등어 품질을 설명하고 있다. [이희승 기자]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마련하는 정부비축 고등어의 품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2023 노르웨이 고등어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노르웨이 수산물 업계 관계자들이 자국 조업 방식과 고등어 품질 등을 공유했습니다. 한국 발표자로는 류재현 이마트 수산물 바이어와 김지민 어류칼럼니스트가 참석해 국내에서의 노르웨이 고등어 판매 동향 등을 설명했습니다.

수산 전문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 TV’를 운영하는 김 칼럼니스트는 이날 우리나라의 고등어 조업 방식과 정부비축 고등어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국내 고등어잡이는 대형선망 4~6척이 본선과 보조선으로 한 팀을 이루어 진행합니다. 보통 부산에서 출발해 제주도 근처 해안에서 조업하는데, 여기서 잡힌 고등어가 유통량의 85% 이상을 차지합니다. 고등어는 신선도가 빠르게 저하되는 생선입니다. 제주와 부산을 하루 안에 오갈 수 없어 고등어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한 운반선도 필요합니다.

김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노르웨이 고등어 조업 현장을 다녀온 경험을 공유한 뒤 “노르웨이에서는 조업선 단 한 대가 조업부터 운반까지 모든 걸 수행한다”며 “선박에서 고등어 냄새가 나지도 않고, 얼음물을 분사해 원물 손상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노르웨이는 전자경매 시스템을 통해 고등어 실은 배가 항에 들어오기 전 이미 경매를 끝낸다”며 “가공공장도 항구에 바로 붙어있어 파이프를 통해 외부 공기 노출을 최소화한 채 고등어를 옮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우리나라 참고등어는 10월부터 3, 4월까지가 주 어획기고 제철이다. 주변에서 맛있는 고등어를 사는 방법을 물으면 제철에, 몸길이가 35cm 이상인 것을 구매하라고 말한다”며 “이러한 상식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게 정부비축 고등어”라고 짚었습니다.

김 칼럼니스트가 공개한 사진 속 정부비축 고등어구이는 살집이 거의 없이 마른 상태였습니다. 정부비축 고등어는 최대 2년까지 냉동 보관되며, 해동한 뒤 판매됩니다. 그러나 몇 개월 동안 냉동 보관된 고등어는 해동 후 요리하면 수분을 과하게 뺏겨버립니다.

그는 “지금은 정부비축 고등어에 ‘해동’이라고 표기해서 팔지만, 예전에는 표기 없이 판매돼 소비자가 정보를 몰랐던 경우가 많았다”며 “생물, 냉동, 해동 정보를 명확히 기입하고 가격도 적절히 구분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제상황과 용도에 따라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북 포항의 한 수협 위판장에서 상인들이 참고등어를 정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경북 포항의 한 수협 위판장에서 상인들이 참고등어를 정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국내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참고등어와 망치고등어(점고등어) 두 가지입니다. 흔히 마트나 시장에서 구매하는 고등어가 참고등어입니다. 참고등어의 하품(下品)인 망치고등어는 푸른 줄무늬 대신 반점이 있으며, 고수온에 서식해 육질이 무른 것이 특징입니다.

참고등어는 10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 망치고등어는 여름부터 초가을까지가 제철입니다. 김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두 고등어를 섞어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망치고등어는 10월로 넘어가면 기름기가 빠지고 맛이 없다. 어떤 고등어든 가장 맛있을 때 제값을 받고 팔면 좋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섞여서 판매된다”며 “망치고등어는 조림으로 요리하면 부드럽다. 이 역시 소비자들이 용도에 맞게 어종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 칼럼니스트는 노르웨이 고등어에 관해 아쉬운 점도 전했습니다. 대서양 고등어 품종에는 문제가 없지만, 국내로 들어와 판매됐을 때 품질이 제각각이라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는 “비슷한 크기의 순살 노르웨이 고등어를 구워 먹어봤다. 어떨 때는 맛있는데, 어떨 때는 기름기가 빠지고 비린내가 올라왔다”며 “노르웨이 고등어는 한국 참고등어와 달리 9~12월이 제철이다. 맛이 떨어졌던 고등어는 겨울에 잡은 고등어였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이어 “소비자들은 노르웨이 고등어가 제철에 잡혔는지 겨울에 잡혔는지 모르고 구매한다. 품질이 복불복이다. 표시제나 등급제를 도입해 고등어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좋겠다”고 제언했습니다.

김 칼럼니스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우리나라는 1년 내내 어획한다. 맛이 없을 때도 고등어를 잡는다는 뜻”이라며 “제철에 어업을 집중적으로 한 뒤 품질이 가장 좋은 고등어를 생물로 팔고, 나머지는 급랭해서 천천히 유통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나머지 기간에는 고등어가 성장하도록 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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